대국혼신사와 느티나무 가로수길
현대적 풍요와 자연의 조화
녹음이 흐르는 '생활 실감치 만족도' 1위 도시
[로컬세계 = 이승민 도쿄 특파원] 키치조지(吉祥寺)의 평화로운 일상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긴 곳은 도쿄의 지리적 중심이자 다마(多摩) 지역의 거점 도시인 후추시(府中市)입니다. 후추는 그 이름이 '국주(国府, 국정의 소재지)'를 의미하듯, 과거 율령 시대에 관동 지역의 대국이었던 '무사시국(武蔵国)'의 국청이 놓였던 유서 깊은 도시입니다.
율령 시대부터 이어진 정치·경제의 요충지
후추의 역사는 약 1,3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645년 다이카 개신 이후 무사시국의 국부가 이곳에 설치되면서 고대부터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번영했습니다. 현재도 대국혼신사(大國魂神社) 인근에서 당시 국청의 일부로 추정되는 유적이 발굴되어 국가 사적(무사시 국부 흔적)으로 지정 및 공개되고 있습니다. 에도 시대에는 갑주가도(甲州街道)의 주요 숙역인 '후추 숙소(府中宿)'가 들어서며 물자 집산지로 더욱 발전했습니다.
대국혼신사와 느티나무 가로수길
후추 산책의 출발점은 도쿄 5대 신사 중 하나로 꼽히는 대국혼신사입니다. 서기 111년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는 이 신사는 무사시국의 총사(總社)로서 절대적인 권위를 지닙니다. 특히 신사의 참도(參道) 역할을 하는 '바바 대문 케야키 가로수(馬場大門のケヤキ並木)'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국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느티나무 길입니다. 수백 년 된 거목들이 만든 녹색 터널을 걷다 보면 현대적인 도시의 소음은 어느덧 사라지고 고요한 역사의 무게가 온몸으로 전해집니다.
현대적 풍요와 자연의 조화
후추는 역사의 도시인 동시에 살기 좋은 현대 도시의 면모를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후추역 남쪽에는 '무사시후추 르 시뉴(ル・シーニュ)' 등 대형 복합시설이 늘어선 다마 지역 유수의 번화가가 형성되어 있으며, 서쪽에는 일본은행과 주요 금융기관의 계산 센터가 밀집한 '후추 인텔리전트 파크'가 자리해 경제적 활력을 뒷받침합니다.
또한, 타마강(多摩川)을 끼고 형성된 후추 시립 향토의 숲 박물관은 넓은 부지에 과거의 건축물을 복원해 놓아 가족 단위 산책객에게 인기가 높으며, 인근의 도쿄 경마장(후추 경마장)은 일본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후추의 명소입니다.
녹음이 흐르는 '생활 실감치 만족도' 1위 도시
"편안하네요, 녹색의 후추(ほっとするね、緑の府中)"라는 슬로건처럼 후추는 풍부한 녹지를 자랑합니다. 시내 전체가 평탄한 지형이면서도 아사마산(浅間山)과 같은 잡목림과 넓은 공원, 농지 등이 곳곳에 남아 있어 시문(市章)의 기본색도 녹색을 띠고 있습니다. 직장과 주거가 근접한 환경 덕분에 시민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으며, 도내에서 '생활 실감치' 만족도 1위로 꼽히는 등 많은 시민이 계속 살고 싶어 하는 도시로 유명합니다.
후추는 고대의 국부가 가졌던 위엄과 현대 도시의 쾌적함이 타마강의 물줄기처럼 조화롭게 흐르는 곳입니다. 도심의 속도에서 벗어나 천년의 시간이 겹겹이 쌓인 이 단단한 지반 위를 걷다 보면, 진정한 도심 속의 여유가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호수를 건너고 숲을 지나, 이제 우리의 산책은 또 다른 이야기를 찾아 다음 발걸음을 옮깁니다.
– 계속 –
[기자 메모]
이름의 구분: 히로시마현에도 같은 이름의 후추시가 있어, 지진 정보나 우편 등에서는 '도쿄 후추시' 또는 '무사시 후추(武蔵府中)'라고 구별해 부르기도 합니다.
산책 팁: 케이오선(京王線) 후추역에서 내려 대국혼신사를 참배한 후, 느티나무 길을 따라 향토의 숲 박물관이나 타마강 강변까지 걷는 코스는 후추의 천년 역사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최적의 경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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