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길은 생명 존엄의 가치와 희생을 되새기는 뜻깊은 의식”
[로컬세계 = 마나미 기자] “기증자와 유가족의 숭고한 결정에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이대서울병원(병원장 주웅)이 지난 9월 18일 3층 중환자실 입구에서 장기기증자의 마지막 여정을 기리는 ‘울림길’ 의식을 진행했다.
울림길은 장기기증자가 수술실로 이동하는 마지막 순간, 기증자에 대한 경의를 표하며 마지막 여정에 예의를 표하는 의식으로 해외에서는 ‘아너 워크(Honor walk)’라고 불린다.
기증자 64세 A씨는 10년 전 호전됐던 뇌출혈이 재발해 쓰러지면서 뇌사상태에 빠졌다. 이후 유가족들은 생전 A씨의 뜻에 따라 장기기증을 결정했고 심장, 간장, 신장과 각막을 기증해 6명의 생명을 살렸다.

이날 주웅 이대서울병원장을 비롯해 구종모 간호부원장, 간호사, 의료기사 등 병원 내 다양한 분야의 교직원이 함께 참여했다. 이들은 기증자가 잠시 머물렀던 중환자실부터 수술실 앞 복도까지 두 줄로 서서 A씨가 수술실로 들어가는 순간 짧은 묵념이나 고개 숙임으로 조용히 감사와 경의를 표했다.
특히 주웅 이대서울병원장은 고귀한 결정을 해준 기증자와 유가족분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하며 울림길을 함께 걸었고 수술실 입실 직전 목사의 감사 기도문을 들으며 기증자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했다.
울림길 의식에 참여한 의료진들은 “그동안 뇌사 장기기증자와 가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방법이 없었는데 이번 의식을 통해 표현할 수 있어 의미가 컸다”고 평가했다. 기증자 A씨의 유가족은 “바쁜 시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교직원들이 우리 가족과 함께 해줘 더욱 위로가 되었다”라고 말했다.
이대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이번 첫 울림길을 시작으로 앞으로 의식을 계속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대서울병원 기증활성화위원회(DIPC, Donation Improvement Program Committe) 서의교 위원장(신경외과)은 “울림길은 형식적인 절차가 아닌, 우리 모두가 생명 존엄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고, 의료인으로서 마음을 나누는 중요한 의식이다”라며 “오늘의 첫 울림길의 마음이 계속 이어져 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대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홍근 센터장(외과)은 “장기이식은 기증자가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마지막 순간 새 생명을 선물하고 간 기증자와 가족의 숭고한 결정을 잊지 않을 것이다”라며 “오늘 감동의 여운을 이어가며 울림길의 시간, 병원 내부 안내로 타 업무 중인 교직원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해 기증자와 유가족, 그리고 생명을 기다리는 또 다른 환자들을 위한 뜻깊은 걸음에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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