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일제강제연행 조선인희생자 유골봉환 추모법회에서 국평사 윤벽암 주지가 삼배불공을 드리고 있다. |
지난 27일, 도쿄에 있는 재일동포 사찰 국평사에서 ‘일제강제징용 조선인 희생자 유해봉환식’이 열렸다.
국평사는 그동안 일본 각지에 방치된 조선인 희생자들의 유골를 수습해 불공을 드려오다 지난해 8월 한국 시민단체인 ‘일제강제징용희생자 유골봉환위원회’와 협력해 유해를 고국의 품속으로 보내는 봉환행사를 가졌다.
이날 2회째가 되는 봉환식은 ‘일제강제징용희생자 유해봉환위원회’와 재일동포 봉환식 관계자, 종교인, 재일교포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삼배불공, 헌무, 봉환사, 사죄사, 징용아리랑 등의 순으로 유골봉환 법요식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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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요에 앞서 유해봉안위원들이 고국의 품으로 봉환하게 될 33구의 위패를 들고 국평사 경내를 돌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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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인 이노우에 요코 씨가 일본 과거사에 대해 사죄사를 하고 있다. |
이어 그는 “1942년 2월 3일 야마구치에 있는 장생탄광이라는 해저탄광에서 대규모 침수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83명이 죽었고, 이중 136명이 조선인이었다. 그 중에는 10대와 20대가 73명으로 아까운 나이에 희생을 당했다. 장생탄광은 강제징용령이 내린 1939년 이후 1,258명의 젊은이가 연행됐고 대부분 한국 조선인이었기에 조선탄광이라 불리기도 했다”며 울먹였다.
또 그는 “나는 모임을 만들어 뜻있는 일본인들을 설득해 성금 1,400만엔을 모아 그 곳에 추모비를 건립했다. 잔인했던 일본의 과거사를 반성하고 또다시 타민족을 짓밟는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맹세하며 희생자들의 이름을 추모비에 새겼다.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방문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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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무용가 송예슬 씨가 애달픈 춤사위로 영령들을 위로하고 있다. |
봉환식에 참석한 일본인 ‘도야마 다미에’ 씨는 “당시의 일본 군사정권이 저지른 잔악함은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행위로 일본인은 한국인 앞에 머리를 들 수 없는 죄인이 됐다. 오늘 봉환식을 통해 일본의 범죄와 역사의 비참함을 통감했다”며 “드디어 조국으로 돌아가는 33구의 영령 앞에 위로와 해원이 있길 바라며 분단된 한반도의 통일을 마음 깊이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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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요식을 마치고 일제강제징용희생자 유해봉환위원과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한·일 양국 간에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유골 반환 문제가 정식 언급된 것은 2004년 12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였다. 이후 2005년부터 실태조사를 벌여왔고 2008년 1월 22일 도쿄 유텐지(祐天寺)에 안치돼 있는 군인 군속 사망자에 대한 1차 유골 반환을 시작으로 몇 차례에 걸쳐 군인, 군속으로 끌려간 사망자 유골을 한국 측에 인도한 바 있지만 명분뿐이고 대부분의 유골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현 한국 정부의 무관심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제시대 강제동원된 유족들에 대해서는 언급도 없다. 억울하게 죽은 영혼마저 편히 쉬지 못하고 타국을 떠돌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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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평사 전경 |
당시 일본에 유학으로 왔던 한국인 유종묵 스님이 1965년 인수해 불국사 다보탑 모양의 납골당을 지어 조선인 영령들의 안식처로 삼았다. 법당에는 남한에서 보내온 고려대장경(1972)과 북한에서 보내온 팔만대장경 해제 15권(사회과학출판사 1992 평양)이 모셔져 있다.
창건자 유종묵 스님의 대를 이어 3대째 윤벽암 주지가 맡고 있는 이 사찰에는 일제시대 강제징용 등의 이유로 일본에 끌려와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죽은 재일동포 무연고 유골 약 300여구가 보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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