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세계] 배추값이 하루가 다르게 폭등해 전국이 김치대란으로 몸살을 겪고 있는 가운데, 오는 23일부터 광주에서 열리는 ‘제17회 세계김치문화축제’의 원활한 운영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축제에 쓰일 배추 등 김치 재료가 제대로 조달될지 걱정하는 소리가 높지만 주최 측은 “수급에 차질이 없다”며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작년 계약재배 통해 물량 확보
체험행사·업체분량까지 준비끝

배추값 폭등으로 세계김치문화축제가 ‘깍두기축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광주광역시는 “이미 지난해 계약재배를 통해 물량을 확보한 상태로 걱정 없다”고 밝혔다. 관내 임곡농협과 계약재배로 재료를 확보했고 11개 김치업체 전원이 축제장에 부스를 설치한다는 것이다.

당초 김치축제 김치담그기 행사에 쓰일 배추 2000포기를 구할 수 없어 깍두기담그기 행사로 교체한다는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가을배추 생산지인 해남의 물량도 모두 밭떼기로 거래됐을 뿐 아니라 값마저 폭등해 공급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세계김치문화축제 관계자는 “김치축제에 쓰일 배추 27톤을 이미 확보해 수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 김치담그기 체험행사에 쓰일 2000포기는 물론 참가업체 분량까지 차질 없이 준비되는 상황에서 축제가 축소될 것이란 얘기가 나와 안타깝다”며 성공적인 축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치 매출액 감소 우려와 관련 관계자는 “시중가격이 높을수록 구매심리가 상승해 김치 현장 판매량이 증가할 것”이라며 배추가격 폭등이 김치축제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유정(광주시 봉선동)씨는 “반찬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요즘 채소값이 너무 비싸 가게 운영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김치축제가 잘 치러질까 속으론 내 일처럼 걱정스러웠는데, 김치수급에 이상이 없다면 참 다행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광주시는 지난해까지 국내 행사였던 광주김치문화축제를 ‘축제 세계화 원년’으로 선언하며 올해부터 규모를 대폭 키우고 세계축제로 준비했다. 전라도 김치의 종주도시인 광주광역시를 ‘김치의 메카’로 만들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세계적인 요리사인 에드워드 권을 비롯해 홍콩의 차이란, 싱가포르의 모세 림 등을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국내외 식품 관련 인사 20여명을 초청하는 등 김치 종주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준비가 마무리 단계다. 이번 김치축제에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의 카렌 휼백(Dr. Karen Hulebak) 의장도 23일 개막식에 참석한다.

한편 광주시는 남도김치의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국책연구기관인 세계김치연구소와 김치종합센터 등 김치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김치클러스터가 조성되면 남도김치의 세계화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감칠맛 나는 남도김치를 의미하는 공동 브랜드 ‘감칠배기’를 개발해 키우고 있다. 

신말식 전남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남도김치는 발효식품으로서 기능성이 뛰어나고 감칠맛이 나 국제 경쟁력이 있다”며 “열악한 전라도 지역 업체들이 적정 규모와 시스템을 갖춘다면 세계시장을 더 많이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컬광주 = 고선아 기자 go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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