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이 난다. 휘 휘 돌아가는 상모에 감탄사가 터지고 서편제 가락에 애간장이 녹는다. 우스꽝스런 풍물패 넉살에 배꼽잡고 웃다가 남사당패 줄타기 공연에 아찔해진다. 우리 가락에 얼씨구절씨구 장단 맞추거나 소리꾼 타령에 지화자 취임새를 넣다 보면 어깨춤이 절로 난다. 일상을 떠나 탈춤에 몸을 맡기고 조선시대 전통시장을 체험하는 것도 흥겹다. 본격적인 가을을 맞아 해학과 풍자, 신명이 넘치는 전통 문화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 민족의 희로애락을 담은 전통축제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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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에서 하회별신굿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해학과 풍자가 있는 풍물 한마당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지난 30일부터 9일까지 열흘간 경북 안동시내 탈춤공원과 하회마을 등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로 15회를 맞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축제, 왕이 되는 마법!’이라는 주제로 국내외 다양한 탈춤공연과 전시, 문화프로그램 등 10개 무대에서 700여개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상금 700만원이 걸려있는 세계탈놀이경연대회, 국내외 탈춤공연, 탈춤배우기 등 50여개의 다양한 체험프로그램과 세계의 신비한 탈 전시 등을 마련했다.
올해 축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축제장 전체에 배치될 탈 오브제다. 탈춤축제장에는 6m높이의 왕과 왕비 오브제를 비롯해 물고기, 애벌레 등 200여개의 다양한 상징물을 만날 수 있다.
또 러시아, 이스라엘 등 세계 15개국의 탈춤단체를 초청해 공연하고 마당무대, 경연무대, 거리무대 등 다양한 무대를 선보인다. 세계탈놀이경연대회와 세계창작탈공모전으로 누구나 탈을 만들고 쓰고 춤출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신명나는 축제의 장을 만든다.
특히 ‘탈 쓴 사람들의 미친 퍼레이드’ 프로그램은 1만여명의 참가자 모두가 나만의 탈을 쓰고 펼치는 신명나는 대동난장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덩실덩실 탈춤을 추다 보면 일상의 스트레스가 단번에 날아간다. 탈을 쓰지 않은 사람들은 참가 자체가 불가능하다.
8일 저녁 7시부터 열리는 ‘선유줄불놀이’도 이 기간에만 볼 수 있는 하회마을의 명물이다. 부용대에서 강 건너 만송정 송림까지 동아줄을 연결해 숯가루 넣은 봉지를 매달아 밤에 불을 붙이면 불꽃이 튀면서 떨어지는 모습을 즐기던 양반놀이 문화의 정수다.
하회마을 입구의 하회별신굿탈놀이전수관에서는 탈춤페스티벌의 모태가 된 하회별신굿탈놀이가 관람객의 흥을 돋운다. 마을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별신굿탈놀이는 양반과 피지배계층인 상민과의 관계를 풍자와 해학적인 내용으로 구성했다.
서편제 보성소리 축제
녹차와 소리의 고장 전남 보성에서 제14회 서편제 보성소리 축제가 개최된다.
보성군은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서편제보성소리전수관과 다향체육관에서 ‘흥과 멋의 우리가락! 아름다운 보성소리!’라는 주제로 판소리 축제의 막을 올린다.
축제 첫날인 8일에는 기념행사와 전국판소리·고수 경연대회 예선, 전통예술명가 공연, 광개토사물놀이와 퓨전코리아 콘서트, 청소년어울마당, 퓨전국악밴드공연, 다누리 문화공연 등 흥겨운 우리가락이 대중 앞에 선보인다.
9일에는 성창순, 조상현 명창과 국악계를 이끌어 갈 신진 국악인들이 나서 격조 있는 공연을 펼친다.
행사기간에는 전통악기 만들기 체험, 판소리 한 대목, 판소리 관련 소품 전시 및 북치기 등 만들고, 듣고, 배우는 체험행사와 전통공예품 전시, 향토 특산품 전시·판매, 녹차무료시음 등 전시행사도 풍성하게 마련된다.
특히 전국 판소리 경연대회의 명창부 대상에는 ‘대통령상’이, 고수 경연대회 명고부 대상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이 수여됨에 따라 전국 각지에서 실력 있는 소리꾼들이 대거 참여해 소리의 고장에서 열띤 경연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경연대회는 판소리와 고수분야로 나눠 명창부, 대학 및 일반부, 신인부, 학생부 등으로 진행된다.
한편 ‘보성소리’는 서편제의 기반위에 동편제와 중고제를 아우르는 독특한 창법의 소리다. 보성 지역은 서편제의 비조 박유전 명창을 비롯한 정재근, 정응민, 정권진, 조상현, 성창순, 성우향 등 판소리 명창들을 배출한 판소리의 본향이다.지난해 9월3일 영동난계국악축제를 찾은 외국인이 가야금 연주법을 배우고 있다. 영동난계국악축제
국악과 와인이 함께하는 ‘제44회 영동난계국악축제’가 6일부터 9일까지 충북 영동군민운동장과 용두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난계국악축제는 한국의 전통음악을 집대성한 난계 박연 선생의 뜻을 계승하기 위해 열리는 군의 대표적 축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국내 유일의 국악축제다.
이번 축제는 6일 전통타악그룹 ‘굿’의 타악 퍼포먼스와 미국초청 팀 ‘the earth string band’의 신나는 재즈공연을 시작으로 이무송과 임수민이 진행하는 추풍령가요제 등이 열린다.
7일에는 가야금 앙상블 280, 풍류, 연리지 등이 출연해 대중음악과 국악을 결합한 퓨전국악을 선보이고 백지영, 치치, 가야랑, 한스밴드 등이 출연해 흥겨운 가요를 선사한다.
8일은 대전 하회별신굿 탈놀이회의 탈춤 공연과 서울청소년국악현악단의 수준 높은 국악공연이 펼쳐진다. 또 초대가수로 브라운 아이드 걸스, 현숙, 이예린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마지막 날인 9일에는 푸리, 일렉티아의 파워풀한 연주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유쾌한 퍼포머스 공연이 펼쳐지고 난계국악단, 부활, 손진영, 이태권 등이 ‘Rock & 국악 페스티벌’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축제기간 국악기 전시 및 판매, 국악기 제작체험, 아시아 전통악기 전시와 연주체험, 팔음공방체험, 어린이 놀이동산 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열린다.
이와 함께 한국악기공모전, 야생화, 수석, 서예 및 동양화 등의 전시회 및 우수 농특산물 판매장이 마련된다.2008년 안성남사당 바우덕이축제에서 행사 관계자가 줄타기 공연을 하고 있다. 프레안성세계민속축전
경기 안성시는 1일부터 9일까지 안성맞춤랜드 일원에서 ‘2011 프레안성세계민속축전’을 열고 있다.
전 세계 전통 문화 유산을 한곳에서 만나 볼 수 있는 ‘민속축제의 향연’인 이번 축전은 세계인의 문화올림픽으로 불리는 2012 안성세계민속축전 사전행사로 12개국, 320명의 국제 공연단과 300여명의 국내 공연단 등 총 620명이 참가한다.
프레축전은 ‘세계민속을 통한 인류의 소통’을 주제로 국내외 다양한 민족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연 프로그램과 세계 특산물을 교류해 보는 전시 프로그램, 세계민속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교육·참여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내용으로 꾸며진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태국, 일본, 인도네시아, 인도, 말레이시아, 터키 등 세계 12개국 공연단들이 펼치는 전통 민속 예술 공연. 각 국을 대표하는 최고 수준의 전통 민속 공연단이 초청돼 국내전통문화 공연단과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세계 각양각색의 특산물과 그들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월드 마켓’ 행사와 세계 민속 의상, 소품, 미술, 음식, 음악 등을 골목별 테마에 따라 전시하는 ‘월드키오스크’ 프로그램은 관객들에게 멋진 추억을 제공한다.
이색적인 세계 문화와 함께 시 역시 남사당놀이와 태평무, 향당무 등 무형문화 유산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문화 예술의 위상을 세계에 과시한다. 이를 위해 행사장 배경을 조선 구한말과 1980년대, 1980년대 이후부터 현대까지 3단계로 나눠 시대적인 변화와 문화체험을 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구성했다.
특히 조선시대 3대 장의 하나인 안성장터를 당시 그대로 재현해 관람객들이 주막과 초가집 등에서 우리 조상들의 일상생활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이곳에는 조선시대 죄인을 재판하던 ‘동헌’을 비롯해 주막집, 포목전, 대장간, 남사당 바우덕이 마을, 싸전, 목물전 등 총 10개의 세트장이 마련됐으며 솟대와 장승 등을 활용해 옛 분위기를 만들었다.
재현된 안성장터에서는 탐관오리의 등장으로 도탄에 빠진 안성 상인들을 ‘어사 박문수’가 등장해 구하는 내용의 퍼포먼스도 펼쳐져 관람객들의 흥미를 돋운다.처용문화제 처용제의에서 신정고등학교 학생들이 처용무 춤사위를 펼치고 있다. 울산 처용문화제
올해로 45회째를 맞는 울산 처용문화제가 6일부터 9일까지 남구 달동 문화예술회관 및 문화공원 일원에서 개최된다.
개막식은 6일 오후 8시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시민 3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예술행사는 처용맞이, 처용마당, 월드뮤직페스티벌(국내외 30개팀 참가), 처용비보이, 처용투어 등으로 마련된다.
특히 처용연희극, 처용인형극, 처용마술, 처용콘텐츠 공연 등은 올해 처음으로 마련한 콘텐츠들이다.
처용연희극은 처용설화를 주제로 하는 가족 풍물극이며 처용인형극은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동해 용왕과 처용의 만남을 쉽게 풀어나간 인형극이다. 처용마술은 처용설화의 내용과 처용무의 동작을 활용한 마술이며 처용콘텐츠 공연은 처용판소리와 처용시노래 등을 선사할 예정이다.
다양한 학술행사도 준비했다. ‘제작된 처용콘텐츠 작품들에 대한 지속 가능한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처용학술제, ‘Asia Pacific Music Network 설립의 필요성과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월드뮤직 국제 심포지엄 등이 마련된다.
이밖에 전시 체험행사로 세계 전통 풍물관, 세계 문화전시 체험관, 세계전통문화 공연, 처용탈 만들기, 처용탈 전시 및 제작시연, 처용연 만들기, 공예 소품 만들기 등이 마련된다.
로컬종합 = 박형재·이창재 기자 news34567·LCJ007@segye.com
사진 - 지난해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에서 하회별신굿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 - 지난해 9월3일 영동난계국악축제를 찾은 외국인이 가야금 연주법을 배우고 있다.
사진 - 2008년 안성남사당 바우덕이축제에서 행사 관계자가 줄타기 공연을 하고 있다.
- 기사입력 2011.09.30 (금) 17:57, 최종수정 2011.09.30 (금)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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