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세계 = 임종환 기자]"산불은 끝났지만 재난은 끝나지 않았다."
2025년 경북 초대형 산불 발생 1년 4개월이 지난 가운데 피해 주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다. 피해 주민들은 정부의 지원이 실제 피해 규모에 크게 못 미친다며 국가의 책임 인정과 실질적인 피해 회복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경북산불공동대책위원회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동·의성·영양·영덕·청송 등 5개 시·군 산불 피해 주민 명의의 호소문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대책위는 "산불의 불길은 꺼졌지만 주민들의 삶은 아직도 폐허 속에 머물러 있다"며 "국가의 과실을 인정하고 정당한 손해배상과 피해 회복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산불은 2025년 3월 안동, 의성, 영양, 영덕, 청송 등 경북 북부 5개 시·군을 중심으로 발생해 사망자 31명을 낳고 광범위한 산림과 주택, 농경지에 피해를 남겼다. 산림 약 3억 평이 소실됐고 주택 4천700여 채가 피해를 입었으며 농작물 590만 평과 농업시설 6천700여 곳, 농기계 1만8천여 대가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1천여 곳도 피해를 입었고 이재민은 3만6천여 명에 달했다.
대책위는 이번 산불 규모가 2005년 양양 산불의 107배, 2019년 고성 산불의 36배, 2022년 울진·삼척 산불의 5배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전체 피해액은 2조 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현재까지 정부 지원은 약 4천억 원으로 전체 피해액의 20%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지난 1월 시행된 '경북·경남·울산 초대형 산불 피해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역시 현장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전소 주택 복구에 수억 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지원금은 3천만 원 안팎에 그치고, 농작물 보상 기준도 실제 피해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또 실거주 요건과 세입자 배제 등으로 상당수 피해 주민들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산불 발생 1년이 넘도록 컨테이너 임시주택에서 생활하는 주민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 집중호우까지 겹치면서 임시주택과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이어져 주민들의 생계 부담은 더욱 커졌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이번 산불을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예방과 초기 대응, 지휘 체계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인재(人災)'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헌법과 재난안전 관련 법령에 근거해 국가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손해배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대통령실에 전달한 호소문에는 ▲피해 조사 및 지원 절차 조기 완료 ▲피해 주민이 참여하는 현실적인 손해배상 기준 마련 ▲재건위원회 운영 및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 확보 ▲국가 책임에 따른 정당한 손해배상 추진 등 4개 요구사항이 담겼다.
경북산불공동대책위원회는 "피해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국가가 국민에게 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라며 "피해 주민들이 일상을 회복할 때까지 국가의 책임 있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종환 기자 lim46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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