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수백장 남겨
구의회 본회의 석상 ‘5분 자유발언’ 송곳 같은 실태 지적
지역주민 “시민 대변자 역할의 전형, 정파적 이익만 놓고 다투는 국회의원들 본받아야”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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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해운대구의회 이상곤(더불어민주당, 재송1동) 의원이 지난 10~11월 사이 간선도로인 ‘해운대로’를 두 차례나 직접 걸어가면서 ‘가로환경’ 실태를 파악한 뒤 11월 22일 본회의 때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준비한 ppt 화면에 도로변에 방치된 폐타이어 사진을 띄워놓고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로컬세계 부산=글·사진 전상후 기자] ]부산의 한 기초의회 의원이 관할 지자체 내 왕복 15㎞에 달하는 간선도로(해운대로)를 두 차례나 직접 걸어가면서 ‘가로환경’ 실태를 파악한 뒤 의회 본회의 석상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실태를 지적, 배석한 구청장을 비롯한 집행부 간부들이 얼굴을 들지 못하게 했다.
이 의원이 도보로 확인한 거리는 해운대구의 얼굴이자 중심인 원동인터체인지에서 중동 이마트까지 해운대로 양방향 도로변이다.
이 의원의 ‘5분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구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집행부의 살림과 행정 등에 대한 감시와 조언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며 “거액의 연봉과 각종 수당을 받으며 정쟁으로 날 새는 줄 모르는 여의도에 있는 국회의원들이 이 기초의원에게 본받아야 할 점이 많은 것 같다”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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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곤 의원이 직접 찍은 해운대로 변에 널브러져 있는 폐현수막 더미. 이하 이상곤 의원 제공 |
발로 뛰는 ‘5분 자유발언’으로 주목을 끈 ‘민의의 대변자’는 해운대구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상곤(재송1동) 의원.
이 의원은 지난달 22일 진행된 구의회 본회의 때 ‘5분 자유발언’을 하기 위해 지난 10월 중순, 11월 21일 두 차례에 걸쳐 왕복 15㎞에 달하는 해운대로(편도 4~5차로)를 직접 걸어가며 가로환경을 일일이 점검했다.
이 의원이 찍은 가로환경 관리상태가 드러난 사진은 △흉물로 변한 수십그루의 가로수 벌채 후 흉터 △뜯겨진 채 방치된 제설 대비용 모래주머니들 △해운대로 인도 주변 곳곳에 나뒹구는 폐타이어 △도로변 화단 등 곳곳에 숨겨놓은 폐현수막 △숨겨진 폐교통시설물 △대로변 무허가 고양이 숙소 △골고루 숙성된 각종 복합쓰레기 더미 △감전 위험천만한 전기시설물 △통행이 불가능한 우1동주민센터 옆 인도 실태 등 수백장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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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선 등이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는 해운대로 변 가로등 전기 설비. |
이 의원은 이 사진 자료를 35장으로 정리해 프리젠테이션용 파워포인트(ppt)로 작성해 ‘해운대구의 얼굴, 해운대로의 민낯은?’ 이라는 제목으로 5분 발언을 사진 설명을 곁들여 이어갔다.
이 의원은 “우리 나라는 옛날부터 손님이 오거나 아침에 일어나면 자신의 집 마당을 쓸고 손님맞이를 하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로 알고 있는 데, 우리 해운대구의 마당이고 얼굴에 해당하는 곳이 바로 해운대로일 것”이라며 “제가 최근 왕복 15km에 달하는 이 대로변 가로환경을 두 차례 걸어서 확인해 본 결과 충격적이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인도 위엔 언제 베었는지 모를 수십그루의 가로수가 흔적만이 흉터처럼 오랫동안 잘 보존되고 있었고, 제설 대비용 모래주머니가 몇 달 전부터 주머니가 뜯겨진 채로 길거리에 오랫동안 전시를 잘 하고 있었다”라고 구청의 업무수행 태도를 비꼬았다.
이 의원은 이어 “해운대로변 군데군데 폐타이어들이 나 뒹굴고 있었고, 철거된 폐현수막들은 보도 주변 가로화단 구석구석에 꼭꼭 잘 숨겨져 있었고, 철거된 시기가 가늠하기도 불가능한 폐교통시설물도 오래된 유물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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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설용 모래포대가 파손된 채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다. |
그는 마지막으로 “해운대구 우1동주민센터 옆 인도는 보행자가 걸어다닐 수도 없는 상태였다”고 지적한 뒤 “반면, 바로 옆동네인 동래구의 경우 가로변 전봇대와 가로등에 번호를 매겨가며 주변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는 데, 잘 하는 인근 지자체의 관리태도를 벤치마킹이라도 해서 세계인이 몰려오는 해운대구의 중심부 도시미관을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해운대구의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이 장면을 지켜본 해운대구 주민 정효상(63·해운대구 중동)씨는 “주민의 대변자로서 지방자치단체 행정에 대한 감시·감독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 것 같다”며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정파적 이익만을 위해 다투는 데 혈안이 된 국회의원들이 이 기초의원에게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한편, 이 의원은 지난 6월 헌혈 100회를 달성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명예장’ 헌혈 유공패를 받았으며, 지역 내 급식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실이 알려져 주민들로부터 ‘구정 감시 능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봉사정신이 몸에 밴 지역의 상일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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