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성이 멎지 않는 전쟁은 단지 국경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2022년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예상과 달리 빠르게 끝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단기간에 결론이 날 것으로 봤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전선은 크게 움직이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만 쌓이는 ‘소모전’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하다.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는 명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안보와 영향력 회복을 내세우고, 우크라이나는 국가 존립 자체를 걸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이 군사·재정 지원을 이어가면서 전쟁은 사실상 지역 분쟁을 넘어 ‘대리전’ 성격까지 띠게 됐다. 그 결과, 전쟁은 끝내기 어려운 구조로 고착됐다.
문제는 전쟁이 길어질수록 피해가 단순히 전장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흔들린 것은 에너지 시장이다.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았던 유럽은 공급망 재편에 나섰고, 이는 전 세계 에너지 가격 변동성을 키웠다. 식량 역시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적인 곡창지대 중 하나다. 수출 차질은 곧바로 글로벌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고, 특히 개발도상국에 큰 부담을 안겼다.
경제적 충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전쟁은 공급망을 ‘효율’ 중심에서 ‘안보’ 중심으로 재편하게 만들었다. 값싸고 빠른 생산보다, 위험을 분산하는 구조가 우선시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곧 기업 비용 상승과 물가 압력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체감하는 인플레이션의 배경에는 이런 구조적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 전쟁은 국제질서의 균열을 드러낸 사건이기도 하다. 냉전 이후 유지돼 온 ‘규범 기반 질서’가 실제로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줬다. 국제사회는 제재와 외교적 압박을 동원했지만, 전쟁을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강대국 간 이해가 충돌하는 순간, 기존 질서는 쉽게 무력화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세계는 점점 더 블록화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그 동맹국들 한 축과, 러시아 및 일부 국가들이 또 다른 축을 형성하는 구도가 강화되고 있다. 여기에 미·중 경쟁까지 겹치면서 국제정치는 협력보다 대립의 색채가 짙어지고 있다. 세계화가 후퇴하고 ‘각자도생’의 흐름이 강해지는 이유다.
그렇다면 이 전쟁은 언제 끝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는 단기간 내 종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어느 한쪽이 결정적인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는 한, 협상 역시 쉽지 않다. 결국 전쟁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리되는 것’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분쟁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새로운 형태의 불안정 상태를 의미한다.
이쯤에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이 전쟁은 남의 일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에너지 가격, 물가, 금리, 산업 구조까지 이미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 나아가 안보 환경과 외교 전략에도 직간접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전쟁은 총과 미사일로만 치러지지 않는다. 경제와 기술, 외교가 복합적으로 얽힌 ‘총력전’의 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그 전쟁은 이미 우리 삶의 바깥이 아니라 안으로 들어와 있다.
신재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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