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秋收)
이승민
봄날 여린 숨결로 깨어나
여름의 뙤약볕과 사나운 비바람을
뿌리 끝으로 삼켜 내던 날들이 있었다
초록의 고집을 마침내 내려놓고
제 무게만큼 고개 숙인 황금빛 들판,
흙의 정직한 약속이 이삭마다 묵직하다
낫 끝이 지나간 자리마다
오래 가려졌던 하늘이 넓어지고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
장맛비에 잠 못 들던 밤의 시름을
아버지는 꺼내지 않고 벼 묶음만 동여맸다
어머니가 논두렁에 펼쳐 놓은 보자기 위로
하얀 햅쌀밥의 김이 피어올랐다
개울물에 흙손을 씻고 둘러앉으니
거친 논둑이 우리 집 안마루가 되었다
산 그림자 내려앉는 골아실 비탈길,
나락을 높이 얹은 지게를 지고 시내를 건넌다
발을 헛디디면 물속으로 넘어질까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건너던 아슬한 개울길
아버지는 돌아오는 길에도
떨어진 이삭을 주워
내 작은 손에 쥐여 주었다
나는 그것을 흘릴까 봐
집에 닿도록 주먹을 펴지 않았다
秋収
李勝敏
春の日の淡い息吹で目覚め
夏の照りつける日差しと荒ぶる雨風を
根の先で呑み込んでいた日々があった
緑の意地をとうとう手放し
己の重みそのままに頭を垂れた黄金の野辺、
土の誠実な約束が穂ごとにずっしりと実る
鎌の先が通り過ぎた跡ごとに
長く遮られていた空が広がり
日照りにひび割れた田の底、
長雨に眠れぬ夜の憂いを
父は口にすることなく、ただ稲束を固く結わえた
母が畦に広げた風呂敷の上に
白い新米ご飯の湯気が立ちのぼった
小川の水で泥手を洗い、車座になれば
無骨な畦道がしばし我が家の板の間となった
山の影が落ちる坂道、
稲を高く積んだ背負子を担ぎ、小川を渡る
足を踏み外せば水の中へと倒れはしまいかと
全身の神経を尖らせて渡った小川道
父は帰り道にも 落ちた稲穂を拾い、
私の小さな手に握らせてくれた
私はそれを落としてしまうまいと
家にたどり着くまで拳を開かなかっ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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