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기업 위기…중요한 타임에 우리 대통령은 감옥에 가 있다

“위대한 미국, 지금부터 황금시대가 시작됩니다” 이렇게 포문을 연 도널드 트럼프 2기 시대가 시작됐다. 20일 취임 첫날에만 행정조치 46건에 서명했다. 이날 서명한 행정조치 중에는 조 바이든 행정부 때 내려진 조치 78건을 철회하는 내용의 행정명령도 포함돼 있다. 집권 2기 첫날부터 의회 승인 없이 대통령 서명만으로 정책 추진이 가능한 행정조치를 최대한 활용해 반(反)이민을 포함한 미국 우선주의 공약들을 빠르게 밀어붙이고 있다.
◆ 취임 첫날 美 남부 국경에 비상사태 선포
취임 첫날부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케치프레이즈를 높이 들고 이른바 위협적인 ‘MAGA 스톰’ 정책을 표출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 접한 남부 국경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후 불법 이민자의 망명 금지, 국경 장벽 건설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각종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기존 무역협정을 재점검하고 무역 적자의 원인을 조사하라고도 지시했다. 멕시코와 카나다에 고율관세 25% 부과 의지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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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과의 대화 도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핵능력(nuclear power)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북한이 핵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언급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해 “그를 좋아했고 매우 잘 지냈다. 그 역시 나의 귀환을 반길 것”이라고도 했다. 집권 2기 중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추진할 뜻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 트럼프 북한 핵보유국 사실상 인정
이날 취임식을 마친 뒤 캐피털원아레나에서 서명한 ‘1호 행정명령’을 통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내려졌던 행정조치 78건을 한꺼번에 철회했다. 이어 백악관에서 열린 2차 서명식에선 2021년 1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패배에 불복해 폭동을 일으킨 1500여 명을 사면하고, 14명을 감형했다. 취임 직후 첫 행보로 ‘바이든 정권 지우기’와 ‘진영 나누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체류자가 범죄를 저지를 경우 더 적극적으로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도 서명하며 “사형은 흉악범죄와 폭력범죄를 억제하고 처벌하는 데 필수 도구”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키로 한 방침도 철회했다.
◆ ‘딥스테이트 청산’ 조치들 줄줄이 서명
백악관이 내놓은 또 다른 핵심 의제는 연방정부 조직 개편이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딥스테이트’(기득권 관료집단)를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필수분야를 제외한 공무원 채용 동결 △연방 공무원 상당수를 해고가 자유로운 ‘스케줄 F’ 직군으로 전환 △공무원 재택근무 종료 등의 내용을 담은 행정조치들에 서명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자문기구로 정부 개혁을 주도할 정부효율부(DOGE) 설치도 공식화했다.
그는 이날 밤늦게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취임 후 올린 첫 게시물에서 “우리의 비전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부합하지 않는 전 정부 인사 1000여 명을 적극적으로 파악해 해고하는 중”이라며 해고가 결정된 고위공무원 네 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그는 이들 명단 옆에 자신이 과거 진행한 TV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에서 유행시킨 “YOU‘RE FIRED!(당신은 해고됐어!)”라는 문구를 넣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폐 청산(Drain The Swamp)’ 의제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행정조치도 폐기하기로 했다. 성 정체성에 근거한 차별방지 금지, 백악관 젠더정책위원회 설립, 소수인종을 위한 기회 증진 등의 행정명령을 철회했다. 이와 함께 ‘미국적 가치의 복원(Bring Back American Values)’ 의제에 따라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성별만 법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또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공식화하며 “정치적으로 편향됐고, 미국에 과도한 부담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20년 WHO를 탈퇴했으나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뒤집었다.
◆ 모든 나라에 보편 관세 20% 부과할 듯
이날 발표한 조치에는 당초 우려된 보편 관세(모든 수입품에 최대 20%과세) 계획이 명확히 포함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진행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보편 관세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며 빠른 시일 내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동맹국까지 포괄하는 보편 관세는 한국도 예외는 아닌데, 4월쯤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를 불안에 떨게 하는 ‘마가 노믹스’ 시대가 마침내 열린 것이다. AP통신은 “큰 충격과 공포(shock & awe)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전문가들은 한국의 수출과 산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들이라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모든 수입품에 최대 20% 관세 부과는 대미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겐 치명적이다. 미국의 보편관세 부과 시 한국의 연간 수출액이 최대 448억달러(약 65조4000억원) 감소할 것이란 연구 결과도 있다. 화석 에너지원 개발 확대 방안도 첫 행정명령에 포함될 것으로 보여 전기차와 배터리 보조금 정책에 기대 현지 생산을 늘려온 한국 자동차·배터리 업계에 타격이 우려된다. 반도체·철강 역시 주요 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늘리는 쪽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화오션은 약 1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필리 조선소를 인수했고, 현대제철은 미국 내 제철소 건설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포스코도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을 검토중에 있다. 세아그룹은 텍사스주에 연산 6000톤 규모의 특수합금 공장을 추진하고 있다. 철강 쿼터를 피하기 위해서다. HD현대일렉트릭 역시 4000억원을 투자해 변압기 공장 생산 능력을 늘리는 등 미국에 직접 공장을 짓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 위기의 순간 우리 대통령은 감옥에 가 있다
하지만 개별 기업의 대응만으론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보편 관세 예외나 보조금 혜택 유지 등은 정부 간 협상이 필요하다. 방위비 분담과 관세 정책 등 여러 쟁점을 모아 빅딜로 풀어내는 협상력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이 내세우는 제조업 부흥과 안보에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내세우고, 조선·원전 협력등 윈윈 전략을 정교하게 짜야 한다. 기업과 정부가 똘똘 뭉쳐 대응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지금, 고환율 고물가 정치-안보 불안이 가속화되면서 파산 위기에 처해있다는데, 우리 대통령은 감옥에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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