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진 후 물방울로 땅속 깊이 서서히 적시는 ‘점적관수’의 과학
금산군, '한낮 관수 금지' 등 현장 맞춤형 처방 총력
[로컬세계 = 전상후 기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삼의 본고장, 고려인삼의 심장부인 충남 금산의 인삼밭이 지금 거대한 기후 위기의 시험대에 올랐다. 연일 펄펄 끓어오르는 가마솥더위와 유례없는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천년의 지혜로 가꿔온 인삼 생태계가 치명적인 ‘고온 피해’의 위협 앞에 놓였다.
국내 최대 규모의 인삼 재배 면적과 유통 인프라를 자랑하는 금산군이 주산지의 명예와 농민들의 땀방울을 지켜내기 위해 과학적이고 세밀한 현장 예방기술을 총동원하며 총력대응에 나섰다.
◆ 서늘함의 작물 인삼, 펄펄 끓는 폭염에 잎 바스러져
원래 인삼은 비교적 서늘하고 통풍이 잘되는 환경에서 가장 잘 자라는 까다로운 생태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염과 건조한 날씨가 장기화하면서 토양 내 수분이 급격히 마르고 이로 인해 염류집정이 가중돼 인삼의 정상적인 수분 흡수가 근본적으로 차단되고 있다.
이로 인해 밭마다 잎의 가장자리가 바짝 마르거나 하얗게 타들어 가는 증상이 속출하고 있으며, 특히 환경 변화에 민감한 1~2년근 어린 인삼들을 중심으로 잎이 조기에 떨어지고 생육이 완전히 멈추는 심각한 피해 사례가 고개를 들고 있다. 수량 감소는 물론 전체적인 품질 저하로 직결되는 상황이어서 재배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 ‘해 진 후 점적관수’의 지혜… 물방울로 지키는 생명의 숨결
이런 고온피해를 막기 위해 금산군이 현장에 강력하게 권고하고 나선 핵심 방어전략이 바로 ‘해 진 후 점적관수(Drip Irrigation)’다.
흔히 식물에 물을 준다고 하면 한낮에 시원하게 뿌려주는 것을 떠올리기 쉽지만, 온도가 최고조에 달한 대낮에 인삼밭에 물을 주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된다. 강한 햇볕 아래 수분이 급격히 증발하며 토양 온도를 높이고 습한 열기를 가두어 인삼 뿌리와 잎에 치명적인 화상형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가 진 직후, 기온이 떨어진 시간대에 실시하는 ‘점적관수’야말로 가장 과학적인 해법이다. 점적관수란 미세한 구멍이 뚫린 관수 호스를 통해 필요한 양의 물을 토양 표면이나 뿌리 근처에 방울방울 형태로 천천히 떨어뜨려 공급하는 관수 공법이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수분이 증발하는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토양 속 깊은 곳까지 적정 수분을 고르게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잎과 줄기에 과도한 습기가 차는 것을 막아 병해충 발생 위험까지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 시설 점검부터 현장 예찰까지, 금산군의 '빈틈없는 입체 방어'
금산군은 점적관수 지도와 더불어 기존 해가림 시설의 차광상태와 통풍구조를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현장상황에 따라 차광망을 추가로 설치해 강한 직사광선을 물리적으로 차단하고 시설 내부온도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막는 입체적인 환경관리를 독려 중이다.
또 농업기술센터 등 관련 인력을 총동원해 주요 인삼 재배 포장을 상시 예찰하고, 농가별 맞춤형 현장 기술지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금산군 관계자는 “최근 이어진 기록적인 고온과 건조 기상으로 인해 면역력이 약한 1~2년근 어린 인삼들을 중심으로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며 “폭염이 물러갈 때까지 해 진 후 철저한 점적관수와 적정 토양수분 유지 등 행동요령을 반드시 지켜주시길 바라며 행정도 가용한 모든 역량을 동원해 농가 피해 최소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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