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컬세계] 안성시 일죽면 주민 8600여명이 한달 반 동안 면내 단 한곳뿐인 목욕탕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일 시와 주민들에 따르면 1997년부터 수의계약으로 목욕탕을 위탁운영하던 김모(46·송천리)씨가 올해부터 바뀐 제한경쟁입찰에 탈락하면서 그동안 사비로 쓴 시설 개보수비를 보전하라며 안성시와 대립, 목욕탕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주민 한달 넘도록 이용못해 큰 불편
“소송하더라도 문열고 손님 받아야”안성시 일죽면 송천리 산 35-9번지 일죽면복지회관에 자리한 일죽목욕탕은 시 공유재산이다. 복지회관 목욕탕은 지난달 3일 한국자산공사 전자자산처분시스템의 전자입찰에서 이모(송천리)씨가 목욕탕 운영권 입찰을 따냈다.
그러나 기존 운영자인 김씨는 억울해 물러 설 수 없다고 주장하고 시는 법대로 진행해야 한다며 한치 물러섬 없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마을 주민 8600여명이 목욕탕을 이용하지 못한 채 볼모로 잡혀 있는 상황. 이웃 삼죽면의 목욕탕에 가려면 승용차로 10여분을 달려야 한다.
김씨는 이번 경쟁입찰과 관련해 “변호사를 통해 자산공사와 시, 면에 입찰무효 통보서를 보냈다”면서 “입찰금을 완납하지 않고 지난 9월8일 계약을 했다. 공고문에는 9월9일까지 내라고 되어 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아 경쟁입찰 결과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낙찰자가 예금보증 60일짜리를 끊어 계약을 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 김씨는 “2005년 이후부터 시설 노후 등으로 인해 민원이 많이 발생해 이를 고치기 위해 시에 3억2000만원의 공사비 견적서를 제출했다”며 “당시 시는 ‘예산이 없으니 먼저 수리하면 이후 예산을 세워 공사비를 보전해 주겠다’고 약속해 고쳤지만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위수탁 약정서 6조2항에는 ‘목욕탕 운영에 필요한 복지회관 내 시설 및 개보수한 금액은 지불을 요구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김씨는 “1998년 1900여만원을 들여 보수했고 2005년 살고 있던 아파트를 처분해 대출을 받아 2억4000여만원으로 시설 개보수에 들어갔다”면서 “시의 주장과 위수탁 약정서대로 따르면 어떻게 전 재산을 처분하면서까지 시설 개보수를 할 수 있었겠냐”고 반문했다.
복지회관 목욕탕 운영에 따른 시의 사업보조금 미지급 건도 불거졌다. 김씨는 “시에서 매년 2100만원씩 지원 받아왔다. 올해는 지난 3월5일 300만원, 3월15일 1500백만원을 지급받았다. 받지 못한 나머지 300만원을 요구했으나 시는 정상적으로 지급됐다면서 지불을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의를 제기하자 1년을 연장해 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 또 아내가 안성시장을 찾아가 사정 이야기를 했다. 면에서 이야기하는데 시장이 1년6개월로 연장을 할 수 있으면 하라고 했다. 어떻게 입찰이 끝난 상태인데 연장을 할 수 있는지 의아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시와 기존 운영자 대립 주민만 피해
일죽면은 김씨의 형편을 고려해 기간을 연장해 주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은 인정하지만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김씨의 주장이 잘못됐다며 상반된 입장이다. 입찰 계약 의혹과 관련, 면은 공유재산 관리조례에 따라 ‘입찰을 실시하는 최초 연도에는 대부료 납부기간을 60일까지 유예할 수 있고 이후 연도부터는 30일까지 유예할 수 있게 정해져 있다’고 김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면 관계자는 “목욕탕을 위탁운영하겠다는 사람이 여럿 나왔고 어떻게 한 사람에게 계속 수의계약을 할 수 있냐는 항의가 들어와 입찰로 갈 수밖에 없었다”면서 “배려하는 차원에서 입찰자를 설득해 1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고, 시장 지시로 1년 6개월 연장을 얘기한 적 있다”고 말했다.
면은 김씨가 일방적으로 자기주장만을 펼치며 정당한 행정의 집행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면 관계자는 “수·위탁 계약을 하려면 계약이 끝나기 한달 이전에 수·위탁 요구서를 제출해야하는데 그런 절차를 뒤늦게 밟았다”고 말했다. 반면 김씨는 “통상적으로 그렇게 절차를 밟아왔다”는 입장이다.
김씨가 변호사를 통해 자산공사와 시, 면에 입찰 결과 취소 통보서를 지난달 15일 보냈다는 내용에 대해 면 관계자는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김씨가 구두로 약속받았다는 2억4000만원 공사비 보전과 관련해서 면은 “그 당시의 내용을 알 수 없고 위수탁 약정서 내용에 들어 있는 내용대로 모든 행위에 대해서는 일체 지급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전비 부분에 대해서 면은 “계약만료 기간이 8월 중순이다. 보전비는 비수기인 3월부터 9월까지 지급되는데 계약이 8월로 끝났기 때문에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시의 주장과 달리 보전비는 지난해 2월25일 일시불로 2100만원이 입금됐고 올해에는 1800만원이 입금됐다.이에 대해 면 관계자는 “8월에 계약이 끝나기 때문에 9월분은 다음 계약자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돼 있으나 그동안 수의계약이 되어오던 관례로 미리 지급 된것으로 알고 있다”고 항변했다.
김씨는 면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1년 정해진 예산을 이렇게 나눌 수 있냐. 지난 8월10일 수의계약을 위한 재수탁 요청서를 발송 했다. 담당 공무원이 공문을 보여줘 입찰로 진행 되는 줄 알았다. 보전비에 대한 면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올 초부터 입찰을 하기 위한 일이 진행 됐던 것 아닌가”라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면은 김씨에게 오는 26일까지 목욕탕을 비워달라는 최종 통보를 보낸 상태다.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고문변호사를 통해 명도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일죽면 내 10여개 사회단체 인사들은 지난 17일 김씨를 찾아가 법적대응은 하되 면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으니 목욕은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송천리 이장 김모(53)씨는 “돌아오는 이장단 회의에서 목욕탕 운영중단에 대한 대응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면 관계자와 김씨에 따르면 목욕탕 낙찰을 받았다는 입찰자의 입금 완납내역은 19일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로컬안성 = 이석구 기자 lsg0025@segye.com
- 기사입력 2010.10.25 (월) 11:29, 최종수정 2010.10.25 (월)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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