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세계] ‘민선 5기 지방정부의 과제’로 진행된 특집기획의 마지막은 문화관광·축제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지방정부에서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된 분야가 문화관광·축제다.
재정 상황이 여의치 못하고, 산업구조가 취약한 지방정부에게 관광과 축제는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숙제에 한 줄기 빛과도 같은 존재로 비춰졌을 것이다. 세계 속의 대한민국, 대한민국 안의 지방정부가 문화관광과 축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갖춰야 할 노력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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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엔 최적의 내수진작·고용창출 산업
관광객 입맛에 맞는 체계적인 홍보 뒷받침돼야
모방보다 지역특색 살린 프로그램 개발 최우선
문화관광과 지역축제가 지방정부의 중요한 화두가 된 것은 1995년부터다. 굴뚝 없는 산업이라는 관광과 축제를 통해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경제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였다. 지방자치 16년째를 맞았지만 변한 건 없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관광과 축제가 지방정부에게 중요한 요인으로 고용창출에 최적의 산업이라는 점을 꼽았다.
“경제위기 이후 지역의 최대 현안은 일자리 문제다.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기업을 유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정부도 적지 않는 투자를 해야한다. 하지만 관광산업은 그렇지 않다. 관광객이 늘어나면 자연적으로 관광분야 종사자가 증가하게 된다. 새로운 관광지나 호텔, 축제 등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일자리도 만들어진다”
지난달 1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132개 시·군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역관광이 고용창출에 미치는 영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 관광사업으로 일자리가 6만7000개 늘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정부는 관광과 축제에 투자를 하며 지역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오세훈 시장이 재임했던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총 1180억7986만원의 홍보비를 썼다. 여기에 2010년 홍보비 예산으로 책정된 것은 480억9559만원. 합치면 1500억원이 넘는다.
지금까지 서울시가 이렇게 관광에 신경을 쓰고, 대외적으로 홍보를 한 적은 없었다. 관광산업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관광을 통해 수입은 물론 시의 격을 높이고자 하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서울의 홍보활동은 서울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으면 하는 게 전문가들의 바람이다.
지방정부의 재정 규모가 서울과 같지 않은 이유도 있으나, 더욱 중요한 건 서울이 대한민국 여행의 관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을 찾는 대부분의 관광객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서울로 들어온다. 서울을 찾은 관광객의 체류기간을 늘리고, 경비 지출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각 지방정부와 관광코스 개발을 통한 연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해외 관광객 유치와 여행경비 지출 확대를 위해서는 서울과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관계가 모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이 지닌 대도시의 면모와 조선 500년의 도읍지로서 간직한 역사는 분명 매력적인 관광요소다. 그러니 여기에 도시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관광 요소를 타 지역과 연계해 상품을 만듦으로써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는 지방정부 간에도 마찬가지다.
이 교수는 “관광 등 모든 사업을 지자체 단위로만 생각하지 말자. 여행자에게 행정구역은 중요하지 않다. 동선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지방정부가 서로 자기 지역만 생각하고 욕심을 내는 것을 꾸짖는다. 관광을 하는 데 지역을 구분하는 선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여행하는 사람들의 욕구, 즉 트렌드를 무시한 처사다.
관광 초기의 여행형태는 점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여행 횟수가 잦아질수록 점차 선과 면으로 중요성이 옮겨간다. 하나가 아닌 둘 이상의 여행지가 코스를 이루고, 주제도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닌 자기만의 체험 위주의 여행으로 변화하는 등 복합적인 요소를 띠게 된다.
사람들의 여행 욕구가 복잡해지고 세분화됨에 따라 한 지역의 관광자원만으로는 충족시키기 힘든 게 사실이다. 지역 간 구분을 허물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훌륭한 여행상품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관광객들은 필요에 따라 여러 지역을 넘나들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이 교수는 여행을 자전거 바퀴에 비유한다.
“자전거 바퀴는 살만 있어서도 안 되고, 허브와 림만 가지고도 굴러갈 수 없다. 이들이 서로 튼실하게 맞물리며 지탱해야 아무런 문제없이 굴러간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각 지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또 관광객과 결합되어야 여행이 풍성해 진다”
관광객의 요구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홍보에 있어서도 관광객에 대한 배려는 필수다.
전국의 각 시·군은 별도의 문화관광 홈페이지를 제작해 지역을 알린다. 관광책자도 만들어 배포한다. 하지만 지역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홍보물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주제별로 나열해 놓은 게 대부분이다. 지역의 관광지를 전부 소개하기만 하니 관광객 입장에서는 어디로 가면 좋을 지 고민하게 된다. 막상 찾아가더라도 실망을 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행지의 경중을 알 수 없으니 그렇다. 지역을 대표하는 곳과 비중이 덜한 곳이 있게 마련인데, 그런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니 관광객은 난감할 따름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관광객의 니즈 분석이 필요하다. 누가 주로 찾는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분석을 해야 한다. 여행도 경험이다. 학습이 되면 수준이 올라가듯. 경험이 쌓이면 전문화 되고 진지한 여가를 위한 투자를 하게 된다. 그에 걸맞는 안내를 해줄 수 있어야 한다”
관광객의 여행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하는데, 이들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그에 대응하지 못한다. 그러니 관광객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구조가 됐다.
지방정부에서는 여행지는 제외하더라도 숙박, 음식점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것을 제시하지 못한다. 물론 관의 특성상 그렇게 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사정이 그러하니 관광객에게 이해해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담당 공무원이 다하려는 생각은 버리자. 여행하는 사람의 수준은 높다. 여기저기 다녀보고 수준을 높이고, 꼭 필요한 답을 얻기를 바라는데…. 어떻게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겠는가. 관이 해결하기 힘들다면 지역의 누군가와 함께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지 고민해서 손을 잡는 것도 좋다. 지역 단체를 활용하거나 온라인 상에서 관광객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전문적으로 제공해 줄 수 있는 여행상담원을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관광객이 원하는 정보를 줄 수 있는 소스평가체제가 필요하다”
최근 관광 홍보를 위해 활용되는 스토리텔링은 관광객의 호기심과 흥미를 끌어내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은 존재한다. 자칫 사실이 아닌 허구로 이야기를 꾸며 마치 진실인 것처럼 포장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스토리텔링이 관광지를 포장하는 중요한 수단이기에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스토리텔링을 통한 홍보를 위해서는 누가, 무엇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느냐가 중요하다. 자칫 작가의 상상이 만들어 낸 허구가 진실로 포장돼 관광객이 믿는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신중해야 한다. 제대로 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의 역사에 정통한 전문가, 관광을 아는 사람,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작가가 한 팀을 이뤄야 한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과 지역민의 독창적 프로그램 개발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 지역의 관광자원에 대한 이해와 관광객의 여행트렌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수반돼야 한다.
이 교수는 문화관광 활성화를 위해 절대 무리수를 두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는 상대적으로 관광자원이 부족한 지역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가져다 박물관 등을 건립하는 걸 예로 들었다.
전국에는 관광객의 주목을 끌지 못하는 고만고만한 박물관이 많다. 과연 우리 지역에 박물관이 필요한지, 정말 경쟁력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조성해 놓고 운영이 안돼 부채만 지는 경우도 있다. 단순히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사업은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오니 조심해야 한다.
“최근 걷기여행이 트렌드가 되면서 전국에서 너도나도 올레길, 둘레길을 만들고 있다. 제주 올레길이 성공하니 이를 모방하는 형태가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선점당한 상품을 관광객에게 각인시키기는 어렵다”
지역민의 참여와 재원의 자생력 갖춰야
이훈 교수는 문화관광을 이야기하면서 축제를 빼놓을 수 없다고 한다. 축제야 말로 지방자치와 함께 본격적으로 성장한 것이며, 지역의 성장방안으로 주목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축제의 나아갈 바에 대해서 그는 “축제는 주민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며 성공여부 역시 지역주민의 참여수준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이는 축제가 지역주민이 자발적으로 지역의 역사, 인물, 종교성에 대한 상징과 자긍심을 놀이적 형식으로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우리 축제가 자생력을 키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현재 시점에서 우리축제의 과제는 스스로 서는 자생력을 기르는 것이다. 지역주민과 상인에 의한 축제 재원의 모금, 기업후원을 통한 재원확보, 기념품과 축제상품을 통한 축제운영수익 확충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금확보를 해야 한다”
축제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주민의 자발성과 창의성이 축제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 재원의 자립성을 매년 조금씩 늘려나가려는 지역공동체의 합의와 노력이 절실하다.
이 교수는 국제적인 유명 축제들이 백여 년의 역사를 지니면서 자신의 특성과 매력을 일반화해 발전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 한국축제도 지속성이라는 관점에서 장기적 발전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문화적, 생태환경적, 품질, 운영주체의 독립적 지속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사회문화적 지속성은 지역문화를 바탕으로 지역의 동의와 협력을 통한 지속성이다” 축제는 지역의 문화와 어우러져 발전하고 진화해야 하는데, 지역민의 동의와 협력을 얻어내지 못하는 축제는 지역으로부터 배척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의 역사성, 의미성, 놀이성을 콘텐츠로 발굴해야 하며 스토리로 엮어가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김제지평선 축제가 쌍용이라는 지역 이야기로 경연대회를 만들거나 춘천국제마임축제가 ‘마임은 춘천의 마음’이라는 슬로건을 통해 지역에 천착하려는 노력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생태·환경적 지속성은 환경문제가 축제를 포함한 모든 현상의 주요지표가 되고 있는 만큼 축제를 통한 생태환경의 변화를 측정하고 영향요인을 규명해 생태적 지속성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개최하는 축제에 대해 에너지 사용, CO2 발생 및 자연생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고 생태·환경적 지속성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이미 해외에서는 축제이벤트의 생태 환경성을 측정하여 관리하기 위한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품질의 지속성이란 축제를 통해 지역주민의 여가체험과 방문객의 관광체험 등 질적 측면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축제기획과 프로그램 과정에서 콘텐츠를 외부 의존형으로 초빙형식에 맞추는 것보다는 자체적으로 개발해 자신들의 콘텐츠를 축척해가는 방식이어야 한다.
화천 산천어축제의 경우 수용력을 넘는 방문객으로 인해 ‘산천어 낚시’를 하지 못하거나 주차를 하지 못해서 많은 불만을 낳은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예약제를 도입하고 주차시설을 정비하는 관리방안을 도입해 품질개선을 했다.
축제의 지속성은 한 번 많은 방문객이 몰려오는 것보다는 일정수준의 방문객이 지속적으로 재방문할 수 있도록 만족도를 유지하고 매년 새로운 매력을 창출하는 노력에 달려있다.
“운영주체의 독립적 지속성은 축제의 운영 및 관리주체가 독자적 체계를 갖추고 상설화되는 것이다”
지역축제의 경우 행정기관에서 지역주민과 전문가가 축제위원회를 통해 운영주체가 될 수 있도록 교육되고 훈련되어야 한다. 경기도 A시의 한 축제는 전문가들에게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바뀌면서 정치적으로 폐지되는 사례가 있었다.
이훈 교수는 위의 네 가지 측면의 지속성을 강조하면서 지방정부가 축제 발전에 대한 사려깊은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고 부탁한다.
“한국사회에서 산업화 과정 중 많은 기업들이 생겨났지만, 30년 이상 지속된 기업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 기업의 주요이슈 중 하나는 ‘어떻게 지속가능한 기업이 될 것인가’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각 지역도 자신의 축제를 개발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한 만큼 이제는 우리 축제들을 어떻게 관리하여 발전을 지속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뉴스룸 = 오주환 기자 hiskorea@segye.com
- 기사입력 2010.08.02 (월) 12:38, 최종수정 2010.08.02 (월)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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