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개방 안 하나 물었더니 "기자들 있으면 식사시간에 자유롭게 얘기하는데 방해돼"
운영지원과장 "(구내식당)이용 가능한 다른 곳(기관)으로 이동하면 되잖아" 행위 권리침해 막말
시민단체 활빈단 대표 "구내식당 1층으로 옮겨 모든 민원인, 출입기자 자유롭게 이용하게 해야"
기자실↔청사로비 연결통로 불과 1.7m(면적 0.5평) 어린이집 핑계로 폐쇄계획 세운 뒤 일방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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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부산지방국세청 1층 로비 엘리베이터룸 앞 출입문에 ‘제한지역’이라는 팻말 2개가 3개월째 나란히 부착된 채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이 때문에 출입증이 없는 출입기자와 민원인들은 안내·방호원석에 일일이 용건을 밝혀야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어 매우 불편한 상황이다. |
2010년 국민이 낸 세금으로 부산 연제구 연산2동 일대 행정타운에 청사를 신축, 이전한 부산지방국세청이 출입기자와 민원인들에게 11년째 구내식당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갑질 횡포를 부려 말썽이 되고 있다.
특히 부산국세청은 이 구내식당을 ‘구내식당’이라는 명칭 대신 기숙사나 병원, 종교단체 등이 주로 운영하는 형태인 ‘집단급식소’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면서 ‘직원끼리만 이용하는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 된 모습이다.
부산국세청은 또 청사 1층에 어린이집을 새로 설치하는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기자실과 사전 협의 없이 기자실↔청사로비 사이를 잇는 길이 1.7m(면적 0.5평 정도) 밖에 되지 않는 통로를 폐쇄한 채 샛문을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한 뒤 “이해 좀 해달라”며 일방적으로 통보해 출입기자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이 통로는 기존 로비에서 기자실로 연결되는 길이 12m, 폭 2m 규모의 대형통로를 기자단이 거의 대부분 어린이집에 양보한 뒤, 기자실의 새출입구에서 로비로 나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ㄱ자 형태의 반 평 정도에 불과한 좁은 공간이다.
기자실↔청사로비 사이를 잇는 통로가 폐쇄되면 기자들은 샛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후문을 통해 청사로 들어온 뒤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15m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를 100m 이상 돌아서 가야 한다.
부산국세청은 지난해 연말에는 기자실을 현 청사에서 3㎞ 정도 떨어진 연제구 연산9동 별관(옛 부산국세청사)으로 옮기는 방안을 몰래 세운 뒤 일방적으로 출입기자들에게 통보했다가 거센 반발에 부닥쳐 포기한 바 있다.
참다못한 일부 기자들은 국세청 본청 청장실과 감사관실에 부산청의 연이은 ‘공익침해 행위로 인한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는 갑질 행위’에 대한 진정을 27일 제기했으며,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감사원에도 감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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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9일 오후 4시경 부산지방국세청 1층 로비. 김대지 국세청장이 지난해 8월 부임한 이후 코로나19 때문에 미루던 초도순시차 내방하기 직전 방역라인을 허문 뒤 청사 현관에서부터 엘리베이터룸까지 20여m 구간이 일직선으로 보행할 수 있도록 뻥 뚫어놓아 ‘황제 초도순시’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
27일 부산국세청 출입기자들에 따르면 부산국세청은 11년 전 옛청사 시절에는 구내식당을 1층에 배치해 출입기자와 민원인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게 했으나, 연산2동에 위치한 현 청사로 이전한 2010년 5월부터는 구내식당을 청사 최상층인 10층에 스카이라운지 형태로 설치한 뒤 민원인은 물론 청사 입주기관 직원들인 출입기자조차 드나들지 못하게 막고 있다.
민원인과 출입기자들에게는 청사를 오르내릴 수 있는 카드를 발급하지 않아 아예 엘리베이터를 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한 출입기자가 지난 2월 중순 구내식당에 올라가려다 1층 엘리베이터룸에서 방호원과 직원이 강제로 가로막는 바람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몸싸움이 벌어진 다음 날 부산국세청은 민원인과 출입기자 등 외부인들이 집단급식소가 있는 부산청 사무동에 아예 접근을 못하도록 엘리베이터룸 앞 출입문에 ‘제한지역’이라는 팻말을 2개나 부착해 더욱 강화한 갑질을 시작했다.
이로 인해 출입기자와 민원인들은 ‘제한지역’ 안에 위치한 화장실마저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화장실에 갈 때마다 안내 및 방호원석에 “화장실 좀 이용하려고 한다”라고 일일이 용건을 말한 뒤 승인을 받고 엘리베이터룸 출입문을 열어줘야 이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 요실금 증세가 있는 출입기자는 화장실에 들어가는 절차가 복잡해 안내·방호석 담당직원들이 보안용 전자칩이 내장된 카드를 빨리 찾지 못해 허둥대는 사이 때때로 속옷에 뇨를 흘리는 웃지 못할 사태도 이따금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출입기자단의 항의가 계속되자 부산청은 화장실 이용만 가능한 출입증을 발급해 이달 중순 제공했다. 이 출입증을 발급하면서도 부산청의 갑질은 계속 이어졌다.
이 출입증은 애초 보안구역이 아닌 사무동 1층 화장실과 1층 로비 현관을 드나드는 게 가능할 뿐 사무실과 집단급식소가 있는 2~10층엔 사용이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부산청은 이 출입증을 지급하면서 ‘보안서약서’를 내밀며 서명을 요구하는 바람에 일부 기자들은 수령을 거부했다.
출입기자 구내식당 이용 불가방침에 대해 부산국세청 측은 지난해부터 계속해서 “기자들이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을 이용하게 되면 직원들이 식당에서 좀 쉬면서 자유롭게 대화를 할 수 없게 되는 등 불편해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는 어이없는 입장을 당연한 듯 표명하고 있다.
출입기자들이 지난 2월 부산국세청 구내식당 이용 불가 방침, 불친절 직원들, 민원인 주차면 오전 9시 이전부터 선점하는 몰염치한 직원 행태 등에 대해 국세청 본청에 강하게 항의하자 당황한 부산청 운영지원과 관계자가 기자실을 방문해 △출입기자 구내식당 이용 허용 △출입증 발급 △직원 친절 교육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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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활빈단 홍정식 대표가 지난 2월 부산지방국세청사 앞에서 ‘공무원들부터 방역수칙 철저 준수’라는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그러나 두 달이 넘도록 출입기자들의 구내식당 이용에 관한 방침을 확정하지 않은 채 어물쩍 넘기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27일 한 출입기자가 손해수 운영지원과장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항의하자, 손 과장은 “내가 언제 약속했나. (구내식당)이용 가능한 곳(기관)으로 이동하면 되지 않나. 시청이나 시경으로 가면 될 것 아니냐…”라며 ‘행위의 자유와 권리’를 속박하는 듯한 막말을 퍼부었다.
지난해 부산국세청 직원 100여명의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 위반건에 대해 고발했던 활빈단 홍정식 대표는 “국민 세금으로 지은 건물에서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한편으로는 국세를 징수하는 중요한 업무를 부여받은 국가공무원들이 근무하는 부산국세청의 갑질이 상상을 초월한 수준인 것을 이제야 알게 됐다”며 “국세청 본청 감사관실은 제 식구 감싸기한 하지 말고, 구내식당을 ‘집단급식소’로 둔갑시킨 편법 운영 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를 실시해 부산국세청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엄중하게 조치하라”고 일갈했다.
홍 대표는 이어 “국가 공무원들의 국세청 건물 내 구내식당 독점 이용은 공익침해 행위로 인해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는 갑질 행위가 분명하다”며 “부산국세청은 즉각 구내식당을 1층으로 옮겨 민원인과 출입기자들의 자유로운 이용을 허용하고, 그동안의 갑질에 대해 공식 사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 홈페이지에는 감사원의 감사를 받는 기관이나 단체, 공무원 등의 공익 침해 행위로 인하여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는 사항의 경우 감사원에 제보하거나 감사를 청구할 수 있다라고 안내하고 있다.
부산=글·사진 전상후 기자 sanghu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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