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고소 이후 고소인 9명 중 일부만 진술 받아
피고소인 7명 중 상당수 조사 안 한 듯
준종합병원장 가족·친인척이 핵심 경영진인 법인이 경매사기 주도
리모델링공사 업자 등 피해자 9명 3년 전 공사대금·인건비 30억원 한 푼 못 받아
송정해수욕장 송정마리나타운 운영사 ㈜한국해양레저스포츠·㈜한국해양레포츠송정마리나 두 회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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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공사 대금 30억여원을 3년째 받지 못해 고통을 겪고 있는 이영효·김두식씨 등 업체 대표들이 지난 6월 30일 해운대경찰서 민원실에서 강력한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주차장에서 해운대서 청사를 배경으로 언론사 촬영에 응했다. |
[로컬세계 부산=글·사진 기획취재팀] 준종합병원급의 병원장 부부가 핵심 피의자로 연루돼 있는 130억원대 허위채권 경매사기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 경찰이 달아난 ‘하수인에 불과한 공범’ 1명의 ‘소재 파악이 안 된다’는 이유로 지난해 11월부터 10개월째 수사를 중지해 말썽이 되고 있다.
이 경매사기사건으로 3년여 전에 진행된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양레저컨트롤하우스(송정마리나타운) 리모델링공사비 등 30억여원을 받지 못한 소규모 시공업체들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으며, 한 업자는 화병으로 지병이 악화해 숨지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이 경매사기의혹사건에 대해 피해자들이 수사촉구 진정서를 제출하고 해당 경찰서를 항의 방문하는 등 사회문제로 비화하고 있는데도 “수배자가 발견될 때까지는 수사를 재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는 등 ‘먼 산 불구경’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28일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에 위치한 ㈜한국해양레저스포츠(이하 한국해양레저) 소유 송정마리나타운 리모델링공사를 한 업체들에 따르면 피해자 9명은 공사비·인건비 30억960만원(VAT 포함)을 경매사기를 벌여 떼 먹은 혐의로 한국해양레저 전현직 임원과 이들이 기존 채무 면탈용으로 설립한 ㈜한국해양레포츠송정마리나(이하 송정마리나) 전현직 임원, 임원 가족, 친인척 등 7명을 상대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사기 및 횡령) 위반, 경매입찰방해, 강제집행면탈 등의 혐의로 지난해 1월 해운대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피해자들은 이어 같은 해 5월 한국해양레저 대주주인 부산 J병원(준종합병원) 병원장인 심모씨의 부인 김모씨 등 6명에 대해 같은 혐의로 2차 고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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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송정동 송정해수욕장 서편에 위치한 ㈜한국해양레저스포츠(현 ㈜한국해양레포츠송정마리나) 소유의 송정해양레저컨트롤하우스(송정마리나타운) 전경. 두 대주주 그룹이 2019년 경매사기 수법으로 리모델링공사비 등 30억여원을 떼먹어 고소당했다. |
1·2차 고소사건 피고소인들은 J병원장 심씨 부부를 비롯해 한국해양레저 회장 이모(69)씨, 이씨 아들(50·한국해양레저 대표이사), 도피 중인 이삼사(47·전 한국해양레저 대표이사)씨 등 모두 13명이다.
본지가 취재한 고소장과 경매관련 서류를 종합하면 핵심 피의자인 병원장 심씨와 한국해양레저 회장 이씨, 도피중인 이삼사씨 등 피의자들은 공모해 130억원대의 허위채권을 만드는 등 경매관련 서류를 조작한 뒤 ‘권리신고 및 배당요구신청서’를 2019년 7월 부산지법 동부지원 경매과에 제출했다.
피고소인들은 이에 앞서 2019년 6월경 송정마리나타운 리모델링공사를 한 뒤 못 받은 공사대금 27억여원(인건비 제외)에 대한 유치권을 행사 중인 고소인들에게 접근해 감언이설로 “유치권을 포기하면 자신들이 원활하게 경매낙찰을 받아 미납 공사대금에 대해 즉시 지급하겠다”라고 속인 뒤 ‘공사대금정산합의서’를 작성해 나눠가졌다.
그러나 피고소인들은 약속을 어기고 정작 법원경매 절차에서 고소인들의 유치권 신고, ‘권리신고 및 배당 요구 신청’을 교묘한 수법으로 막았다.
피고소인들이 ‘경매낙찰 후 미납 공사대금을 즉시 지급하겠다’고 한 말은 모두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고소인들의 ‘공사대금 유치권’을 포기하도록 하는 데 성공한 피고소인들은 약속을 어기고 공사업자들을 아예 경매 진행 절차에서 ‘우선배당’ 순번에 넣지도 않았다.
피고소인들은 그 직후 130억원대의 허위 또는 가공된 채권을 법원에 신고한 뒤 ‘기존 채무 면탈용으로 설립한 자본금 100만원짜리 법인’인 송정마리나 명의를 이용해 2020년 5월 18일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70억원에 송정마리나타운 건물을 경매 낙찰받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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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송정해수욕장에 위치한 ㈜한국해양레저스포츠 소유의 송정해양레저컨트롤하우스 앞마당에서 동해바다 위로 수십m 설치된 수상 데크 전경. 장기간 방치되다보니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있다. |
당시 장기간 영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던 송정마리나타운은 법원 공식 감정가격이 42억9980만원에 불과해, 정상적인 경매 절차를 통해서는 감정가 대비 62%나 높은 가격에 경매 낙찰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피고소인들이 다른 사람들의 경매 참여를 막기 위해 130억원대 허위·가공 채권을 이용해 장난을 친 결과다.
심씨와 처남 김모(44)씨, 지인 등 3명은 경매 절차가 진행 중이던 2019년 7월 당시 한국해양레저의 지배주주로서 총 53.44%(심씨 본인 43.44%, 처남 김모씨 5%, 지인 5%)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심씨 부부는 그 보다 1년 4개월 이전인 2018년 3월경 한국해양레저를 경영해오면서 영업부진 등으로 자금압박을 받아온 회장 이씨와 연결돼 미상의 금액을 투자, 지배주주 지위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의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병원장 심씨 부부가 한국해양레저의 사내이사로 취임한 날짜는 2018년 3월 7일이고, 심씨 처남 김씨가 이 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날은 2018년 4월 11일이어서 이 무렵 액수 미상의 심씨 부부 돈이 이 회사에 투자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심씨 부부와 처남 김씨 등 3명은 한국해양레저의 송정마리나센터 건물 경매 과정에서 총 27억6978만원(심씨 16억6000만원, 부인 김씨 9억원, 처남 김씨 2억978만원)의 채권자라며 2019년 7월 11일 부산지법 동부지원에 금전소비대차계약공정증서를 첨부해 ‘권리신고 및 배당요구신청서’(이하 배당요구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들 3명이 제출한 총액 27억여원에 대한 각자의 배당요구신청서를 보면 채권발생일이 모두 2019년 7월 3일로 동일하고, 변제기일은 하루 뒤인 7월 4일자로 명시돼 있어 한눈에 봐도 허위채권 서류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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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준종합병원급 병원장과 해운회사 실질대표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대주주로 있는 ㈜한국해양레저스포츠(현 ㈜한국해양레포츠송정마리나)의 전현직 임원들의 경매사기의혹사건을 장기간 뭉개 지탄을 받고 있는 해운대경찰서 전경. |
이 당시 한국해양의 대표이사는 바로 병원장 심씨 처남 김씨였으며, 이들은 무슨 연유인지 거액의 배당요구신청서도 자신들이 직접하지 내지 않고 당시 한국해양레저의 여직원으로 근무 중이던 김모(37·여)씨를 ‘제출대리인’으로 내세워 법원에 제출했다.
차용금 입금내역 등 차용 근거자료는 어디에도 없다.
심지어 심씨 등 3명은 또 이 27억여원의 채권에 대해 법원에 ‘권리신고 및 배당요구신청서’를 제출한 직후 닷새나 지난 2019년 7월 16일에야 근저당권 설정을 했다.
특히 심씨 등 친인척 3명은 권저당권 설정 이틀 뒤인 7월 18일 ‘근저당권 설정’이 돼 있는 등기부등본이 첨부된 27억여원 규모의 배당요구신청서를 법원에 또다시 제출해 총 12억9010만원을 배당받았다.
사회지도층 인사 부부가 허술하고 형식절차만 따지는 법원경매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국가의 경매·입찰제도의 공정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다.
본지 취재진은 병원장 심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지난 16일 오후 J병원을 찾았으나 진료실에서 만난 심씨는 “지금 진료를 해야할 시간이기 때문에 이따 연락을 하겠다”라고 말했으나 지금까지 연락이 없는 상태다.
한국해양레저 회장 이씨 부부와 아들(49), 이씨 가족의 지인 정모(60·여)씨 등 4명도 ‘차용금 입금내역’ 등 근거자료가 없는 56억9707만원에 달하는 허위·가상 채권에 대한 ‘권리신고 및 배당요구신청서’를 법원에 제출, 27억5620만원을 배당받았다.
지난해 1월 ‘1차 고소장’을 접수한 해운대경찰서는 고소인 9명 중 이성균(64·하나전기소방 대표), 김석출(65·전 한국해양레저 본부장), 양성운(61·남경인터내셔널 대표)씨 등에 대해서만 지난해 5월경 형식적인 고소인 조사를 진행한 뒤 손을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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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공사 대금 30억여원을 3년째 받지 못해 고통을 겪고 있는 업체 대표 2명이 최근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 남쪽에 있는 송정마리나타운 앞에서 건물을 가리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
상황이 이런데도 해운대서는 일부 피고소인들에 대해서만 조사를 한 것으로 추정되며, 지난해 11월 25일 핵심 피의자인 병원장 심씨 부부와 한국해양레저 회장 이씨 부부 등 피고소인 전원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하수인에 불과’한 달아난 피의자인 ‘이삼사 소재 발견 때까지 수사중지한다’라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렸다. 강제수사로 전환해야 하는 데도 무슨 이유인지 이를 외면한 것이다.
이삼사에 대해 ‘지명통보’를 했는데 이는 보통 500만원 이하의 소액 경제사범들에게 취하는 조치이다.
이에 대해 해운대서 수사과의 한 관계자는 “피의자(이삼사)가 소재 파악이 안 되기 때문에 수사중지한 상태고, 수배자가 발견될 때까지는 수사를 재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라고 한 고소인에게 말했다.
이 사건에 대해 법조인 및 고소인들은 “이 사건의 경매진행에 대한 기록들만 자세히 살펴봐도, 모든 서류가 사기경매를 하기 위해 눈가림용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금방 파악할 수 있는 사건”이라며 “해운대경찰서 수사팀에 대한 경찰 상부기관의 전면적인 감찰이 진행돼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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