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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금옥 씨가 하네다공항 이벤트에서 입춤을 추고 있다. |
[로컬세계 = 글·사진 이승민 특파원] 오는 11월 30일, 도쿄에 위치한 카구라자카 세션하우스(神楽坂セッションハウス)에서 우리 고유의 춤으로 구성된 ‘춤갈무리’를 공연한다. 남과 북, 두 갈래로 맥을 이어온 한반도의 전통무용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이번 공연은 이날 오후 2시와 오후 6시, 2회 공연한다.
공연을 앞두고 주최자 신금옥 씨와 해설자 박경란 씨를 도쿄 리쿠기엔(六義園) 공원에서 만나보았다. 가을이 끝나가고 있지만 도쿄는 아직도 계절을 잊은 듯 따사롭다. 높고 푸른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좋다. 파란 숲으로 이어진 아늑한 녹색길 저만치 물든 단풍잎 하나 둘 한적하게 얼굴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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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춤갈무리 주최자 신금옥 무용가. |
신금옥(辛錦玉) 씨는 오사카에서 출생한 재일교포 2세다. 조선학교에 들어가 어린 시절부터 조선무용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금강산 가극단에 입단하여 프로 무용가로서 주로 일본 무대에서 활약했다.
2002년부터는 한국무용을 다시 공부하기 시작하여, 2010년 전주대사습놀이 제1회 일본대회에서 살풀이춤으로 문화상을 수상했다.
2012년에는 첫 리사이틀 ‘桃仁花舞’를 개최했고, 2014년부터는 한국무용교실을 운영, 제자 양성에 주력하는 한편 해마다 무대공연을 펼치면서 한국 고유의 전통무용을 일본에 알리고 있다.
이번 공연의 주최인 화인회(회장 신금옥)를 모체로 한 한국무용친목회 K・댄스는 모임장소를 지요다구(千代田区)에 두고, 구내에서의 1일 체험교실이나 구가 목표로 하는 다문화 공생 사업이나 이벤트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국제교류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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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쿠기엔에서 무용가 박경란 씨. |
해설자 박경란(朴景蘭) 씨는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를 졸업하고 2006부터 2022년까지 동경한국학교에서 중고등부 무용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일본 오차노미즈여자대학(お茶の水女子大学)에서 비교문화사회학 박사과정 재학 중이다.
개인 공연으로는 2015년 한일수교정상화 50주년기념 세션하우스(츠쿠바노바홀) 공연을 했다. 그리고 오는 30일 ’춤갈무리’ 공연에서 해설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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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용가 박경란 씨가 무용연습을 하고 있다. |
박경란 씨의 활동으로는 학생들을 데리고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쥬리아의 유배지였던 고우즈섬(神津島)에 가서 쥬리아제를 주최했고, 오모테산도(表参道)에서 한일축제한마당 퍼레이드(KBS 다큐멘터리 3일 방영), 주일본 한국대사관에서 유엔참전 70주년 기념공연, 재일본민단 행사, 8.15 광복절 기념행사, 세계해외무역협회 초청공연 등 일본 내 공공기관이나 한일축제, 각 단체의 초청으로 30여 회의 공연에 참가하여 기획 및 연출 총안무를 담당했다.
수상으로는 2015년 제3회 일본 한국전통예술경연대회 창작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2016년 재외국민 교육유공자 수상 -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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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쿠기엔에서 무용가 신금옥 씨와 박경란 씨. |
오는 30일 공연할 ‘춤갈무리’ 공연에는 한반도의 남과 북에 기반을 두고 전승되어 온 2명의 특별 손님 조선무용가와 한국무용가가 초대된다. 조선무용가 송영숙(宋栄淑) 씨는 장검무를, 한국무용가 유경화(柳京華) 씨는 진주지방의 교방굿거리춤을 추워 남북한의 양대 전통무용의 진수를 감상하게 된다.
일본을 무대로 크게 활약하고 있는 2명의 한국무용가 신금옥 씨, 박경란 씨와 함께 공원을 거닐며 ‘춤갈무리’와 남과 북의 춤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단순히 형상적인 몸짓만을 보여주는 춤보다는 그 무용의 혼을 표현하여 마음속에 오래 남아질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춤갈무리’를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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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용가 신금옥 씨와 박경란 씨가 조선무용과 한국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한반도가 두 갈래로 나뉘었듯이, 무용에 있어서도 조선무용과 한국무용으로 나뉘어 있고 그 사이에 제가 있다는 사실을 느껴, 이제는 서로의 춤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인정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이번 기회를 만들었어요.”
“한국무용을 관객들에게 단순히 보여주는 지금까지의 일방적인 공연 방식이 아닌, 조선무용과 한국무용을 모두 경험한 저만이 전달할 수 있는 공연을 펼칠 것입니다”
“관객과 함께 하나의 주제를 통해 상상하고 창조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출연자와 관객 모두가 상상력을 발휘하여 보이지 않는 벽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경계선이 있더라도 그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공연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조선무용은 춤동작이 빠릅니다. 속도감이 살아있는 동적인 멋에 기본을 두고 있기에 젊지 않으면 하기 힘들지만 한국무용은 정적인 멋과 흥에 기본을 두고 있기에 적당한 속도의 춤입니다. 한국무용은 나이가 들어서도 춤추기기에 조금도 힘겹지 않지요.”
“조선무용은 무용가 최승희의 기본동작을 기초로 하여 펼쳐진 춤입니다. 조선무용과 한국무용의 뿌리는 하나라서 언어도 의상도 문화도 같습니다. 하지만 풍속이 다른 환경 속에서 세월을 두고 각기 발전해 왔기 때문에 엄밀하게 보면 남과 북의 춤은 같은 것 같으면서도 다릅니다. 또 북한에서 최승희의 무용 시절 악기가 조금씩 개량되었지요. 같은 민족의 혼에서 출발한 춤이지만 악기가 다르다 보니 감성이 달라지고 박자나 호흡이나 춤사위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저 신금옥에게는 작은 꿈이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춤이 어떻게 표현되고 계승되어 왔는지 정리하고 싶어요. 앞으로 3년 동안 검무, 소고춤, 장고춤을 갈무리하고 싶습니다. 매년 도쿄와 오사카에서 한반도의 역사와 지리 그리고 춤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어떻게 전달되어 왔는지 작품과 함께 표현하려고 생각합니다. 조선무용가 최승희의 기본 동작 중 ‘칼춤’을 연구해 오신 박경란(朴景蘭) 선생님과의 만남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공연 ‘춤갈무리’의 순서를 보면 구음검무(口音剣舞) 신금옥(辛錦玉), 한반도의 검무해설 박경란(朴景蘭), 조선무용 장검무(長剣舞) 송영숙(宋栄淑), 논개별곡 신금옥(辛錦玉), 진주교방굿거리춤 유경화(柳京華), 진도북춤 신금옥(辛錦玉), 김영숙(金瑛淑), 정민수(鄭民秀), 나카야히로노(中谷裕乃), 남부용(南富用) 등의 순으로 진행한다. 원작이 가진 의미와 예술적 감성을 신금옥의 예술세계로 정리하는 갈무리의 지평을 춤으로 펼치게 된다.
그동안 신금옥 씨는 무대에서 한국의 혼과 매력을 춤으로 표현하면서 국경을 초월한 문화교류를 위해 노력해 왔다. 또한 조선무용과 한국무용을 겸비한 내공과 저력으로 한국 전통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일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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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춤갈무리 안내장 앞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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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춤갈무리 안내장 뒷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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