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성왕이 선물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불상
선광사 주지조차 못 보는 비밀불…복제불만 7년마다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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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선광사에 비치된 백제 삼존불상. (복제본으로 본당에 세워진 전립본존) |
[로컬세계 이승민 특파원] 일본에는 ‘평생에 한번은 선광사에’라는 말이 있다. 642년 창간된 고찰인 선광사(젠코지)는 불자든 불자가 아니든 시민 누구나 찾는 곳으로 연간 700만명이 이곳에서 무병장수 등 소원을 빈다.
일본인들에게 선광사는 마음의 고향이다. 또한 일본의 불교가 여러 종파로 갈라지기 전에 세워진 선광사는 일본 불교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일본 3대 사찰로 꼽히는 선광사는 예전에는 ‘백제사’로 불렸다. 서기 552년 백제 성왕이 일본 긴메이천황에게 선물로 보낸 아미타여래 삼존불상이 안치돼 있기 때문이다.
삼존불상은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좌우 양편에 관음보살과 세지보살을 거느리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불상으로 일본중요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현재 이 불상은 본당 지하 어둠 속에 안치돼 사찰의 주지조차도 보지 못하는 비밀불로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7년마다 대중에게 공개되는 불상은 복제불이다. 본전불은 본당 어둠 속에, 복제불은 세상 속에 비치하는 데에는 여러 속설이 있다.
일본 불교왕조 역사서인 ‘부상략기’에는 “백제 성왕이 아미타여래 삼존불을 보냈고 선광사에 모셨다”고 기록돼 있다.
선광사 안내책자에 의하면 “백제 왕으로부터 받은 삼존불상을 놓고 당시 불교를 수용하느냐 마느냐 큰 정쟁이 벌어졌다. 군권을 잡고 있던 폐불파 모노노베 일당은 지금 오사카 지역 ‘호리에’ 강물에 불상을 갖다 내던져 버렸다. 당시 나가노에 살던 혼다 선광이 위험을 무릎쓰고 그 강물에 가서 불상을 건져 반불파를 피해 고향 나가노로 모셔와 자기 집에 비밀불당을 만들어 놓고 안보이는 곳에 숨겨놓았던 것이 오늘의 선광사의 시초이고 비불이 된 유래로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또 하나의 설에 의하면 일본에 불교가 자리를 잡아갈 무렵 열도는 전쟁에 휘말려 사찰이 소실되는 사건들이 빈번했다. 백제 왕으로 부터 받은 매우 귀한 불상인지라 전란에 파손될 위험이 있어 늘 감춰놓았던 것이 전통이 됐다고 한다.
실제로 선광사는 1400여년 동안 7번의 큰 화재가 발생하는 등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녔다. 그때마다 땅에 묻어 숨기기도 하고 안전한 곳에 피신시키기도 하면서 위기를 면해보려 했지만 전란 속에 탈취당하기도 하고 화재에 손상되기도 하고 각지에서 위조불상이 나도는 등 만고풍상을 겪으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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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에 한번 삼존불을 보여주는 일본 선광사 개장식 행사가 열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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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선광사를 찾은 참배객들이 삼존불상과 연결된 회향주를 손으로 만지면서 소원을 기원하고 있다. |
올해는 7년마다 열리는 삼존불 개장 축제가 열리는 해이다. 선광사는 4월 5일부터 5월 31일까지 삼존불 개장 축제를 개최해 삼존불을 공개하고 있다.
삼존불 개장 축제에는 사찰마당 가운데에 사각기둥 하나를 세워놓는다. ‘회향주’라고 하는 10m 높이의 이 기둥 꼭대기에 금실을 묶어 삼존불상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에 연결해 놓았다. 삼존불과 연결된 이 회향주를 만지면 부처님과 인연이 돼 큰 공덕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본당 앞에 세워진 회향주를 만진 참배객은 본당에 들어가 전립본존(복제 삼존불)에 참배를 하고 부처님과 더 깊은 인연을 맺고자 아미타 삼존불이 모셔져 있는 깜깜한 지하로 들어가 암흑같은 통로를 걸어서 순례한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통로를 따라 더듬더듬 걸어 가다보면 손잡이 같은 열쇠를 만지게 된다. 이 열쇠가 바로 저승과 이승의 공덕을 가져다주는 열쇠이다. 이 열쇠를 만지면 극락왕생한다는 전설에 연간 수백만의 순례자들이 이곳을 방문해 이 열쇠를 만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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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선광사에서 이방자비 숭모회 회원 100여명이 법회에 참석해 영친왕 일가를 추모하고 있다. |
한편 이번 삼존불 개장 축제 기간인 11일 선광사 별관 현정원에서는 이방자비 숭덕회 주최로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과 이방자비 추모법회를 개최했다.
추모객들은 이은 전하 45주기, 이방자 비 26주기, 이진 전하 93주기, 이구 전하 10주기를 맞아 추모하고 명복을 빌었다. 특히 이날은 영친왕의 장남 이진 전하가 생후 8개월만에 독살을 당해 생을 마친 날이다. 한일간에 슬픈 역사의 날로 여겨 위패와 지장보살이 안치돼 있는 선광사에서 매년 이날 추모법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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