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도 팔 걷고 동참 … 한빛부대 PKO 파견지로 의미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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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남수단 보르 지역에 코이카 사업으로 건립된 루알디트 초등학교 건물 모습. 건물 기초의 높이를 높여 홍수피해를 예방토록 했고 건축 자재로 내구성이 높은 종류로 채택돼 강도를 보강했다. 유니세프 제공 |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가 아프리카 신생국가이자 최빈국 남수단에서 아이들의 교육기회 제공을 위한 학교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이카는 23일 남수단 중부도시 보르(Bor)에서 ‘홍수 범람에도 튼튼한 교실건립과 개보수’ 공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사는 코이카가 유니세프(UNICEF)와 공동으로 진행 중인 「남수단 긴급상황에서 회복력으로의 연계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이 사업은 △학교 개보수와 증축을 통한 교육기회 제공, △안전한 식수공급으로 건강 회복, △병원 기자재 지원과 인력양성으로 보건 지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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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남수단 보르 지역에 코이카 사업으로 건립된 루알디트 초등학교 건물 모습. 건물 기초의 높이를 높여 홍수피해를 예방토록 했고 건축 자재로 내구성이 높은 종류로 채택돼 강도를 보강했다. |
최근 대규모 폭우 등으로 빅토리아 호수의 수위가 100년 중 최고치(13.6m)로 치솟고 이에 따른 방류량이 늘어나면서 나일강 유역에 위치한 남수단은 반복되는 홍수로 큰 피해를 입어왔다. 홍수피해는 학교들도 마찬가지여서 물이 차면 학교를 폐쇄하고 수개월간 수위가 저절로 내려가거나 책걸상이 마르도록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학교가 폐쇄되면 아이들은 가정에 방치되는데 이 때 농사일에 동원돼 학업을 포기하거나 여학생들은 청소년 임신과 조혼에 노출되게 된다. 교사와 주민들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지난 3년간 홍수 때마다 같은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다.
이에 대응해 코이카는 교실 개보수와 증축을 진행해 최근 4곳의 학교(교실 16개)에 대해 공사를 마쳤다. 개보수된 학교들은 건물 기초를 높여 홍수가 나더라도 교실이 침수되지 않도록 했고 건축자재도 내구성이 높은 종류로 교체했다. 또한 건물이 풍수해를 견디도록 만들어져 최악의 재난 상황에서는 집이나 다른 곳보다 학교에 머무는 것이 안전하도록 기획됐다. 유니세프는 이번 공사로 4개 학교 학생 7470명이 혜택을 보게 됐으며 추가 등록 등을 통해 내년까지 수혜자수는 1만 명을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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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알디트 초등학교 학부모이자 학부모-교사협회(PTA) 회원이기도 한 데이비드 아케치(왼쪽) 씨는 “코이카 사업 은 단순히 학교 건물 개보수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변화를 불러왔다”며 “코이카 도움을 계기로 우리도 더욱 단단해졌다”고 말했다. |
루알디트(Lualdit) 초등학교의 학부모인 데이비드 아케치(David Akech) 씨는 “이번 공사는 단순히 학교 건물 개보수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변화를 불러왔다”며 “코이카와 유니세프 도움을 계기로 우리도 더욱 단단해졌다(stronger)”고 말했다.
그간 홍수피해에 손을 놓고 있던 주민들은 코이카 사업을 계기로 자발적으로 모금을 실시해 학부모당 50,000SSP(남수단 파운드)씩을 갹출했다. 학교에 학생이 다니고 있는 모든 가정이, 한 곳도 빠짐없이 모금에 참여했다. 가정당 부담한 돈은 $10(13,000원) 정도로 한국에서는 푼돈이지만 남수단에서는 한 달 소득의 10%가 넘는 큰 돈이다. 이렇게 모금된 돈은 트럭을 임차해 흙을 실어나르고 학교 기반을 다지는데 보탬이 됐다.
최빈국에서 개발협력사업을 진행할 때는 이와 같은 주인의식(ownership)이 매우 중요하다. 코이카 등 외국 공여기관을 통해 제공된 시설에 대해 애착을 형성하고 사업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지속가능성’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번 학교 공사를 계기로 지역사회 활성화도 기대된다. 학교 건물이 풍수해 예방교육 등 주민참여와 인식확산 시설로도 활용될 수 있어서다. 유니세프 또한 “코이카의 도움으로 더 이상 홍수가 학업중단과 지역사회 혼란을 의미하지 않게 됐다.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을 지원해 준 코이카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업은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인도적 지원-개발-평화간 연계(HDP Nexus)’ 사업의 면모도 재부각했다. 인도적 지원(Humanitarian), 개발(Development), 평화(Peace)의 앞글자를 딴 세 요소를 잘 연계함으로써 분쟁의 원인을 해소하자는 HDP Nexus 사업의 대표적인 국가가 남수단이다. 코이카는 인도적 지원과 개발업무를 맡고 한빛부대가 ‘유엔남수단임무단(UNIMISS)’ 일환으로 치안유지와 공병·의료지원을 담당해 시너지를 도모하는 것이다. 코이카는 이번 사업 외에도 「남수단 분쟁 피해자 대상 응급외과 및 보건의료 활동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며 WFP, UNHCR, UNDP, UNFPA 등 유엔기구와 추가 사업을 협의하고 있다.
안지희 코이카 우간다사무소장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젊은, 그래서 불안정한 국가 중의 하나인 남수단이 한국 정부의 개발협력사업과 HDP 연계로 발전과 안정을 향해 나아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여건이 열악한 만큼 좋은 성과를 내도록 유엔기구들과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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