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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소설가 |
그 어느 때보다 말도 많고 사연도 많던 미국 대선이 막을 내렸다. 일단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는 여론 조사를 뒤집지 못하고 바이든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이 선거의 끝은 아주 씁쓸한 결과를 낳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임을 자랑하는 미국에서 부정선거 논란이 튀어나오며 지지자들 간에 폭력사태가 벌어지는가 하면 후보자인 트럼프 당사자가 선거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 역시 우편투표 문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총선 때 사전투표 문제를 들어서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고, 집회를 열기도 하며 맞서고 있듯이 트럼프 역시 우편투표만 아니었다면 자신이 승리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의 역대 선거를 돌이켜 보면, 그것이 부정이 개입되었든 아니면 패자가 부정이라고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것이든 간에, 대개는 당해 선거에서 처음 승자로 발표된 후보가 결국에는 승자가 되는 결과를 가져온 통계가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어떻게든 일단 선거는 이기는 데 집중하다 보니, 혹시 문제가 될 만한 소지가 있어도 놓치게 되지만, 일단 당선이 되어야 그런 문제를 풀어나가기 쉽다는 생각을 갖고 오로지 선거의 승리에만 매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필자는 지난 9월 18일, 본지 칼럼 “미·중 힘겨루기와 대한민국(제3회)”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부르짖는 트럼프의 근소한 승리를 예상했었다. 4년 전 힐러리와의 대선에서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했다.
그렇게 장담할 수 있던 필자의 논리는 단 하나다. 내 나라 백성들을 위해서 일한다는데, 세계 최강의 미국이 되어 패권을 차지하겠다는데 싫다고 할 백성은 없다. 다만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그래도 세계의 이목이 있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은 전면에 서서 여론 조사에도 참여하는 것이고, 겉으로 드러내 놓고 말은 못 하지만 내 백성의 일자리 창출해주고 세금은 깎아주기 위해서, 이민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 우방들에게 전비를 대폭 증액하겠다는데 싫다고 할 백성은 없다는 것을 투표를 통해서 보여 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4년 전 선거에서 나타난 결과가 그대로 될 것을 예측했다.
다만 트럼프의 승리는 큰 이변이 없는 한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런데 바로 그 큰 이변이 생겼다. 트럼프의 코로나 감염이 그 이변이다. 이런 이변은 필자도 예상하지 못하던 대참사였다. 특히 트럼프에게는 그렇다. 트럼프와 바이든은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방법이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정치는 명분이다. 정치인은 공약을 지키지 못할지라도 그에 대한 합당한 명분이 없는 한, 죽으면 죽었지 그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속성을 가진 자들이다. 그래야 하는 이유는 자신이 공약을 지키지 못한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유권자는 실패를 인정한 그와 그의 소속정당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등을 돌리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코로나의 근원이 중국으로, 우한 폐렴이라고 주장하며 중국 책임론을 주장했다. 그것은 미국이 중국과 무역 전쟁으로, 아직은 전초전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을 정도로 약하게나마 일전을 치르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책임 역시 중국에서 발발된 잘못이라는 것을 빗대서 한 표현이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은 그 우한 폐렴이 두렵지 않다는 것을 백성들 앞에서 보여주기 위해서 마스크를 벗어 던졌다. 그것은 지금 중국과 벌어지기 시작하는 무역 전쟁은 물론 중국과의 패권 다툼을 위한 그 어떤 힘겨루기를 해도 두렵지 않고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백성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의미 있는 행동 중 하나였다.
트럼프가 우한 폐렴이라고 일컬으며 자신은 두렵지 않다고 마스크를 벗고 유권자들 앞에 나타난 것은 중국과의 패권 다툼을 염두에 두고 중국을 우습게 본다는 표현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로 트럼프가 의도했던 것은, 그런 자신감 표현을 통해서 지난 4년 동안 돌출된 자신의 언행들이 결코 돌출된 언행이 아니었고, 미국 우선주의를 통한 강한 미국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 선택했던 방법 중 가장 큰 하나였다.
그런데 자신이 코로나에 감염되고 말았다. 그리고 코로나는 감염자가 바로 전파자라는 공식에 의해 코로나 전파자가 되고 만 것이다. 자신의 강인함을 통해서 미국의 강인함을 보여주며 중국과의 일전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그 자신감을 스스로 깨트렸다.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소설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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