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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소설가 |
트럼프가 코로나에 감염되면서 그의 정책은 물론 돌출된 언행까지 지지했거나 아니면 긴가민가 여기며 지켜보던 백성들 중 많은 이들이 실망했고, 그 실망에 대한 표는 트럼프에게 패배를 안겨준 것이다. 자신이 한 미래에 대한 설계의 말은커녕, 현재 자신의 몸조차 지키지 못하는 후보에게서 일부 백성들은 등을 돌린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옮겨간 유권자들이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는 트럼프가 싫어서 그에게서 표를 거둬갔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트럼프에게서 바이든으로 표를 옮겨 심을 때에도 그들에게는 반드시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이든 역시 미국 우선주의에서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비록 트럼프가 추진하던 우방에 대한 강경한 정책들에 대해서는 다소 완화하는 변화가 있을지 모르지만, 중국에 대한 정책만큼은 크게 변하는 것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오히려 더 강력하게 대했으면 대했지 뒤로 물러서는 유함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지금 미국과 중국의 대립을 단순한 무역분쟁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미국과 중국은 힘겨루기를 통해서 세계 패권을 거머쥐겠다고 서로 날뛰는 것이다. 바이든 역시 대 중국 정책만은 강경하게 유지하면서 세계 패권을 차지하는 것을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패권 양보는 자국 힘이 약해지는 서러움도 겪는 일이지만, 그와 동시에 그가 속한 민주당과 자신은 정치적으로는 죽음에 이르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칫 바이든이 중국에 대한 강인한 정책을 펴기 위한 조건이 시진핑에 비해서 불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중국은 시진핑이라는 고대 제왕이 자기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고, 바이든은 의회의 견제가 존재하는 구도에서 중국에 대항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우려는 할 필요도 없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세계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공화당도 민주당도 가릴 것 없이 나설 것이다. 시진핑 혼자서 고대의 제왕처럼 군림하며 부르짖는 소리에 비하면 수십, 수백 배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국익을 위해서라는데 망설이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필자의 견해로는 오히려 트럼프의 돌출 행동보다 양당이 단합하여 더 강력하게 밀어붙힐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아시아의 강력한 파트너인 일본을 가지고 있다. 물론 트럼프가 선택한 파트너이지만, 어쨌든 그 관계는 모종의 역학관계에 의해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 틀림없다.
트럼프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가로막기 위해서 미국이 펼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가장 선봉에 세울 파트너로 일본을 택했다.
물론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며 막강한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인도와 오세아니아의 맹주로 중국과 서로 사정거리 안에 있는 호주 역시 그 파트너로 택하여 함께 가고 있지만, 미국이 중국과의 패권 쟁탈전에서 이기기 위한 것에 대한 기여도 등을 고려하여, 이번 칼럼에서는 인도와 호주에 대해서는 언급을 극소화하고 미국과 중국과 일본과의 문제를 중점으로 다루기로 한다.
극우주의를 지향하는 일본이야말로 중국을 견제하며 아시아에서 미국의 오른팔 역할을 해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트럼프가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얼핏 생각하기에는 일본의 경제력과 그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군사력 증강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그 배경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지금은 스가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잠시 뒷전으로 물러난 일본의 아베 전 총리는, 2013년 5월 12일 미야기현 히가시마쓰시마시 항공자위대 기지를 방문하여 곡예비행단을 시찰할 때, '731'이라는 편명이 적힌 훈련기 조종석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었다. 곡예비행단이 소유하고 있는 8대의 비행기에는 '730', '805', '804' 등의 식별 번호가 부여되어 있는데 아베는 하필이면 ‘731’이라는 편명의 비행기에 오른 것이다. 그리고 비행단 측은 "아베 총리가 731기를 탄 것은 우연"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소설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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