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대 만발한 수목과 그 사이로 멀리 신기루처럼 떠있는 덕유산 자락의 모습.(사진=한상길 기자) |
[로컬세계 한상길 기자]전라북도 무주와 장수, 경상남도 거창과 함양군에 걸쳐 있는 덕유산은 해발 1,614m의 향적봉을 정상으로 하여 백두대간의 한 줄기를 이루고 있다.
주봉인 향적봉을 중심으로 1,300m 안팎의 장중한 능선이 남서쪽으로 장장 30여km를 달리고 있고 그 가운데 덕유산 주봉을 비롯해서 동쪽에는 지봉, 북쪽에는 칠봉이 자리하고 있다. 덕이 많은 너그러운 모산(母山)이라 해서 덕유산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덕유산의 아름다움은 13개의 대(臺), 10여 개의 못, 20개의 폭포 등 기암절벽과 여울들이 줄지어 있는 구천동 계곡으로도 이어진다.
▲양옆으로 흰 눈꽃 칠을 한 조형물로 장식된 계단이 마치 겨울 왕국으로 들어가는 숨은 입구 같다. |
주봉에서 남서쪽으로 뻗은 능선에는 중봉, 백암봉, 동업령, 무룡산, 삿갓봉을 거쳐 남덕유산으로 이어지며 일명 덕유산맥으로 부르기도 한다.
안성 매표소에서 동업령으로 오르니 엊그제 맛보기로 내린 눈이 양지에서는 물러나고 음지에서는 바닥에 똬리를 틀고 자리하고 앉아있다. 산허리부터는 잔설이 바람을 타고 분무처럼 흩날리며 고갯마루로 달음질한다.
바람과 찬기운의 도움으로 주변의 초목에는 실하게 상고대가 피어났다. 그 면적이 광활하여 마치 눈에 쌓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모든 것이 다 상고대의 작품이다. 순결하고 밝게 피어오른 상고대의 모습은 천상의 백색 화원처럼 보이면서 곳곳에 청량감이 피어오른다.
▲수목의 가지에 핀 상고대로 덕유산 동업령 일대가 백색의 화원을 이루고 있다. |
이 기운을 가슴에 한껏 부여잡고 싶지만 아쉽게도 걷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고대가 길옆의 산죽 위로 녹아 떨어지며 마치 양철 지붕 위에 빗방울 부딪히는 소리를 낸다.
동업령에서 향적봉에 이르는 능선의 고위평탄면인 덕유평전에는 드넓은 초지가 펼쳐져 있어 아름다운 목장지대 같은 느낌이 들며 마음이 푸근해져 개활지 특유의 세찬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게 된다.
덕유산의 겨울철 설경은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경치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하니 눈 소식이 있는 날이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재빨리 곤돌라를 타고 향적봉을 오른다. 이들의 열기가 향적봉의 칼바람과 한기를 한결 누그러뜨리고 있다.
주봉을 거쳐 구천동을 나서는데 홀연 진눈깨비가 사나운 바람을 동반하며 내린다. 저들이 다시 만들 또 다른 작품을 상상하니 가는 걸음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올해는 눈 소식이 뜸한지라 이쯤도 복이라 위안을 삼는다.
▲잔잔하면서도 드러나지 않는 부드러운 힘을 느끼게 하는 덕유평전과 덕유산 능선의 모습. |
[저작권자ⓒ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