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부터 관련 프로그램 2,598회 운영…누적 참여 2만3,785명
진로체험기관 재인증·AI 창의독서 연계…청소년 교육 기반 강화
지역 대학·산업기관 협력 추진…체험을 진로와 창작 역량으로 연결
[로컬세계 = 임종환 기자]책을 읽고 지식을 얻던 도서관이 직접 만들고 실험하며 미래 기술을 익히는 공간으로 넓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로봇을 움직이며, 3D프린터로 아이디어를 실제 결과물로 구현하는 활동이 공공도서관의 새로운 역할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고양특례시는 대화도서관을 중심으로 AI와 로봇, 디지털 제작 기술을 접목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메이커스페이스와 미디어 제작 스튜디오를 갖추고 시민에게 기술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초·중학생 진로교육과 AI 기반 창의독서를 연계해 교육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첨단 기술을 일부 전문 교육기관이나 산업 현장에서만 접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이 생활권 안에서 경험하도록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하는 것만으로 미래 인재 양성의 성과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체험이 창작 능력과 진로 탐색, 지속적인 학습으로 이어지도록 교육 과정을 설계하는 일이 중요하다.
책 읽는 공간에서 만드는 공간으로…대화도서관의 변화
고양시 대화도서관은 자료 열람과 독서 활동을 넘어 미래산업 분야의 창작과 실습을 지원하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1층 메이커스페이스는 시민이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3D프린터와 레이저가공기 등 제작 장비를 갖춘 공동 작업 공간이다. 이용자는 필요한 장비를 활용해 설계한 결과물을 만들어 보고, 제작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다.
이 공간은 장비를 이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제작자들이 도구와 경험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로 발전해 왔다. 2018년부터 운영을 이어온 가운데 2024년에는 국립중앙도서관의 메이커스페이스 운영 모범사례로 선정됐다.
2층에는 기존 웹툰 스토리창작실을 개편한 미래산업 창작실과 미디어 제작 스튜디오를 마련해 디지털 콘텐츠 제작 활동을 지원한다. 지하 1층에는 북카페와 동아리실, 미래산업 관련 도서를 소개하는 북큐레이션 전시 공간을 운영한다.
이 같은 공간 구성은 도서관을 지식 습득과 창작 활동이 이어지는 곳으로 바꾸려는 시도다. 책에서 얻은 정보를 직접 만들어 보고, 결과물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과정은 이용자의 참여 방식도 달라지게 한다.
다만 첨단 장비를 갖추는 것 자체가 교육 효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용자가 장비를 안전하게 다루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과정, 초보자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이용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AI·드론·로봇축구…첨단 기술을 직접 경험하다
대화도서관은 메이커스페이스와 교육장을 활용해 3D프린터, 드론 비행, 로봇축구, 코딩, AI 더빙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고양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까지 관련 프로그램은 총 2,598회 진행됐으며, 누적 참여 인원은 2만3,785명이다. 첨단 기술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제공해 왔다는 점에서 공공도서관의 교육 기능이 확장된 사례로 볼 수 있다.
올해는 관련 장비를 확충하고 고속 3D프린터를 도입하는 등 체험 환경을 보강했다. 11월에는 3D프린터를 활용한 크리스마스 장식품 제작, AI 겨울 게임 만들기, 햄스터 로봇 코딩 등 계절과 흥미를 결합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여름방학에 열린 ‘2026 메이커&북 페스티벌’에서도 AI 자율주행과 오목, 엠봇 로봇축구, 돌도장 제작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을 선보였다. 기술을 설명으로만 배우는 대신 직접 작동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방식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첨단 분야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대화도서관은 3차원 가상공간인 메타버스 플랫폼도 운영하고 있다. 북큐레이션과 북퀴즈, 전시 콘텐츠 등을 통해 디지털 공간에서도 독서와 체험 활동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는 단순 체험에서 한 단계 나아가 기초 원리를 이해하고 스스로 결과물을 설계하는 과정까지 연결할 필요가 있다. 프로그램 참여 횟수와 함께 재참여율, 완성한 창작물, 학습자의 만족도와 역량 변화 등을 살펴본다면 교육 성과를 더욱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진로교육에 AI 접목…청소년의 배움과 미래 직업 연결
대화도서관의 미래산업 교육은 시민 체험뿐 아니라 청소년 진로 탐색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도서관은 2022년에 이어 2025년에도 교육부가 주관하는 ‘꿈길’ 진로체험 인증을 받았다. 해당 제도는 청소년에게 양질의 진로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기관을 인증하는 것으로, 대화도서관은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3D프린터 운용 전문가 체험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진로체험과 평생교육 연계 프로그램 등 총 10회에 408명이 참여했다. 앞으로는 AI 기반 3D 모델링과 출력 과정을 연결해 디지털 설계와 제조 기술을 함께 익힐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도입할 계획이다.
독서와 AI를 접목한 교육도 추진한다. 고양시는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의 ‘AI 몰입형 창의독서 프로그램’ 운영기관으로 선정돼 어린이와 청소년이 독서 활동을 바탕으로 AI를 활용하는 경험을 넓힐 예정이다.
이러한 교육은 미래 직업을 단순히 소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술을 직접 다뤄 보고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탐색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AI 활용 교육에서는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뿐 아니라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하고, 저작권과 개인정보를 이해하며,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역량도 함께 다뤄야 한다.
체험 이후 심화 학습이나 관련 분야 진로 탐색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과정이 마련된다면, 도서관 교육은 일회성 경험을 넘어 청소년의 장기적인 성장 기반이 될 수 있다.
지역 대학·기관과 협력…교육 기반을 지역 역량으로
고양시는 대화도서관의 교육 기능을 지역사회와 연결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평생교육 사업인 ‘온마을 행복학교’와 연계해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정규 과정으로 확대하고, 고양산업진흥원과 고양어린이박물관, 한국항공대·중부대 등 지역 기관 및 대학과 협력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역의 교육기관과 산업 관련 기관이 함께하면 도서관에서 시작한 체험을 전문 교육과 진로 탐색으로 확장할 수 있다. 대학의 전문 지식과 산업 현장의 경험을 교육 과정에 반영하고, 학생들이 관심 분야를 더 깊이 탐구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시가 추진하는 항공·우주, 의료·바이오, 문화·콘텐츠 등 핵심 산업과 미래산업 교육을 연계하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지역 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관련 분야의 학습 경로를 제시한다면 도서관 교육이 지역의 인재 양성 기반과도 맞닿을 수 있다.
물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과 지역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실제로 키우는 것은 다른 과제다. 협력기관별 역할과 교육 목표를 명확히 하고, 학생들이 기초 체험에서 심화 과정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교육 참여가 어떤 역량으로 이어졌는지 꾸준히 점검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고양시는 대화도서관을 비롯한 공공도서관을 독서와 첨단 기술 체험이 결합된 교육 공간으로 발전시키고, 시민과 청소년이 미래산업을 경험할 수 있는 기반을 넓혀갈 방침이다.
미래 인재 양성은 첨단 장비를 갖추는 것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고양시가 도서관의 기술 체험을 심화 학습과 진로 탐색으로 연결하고 교육 성과를 꾸준히 확인할 때, 대화도서관은 시민 누구나 미래 기술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생활 속 교육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임종환 기자 lim46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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