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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마나시현 고후시 엔잔마을에서 생산한 과일들. (사진 = 이승민 특파원) |
[로컬세계 = 이승민 특파원] 7월 중순, 야마나시현의 엔잔마을(塩山村) 포도밭 취재를 나섰다. 요코하마역(横浜駅)에서 1시간쯤 달려 하치오지역(八王子駅)에 도착했다.
하치오지역에서 다시 고후(甲府)로 가는 직행열차로 갈아탔다. 전차는 초록빛 숲과 산동네를 보여주면서 50분쯤 달려 야마나시현 엔잔역(塩山駅)에 도착했다.
연락을 받고 나온 가토 가즈노리(加藤 和法) 씨가 반갑게 맞아 안내해주었다. 가토 씨는 지구환경개발연구회(NPO地球環境開発研究会) 이사장이다. 이 연구회는 친환경 무농약 농사짓기 운동을 하고 있는 농민 단체다. 회원이 일본 전국에 300여 명 되지만 회원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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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잔마을 농부가 포도를 관리하고 있다. |
이 단체 회원들은 기본적으로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 식량으로 먹어야 하는 농산물인데 농약을 사용하여 재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도쿄대학 농학과 교수들의 지도와 협력으로 무농약 농사법을 연구 개발하여 일본 농민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오늘 안내하는 포도밭 역시 이 농민단체 회원의 포도밭이다.
엔잔마을 포도원(宮の前農園)에 도착했다. 포도원 주인 후루야 요시아키(古屋芳明) 씨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곳 마을은 일본에서도 포도, 복숭아, 자두, 블루베리, 사쿠람보 등 과일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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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밭주인 후루야 씨가 30년 된 포도나무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포도밭에 들어서는 순간 나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밭 가운데 들어서 있어야 할 포도나무가 보이지 않았고 머리 위로 넝쿨들과 포도송이 봉지들이 줄지어 보였다. 넓은 포도밭은 넝쿨을 받쳐주고 있는 지팡이 몇 개만 서 있을 뿐이었다. 포도밭은 운동장 같았다. 다음은 후루야 요시아키 씨와 일문일답
- 포도나무는 몇 그루, 수령은 몇 년 됐나.
포도나무는 밭 사각 모퉁이에 1그루씩 모두 4그루이고 포도나무의 수령은 현재 30년이 됐다.
- 포도나무 4그루로 수확량이 궁금하다.
포도나무 가지는 매년 4m 이상을 뻗어간다. 포도나무 4그루만 가지고도 3, 4년이면 포도밭 전체를 뒤덮는다. 30살을 먹은 포도나무지만 젊은 나무에 비해 열매가 더 크고 좋아서 수확량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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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루야 씨가 보여준 35알 정도의 포도송이. |
- 한 송이에 몇 알 정도인가 ?
포도알은 35개에서 39개 정도로 수를 적게 하여 알을 크게 가꾸고 있다. 소비자들은 작고 많은 것보다 큰 알을 선호한다. 한 송이에 40알도 안되는 포도송이지만 수확할 때가 되면 보통 700g을 넘는다.
- 포도 농사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 있다면 ?
누구나 공통일 것이다. 나무에 병이 들고 포도알에 이상이 생길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다. 병의 원인에 따라 적절한 농약을 해야 한다. 하지만 치료가 쉽지 않아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병에 걸리게 되면 비용은 물론 수확량도 떨어진다. 올해부터는 무농약 농사법으로 농사를 짓게 되어 큰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농사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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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지역 향토요리 호토. |
- 무농약 농사법이란 어떤 것인가.
나무를 건강하게 하려면 먼저 흙이 건강해야 하고, 흙이 건강하면 식물은 병에 걸리지 않는다. 농사를 지으려면 우선 토양 속에 있는 미생물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돌봐줘야 한다. 화학적인 비료보다는 유기물 비료에 숯가루 등을 섞어 거름으로 준다.
- 숯가루를 주는 이유는 ?
흙 속에는 지상의 동물 세계처럼 크고 작은 미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다. 땅속에서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크고 강한 생물이 작은 생물을 먹고 산다. 나무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땅속에 미생물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건강하게 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숯가루를 흙속에 섞어 주면 미생물들의 집이 된다. 약한 미생물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쉴 수 있어 풍부한 활동을 하게 된다.
- 미생물들의 풍부한 활동이란 무엇인가.
미생물들이 밥 잘 먹고 건강하게 잘 노는 것이다. 미생물의 밥은 유기물이다. 유기물을 먹고 배설한 것들을 식물의 뿌리가 흡수하여 나무의 건강을 유지하게 된다. 이것이 자연법칙이다. 그런데 화학비료를 주면 뿌리가 직접 흡수를 하면서 자연의 순리가 깨지게 된다. 또한 농약을 살포하고 화학비료를 주게 되면 미생물들을 학살하는 결과가 되고 미생물 없는 땅에 나무들은 병이 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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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루미늄 철사로 포도나무 가지를 받쳐주고 있다. |
- 포도나무 가지를 위해 쳐놓은 철사들이 녹슬지 않고 깨끗하다.
알루미늄 철사다. 알루미늄 철사로 설치해놓으면 녹슬지 않고 20년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환경에 좋고 인건비도 비용도 절감이 된다.
- 가지를 잘라준 흔적도 깨끗하다.
가지를 잘라 주면 곧바로 접착제 본드를 발라 준다. 본드를 발라주면 비가 와도 물이 스며들지 않고 병균도 접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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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좋고 물 맑은 이 지역의 명소 니시자와 계곡. |
- 나무가 목욕한 것처럼 깨끗하고 보기에 참 좋다.
병균 해충 방제를 위하여 껍질 벗기기는 꼭 해야 한다. 우리 농장은 매년 2월에 한다. 겨울 앙상한 가지에 나선형 압력 물총으로 쏘아 벗긴다. 물의 압력이 강해서 잘 벗겨지고 자동적으로 깨끗하게 목욕이 되기 때문에 껍질을 벗긴 후 가지에 농약할 필요도 없다.
후루야 씨는 인터뷰 내내 한마디 한마디 상냥하고 친절했다. 점심식사로 지역 향토요리 '호토'를 대접해주고 숲이 우거진 계곡으로 안내해주었다. 시원한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후지산 산신령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주었다. 포도는 다음달에나 수확하기에 맛을 못 보여줘 미안하다면서 농사지은 복숭아를 선물로 주었다. 하나라도 더 못 줘서 미안해하는 이 마을 사람들에게서 착하고 순수한 일본인의 농심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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