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 구조물서 피어나는 수천 개 비눗방울·안개구름으로 ‘찰나의 자연’ 구현
■ 조개껍질 성장 원리를 자율형 페인팅 머신으로 구현한 <머드 페인팅: 수천 겹의 위장 시리즈〉 첫 공개
■ 자연의 생성·변화·소멸을 온몸으로 경험하는 몰입형 전시…내년 2월까지 진행
[로컬세계 = 지차수 기자] 비눗방울은 꽃처럼 피었다 사라지고, 조개껍질에 쌓인 시간은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진다. 자연의 외형을 재현하는 데서 나아가 생성과 변화, 소멸의 원리까지 기술로 구현한 A.A.무라카미(A.A.Murakami)의 ‘새로운 자연’이 오는 9월 한국 관람객 앞에 펼쳐진다.
파라다이스시티는 9월 1일부터 2027년 2월 10일까지 아트스페이스에서 일본과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듀오 A.A.무라카미의 한국 첫 개인전 《New Nature》를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자연 이후의 자연(Nature after Nature)’을 주제로 기술과 예술이 결합해 만들어내는 새로운 자연 현상을 탐구한다. 비눗방울과 안개, 빛, 공기의 흐름이 끊임없이 생성되고 변화하며 소멸하는 과정을 설치 작품으로 구현한다. 관람객은 작품 속을 거닐며 매 순간 달라지고 다시는 같은 모습으로 반복되지 않는 풍경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A.A.무라카미는 일본의 아즈사 무라카미(Azusa Murakami)와 영국의 알렉산더 그로브스(Alexander Groves)로 구성된 아티스트 듀오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작품이 영구 소장됐으며 파리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홍콩 엠플러스 뮤지엄(M+ Museum) 등 세계 유수 미술관에도 작품이 소장돼 있다. 이번 전시가 열리는 아트스페이스는 파라다이스시티의 예술전시 공간이다. 순수미술부터 건축·디자인·미디어까지 동시대 예술을 폭넓게 조명하는 한편 관람객의 체험과 참여를 중시한 전시를 선보여 왔다.
◆ 수천 개 비눗방울이 피고 지는 나무…매 순간 달라지는 ‘자연의 찰나’
먼저 아트스페이스 1층에서는 〈뉴 스프링(New Spring)〉과 〈비욘드 더 호라이즌(Beyond the Horizon)〉을 선보인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되는 〈뉴 스프링〉은 높이 6.4m의 거대한 나무 형상 구조물이다. 가지 끝에서 수천 개의 비눗방울이 꽃망울처럼 피어나 떨어지고 바닥에서 가볍게 튕겨 오른 뒤 사라지며 다시 만날 수 없는 자연의 한순간을 펼쳐 보인다.
〈비욘드 더 호라이즌〉에서는 안개와 비눗방울이 겹겹이 쌓여 구름처럼 피어오른다.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는 구름은 마치 달빛 아래 펼쳐진 정원을 연상시키는 초현실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기계 장치가 같은 동작을 반복하더라도 비눗방울과 안개, 공기의 흐름은 매번 서로 다른 장면을 만들어내 자연의 우연성과 찰나의 미학을 드러낸다.
◆ 조개가 껍질을 쌓는 방식이 한 폭의 풍경화로
2층에서는 조개껍질의 성장 원리를 페인팅 머신으로 구현한 〈머드 페인팅: 수천 겹의 위장 시리즈 (Mud Paintings From ‘A Thousand Layers of Stomach’ Series)〉를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 작가들은 조개껍질의 정교한 무늬에서 바닷속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자연의 질서와 정밀함에 주목했다.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조개껍질 무늬에 담긴 성장 원리를 생물학적 알고리즘으로 해석하고 이를 컴퓨터 코드로 변환했다.
갯벌을 연상시키는 전시장 중앙의 자율형 머드 페인팅 머신은 화폭 위를 천천히 움직이며 생성된 패턴을 한 겹씩 쌓아 올려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는 자연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무질서 속에서 질서가 형성되는 자연의 원리를 구현하는 과정이다. 바다 생명의 시간을 담은 작품은 영종도 갯벌과 인접한 파라다이스시티의 입지와도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 프리즈 서울 앞둔 영종도…4년째 이어가는 대형 기획전
매년 9월 초 열리는 프리즈 서울은 국내외 주요 갤러리와 컬렉터, 미술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국제 아트페어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세계 미술계의 이목이 서울에 집중되는 이 시기에 맞춰 대형 기획전을 이어오고 있다. 2023년 뱅크시·키스 해링, 2024년 조쉬 스펄링, 2025년 조엘 메슬러에 이어 올해는 A.A.무라카미 전시를 선보이며 4년째 행보를 잇는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이번 전시 개막 전날인 8월 31일에는 해외 컬렉터와 미술계 관계자들을 초청한 ‘파라다이스 아트나이트(PAN)’도 개최한다. 대형 기획전과 교류 행사를 연계해 국내외 미술계와의 접점을 넓히는 동시에, 미술 애호가뿐 아니라 일반 관람객도 현대미술을 친숙하게 경험할 수 있는 ‘아트테인먼트’ 콘텐츠를 확대할 계획이다.
파라다이스시티 관계자는 “비눗방울과 조개껍질이라는 친숙한 소재가 기술과 만나 새로운 자연으로 태어나는 과정을 누구나 직관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전시”라며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머드 페인팅, 천 겹의 위장 시리즈〉를 비롯한 작품을 통해 자연과 기술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차수 기자 chasoo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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