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거금대교를 거쳐 소록도와 고흥 녹동항을 잇는 모습이, 가까이는 거금도의 동정마을의 모습.(사진=한상길 기자) |
[로컬세계 한상길 기자]거금도는 전라남도 고흥반도 녹동항에서 2009년에 완전 개통된 소록대교를 거쳐 소록도로 진입하고 다시 거금대교를 거쳐 거금도에 입도할 수 있게 되어 육지화된 섬이다.
전라남도 고흥군의 거금도와 소록도 사이를 연결하는 연도교(連島橋)인 거금대교는 국내 최초로 차량과 자전거·보행도로가 복합된 총연장 2028m의 세계 최초 번들형 5경간 연속 사장교(斜張橋)로 2011년에 개통됐다. 이 다리의 개통으로 종전에는 녹동항에서 거금도까지 배편으로 30분이 걸렸으나 지금은 약 5분밖에 소요되지 않아 육지와의 물류 유통의 원활함과 지역사회 발전 및 관광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편으로 거금대교를 지나 섬의 초입에 있는 금진선착장은 예전에는 녹동에서 이곳으로 배가 오고 간 거금도의 대표적인 나들이 포구였으나 지금은 그 화려함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항로가 있던 이 거금도와 고흥 반도 사이의 해협은 임진왜란 때에 조선 수군과 일본 수군의 해전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이 전투가 절이도 해전이다.
거금도는 면적이 63.57km2, 해안선 길이 54km로, 대한민국에서 10번째로 큰 섬으로 행정구역상으로는 고흥군 금산면에 속한다. 주위에는 연홍도·허우도 등의 유인도와 형제도·독도·오동도 등 무인도가 흩어져 있다.
거금도에서 가장 높은 곳은 적대봉(높이 592m)으로 마치 바다에 떠 있는 고래 등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섬 전체와 인근의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러므로 탐방의 시간을 절약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이 적대봉을 올라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적대봉 정상과 봉수대의 모습. |
이 중에서도 동정마을에서 적대봉을 거쳐 마당목재와 535봉을 지나 서촌마을로 이어지는 거의 직선의 총 7.4km의 적대봉 산행로는 여타 탐방로보다 가장 넓게 고루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코스다.
동정마을에는 벌써 밭작물이 푸르름을 자랑하며 올라오고 있고 수령 310년 된 마을 보호수 팽나무는 지나는 탐방객을 맞는다. 동정마을에서 적대봉을 오르는 구간의 전망바위에서는 거금도 북쪽 부분과 바다 위로 한 올의 실처럼 가느다랗게 이어진 거금대교의 모습, 그리고 소록도 및 내륙의 고흥반도 쪽이 한눈에 들어와 가슴이 뻥 뚫리듯 마음 시원하다.
▲동정마을 보호수인 수령 310년의 팽나무. |
이곳을 거쳐 적대봉의 오르다 보면 산허리 부근의 동쪽으로 산기슭에 자리한 홍연마을이 보인다. 1643년 고산 윤선도 선생이 거금도의 풍광에 대한 소문을 듣고 방문하였다가 당시의 홍리 마을인 이곳에서 여러 날 머물면서 ‘산중신곡’을 집필한 곳이다.
▲고산 윤선도가 머물던 적대봉 기슭의 홍연마을 모습. |
정상으로 오르는 탐방로에는 잎을 떨군 소사나무가 군락을 이루며 몸매만을 드러낸 채 반기더니 연이어 적대봉 정상을 중심으로 억새가 길옆으로 도열한다. 또한 전 구간에 걸쳐서 시종처럼 듬성듬성 서있는 돌탑들이 탐방객에게 인사를 한다. 또한 적대봉 일원은 생태·경관 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적대봉생태길’ 푯말도 같이 길동무한다.
적대봉 정상에 있는 봉수대를 돌아보고 마당목재를 지나면 볼 수 있는 남쪽의 두 줄기 마루금은 속 깊이 인자함을 간직한 어머니의 손길처럼 부드럽고 포근하다.
이 능선을 따라 535봉의 능선으로 향하여 진행하면 거금도 동편과 서편 및 남쪽 부분의 마을과 해안이 눈에 들어오고, 더불어 섬 남쪽의 남해바다를 가슴 한가득 안아 볼 수 있다.
▲고래 등처럼 펼쳐진 능선이 인자함을 간직한 어머니의 손길처럼 부드럽고 포근하다. |
이곳에서 멀리 동남방의 산허리에는 청석마을의 거금 생태숲이 자리한다. 적대봉은 난대수종인 후박, 이팝나무 등 11종의 자생군락지가 있는 등 동식물자원의 식생특이성과 식물생태학적 가치가 높은 곳으로, 122㏊의 면적에 이들 자생식물의 보전 및 관리기능을 강화하고 청소년들에게 체험 및 학습 장소로 제공하고 있다. 그 앞쪽 계곡 끝자락의 해안으로는 오천선착장과 오천마을이 보인다.
▲멀리 산허리의 청석마을 거금생태숲과 그 앞쪽 계곡 끝자락 해안의 오천선착장과 오천마을 주변 모습. |
서남방으로 해안에 호를 그리고 있는 곳이 보이는데, 여기가 오천해수욕장과 익금해수욕장을 자리한 곳으로 여름을 즐기기에는 더없이 좋을 것 같다. 이곳에서 해안로를 따라 서쪽으로 계속 진행하면 또 다른 해수욕장인 고라금해수욕장과 연소해수욕장도 만나게 된다.
▲초승달처럼 굽어진 모습의 해안은 앞에서부터 금장, 익금해수욕정이고, 바다에는 양식장 부표와 멀리 인근 제도의 모습이 신기루처럼 떠있다. |
남쪽 바다에는 반짝이는 빛의 물결 속으로 양식장의 부표가 줄지어 있고 멀리 인근의 섬들이 바다 위로 아지랑이 솟듯이 아련하게 나타난다. 이 남쪽 바다를 낀 신촌내동길 해안에는 거금해양낚시공원(거금도해상공원)이 위치하고 그 남쪽 해상으로 부잔교의 해상낚시터가 있어 낚시꾼들에게는 구미가 당기는 곳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적대봉에서는 볼 수 없는 섬 서쪽 평지마을의 김일 기념체육관을 방문해볼 만하다. 김일 기념체육관 앞에는 김일의 생가와 그가 잠든 묘역, 기념비 등이 있다. 60~70년대에 ‘박치기 왕’으로 국내 최고 레슬러로 인기를 누렸던 그는 1929년 이 섬에서 태어났으며 전국의 섬 가운데 거금도에 가장 먼저 전기가 들어온 것도 오로지 김일 선수의 공로라고 이곳 주민들은 말한다.
능선을 따라 해안으로 내려와 오천마을에 도착하면 앞쪽 해안을 따라 펼쳐져 있는 몽돌해변을 만난다. 동그란 돌이 발가락을 간질이는 몽돌해변을 걸으면 어린 시절이 절로 떠오르며, 파도가 칠 때마다 돌들이 부딪치며 내는 청량한 소리가 귀를 간질이면 만사를 내려놓고 해변에 눕고 싶어진다.
▲몽돌해변의 동그란 돌은 아기의 얼굴 모습을 닮았고 돌 구르는 소리는 옹알이하는 소리 닮았다. |
하지만 아기자기한 이곳 이야기와 섬에 가득한 바다향기를 더욱 오래도록 느끼고 싶으니 다시 일어나 붉은 노을길을 비롯한 7개의 둘레길 코스로 다시 걸음을 옮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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