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동부경남 취수원수는 맹독성 녹조 물, 양재생 부산상의 회장의 절규와 항구적 대안
[로컬세계 부산 = 전상후 기자] "만약 서울이 낙동강 하류에 있다면, 대통령실이나 중앙정부가 서울시민의 취수원수가 이 지경이 되도록 놔두겠습니까?"
부산·동부경남 550만 주민의 생명수이자 젖줄인 낙동강 하류의 현실은 처참하다. 매년 여름마다 반복되는 짙은 녹색의 유독성 물결, 이른바 ‘녹조라테’는 단순히 눈을 찌푸리게 하는 풍경을 넘어 주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공포로 다가온다. 이 가운데 부산시가 시민의 안전한 먹는 물 확보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으나, 진정한 근본 해결책인 ‘지리산 식수원댐’ 건설의 목소리가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첫발 뗀 부산시 물관리위원회, 복류수·강변여과수 등 ‘하이브리드 다변화’ 모색
부산시는 24일 시청 26층 회의실에서 세종대 맹승규 교수 및 부산시 물관리위원회 위원 등 20명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의 안전한 먹는 물 확보(취수원 다변화)'를 주제로 제1회 물관리위원회 회의를 개최했다.
'부산광역시 물관리위원회'는 상수원 다변화 지원 및 물 재이용 촉진 등을 심의·자문하는 기구로, 이날 회의에서는 하천과 지하수의 체계적인 관리와 깨끗한 수돗물 공급 방안이 심도 있게 다뤄졌다. 주제발표에 나선 맹승규 교수는 '부산·경남 안전한 먹는 물 공급을 위한 취수원 다변화 정책'을 발표하며 단일 방식에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취수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복합) 방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맹 교수는 기존 강변여과수가 하천변 깊은 곳의 집수관 설치로 인해 지하수위 저하 등 주민 반대에 부딪혔던 점을 지적하며, 강바닥 밑 5m 이내에 여과관을 설치해 수량 안정성을 높인 '복류수 방식'과 인공습지 등의 보조적 활용을 제안했다. 신춘환 부산시 물관리위원장과 최소남·최인화 시민단체 대표 등 참석자들도 철저한 실증시설 검증을 전제로 수질 안전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 원동들판 벼논까지 스며드는 독성 녹조라테… “우리는 이 쌀을 먹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대안 논의 이전에 현장의 실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하다. 낙동강 하류에 기승을 부린 독성 녹조는 취수장을 넘어 농경지로까지 마구 파고들고 있다.
낙동강 하류 일대에 녹조가 창궐했던 2022년 8월 낙동강네트워크 임희자 집행위원장이 본지에 제공한 현장 사진들은 큰 충격을 준다. 경남 양산시 물금취수장과 김해시 매리취수장 인근의 원동들판 수로와 벼논 사이로 짙은 녹색의 유독성 녹조라테 농업용수가 끝없이 흘러 들어가고 있다.
초록빛 생명력을 품어야 할 논 한가운데가 맹독성 물질로 가득 찬 물에 잠겨 있는 모습은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이 독성 녹조 물을 먹고 자란 벼에서 나온 쌀은 결국 수많은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게 된다. 낙동강 하류 다대포해수욕장 등지에서는 알츠하이머나 루게릭병 같은 뇌 질환을 유발하는 신경독성물질(BMAA)까지 국내 최초로 검출되는 등, 낙동강 전역의 수질 오염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국가적 재난 수준에 이르렀다.
◆ 양재생 부산상의 회장의 필생의 소신 “근원적 해법은 지리산 식수원댐 뿐”
이러한 참담한 현장을 마주할 때마다 가슴을 치며 울분을 토해온 이가 있다. 부산·동부경남 550만 주민의 ‘맑은 물 먹을 권리’에 대해 10여년 전부터 지대한 관심을 표명해 온 양재생 은산해운항공그룹 회장(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이다.
양 회장은 과거 본지와의 심층 인터뷰에서 낙동강 하류 매리취수장과 물금취수장을 직접 찾아 취수구 주변의 녹조 제거 살수작업을 지켜보며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취수장 옆 강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흐르는 강물을 하염없이 응시하던 양 회장의 절규가 폐부를 찌른다.
“만약 서울이 낙동강 하류에 있다면, 대통령실이나 중앙정부가 서울시민의 취수원수가 이 지경(녹조라테)이 되도록 놔두겠습니까?”
양 회장은 이번 부산시 물관리위원회 개최 소식을 접한 뒤 “근원적이고 항구적인 해결책이 될 ‘지리산댐 건설 필요성’에 대한 의견 개진이 빠져 있어 너무나 아쉽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부산시가 한 뿌리인 경남도와 지리산권 지자체(함양·산청 등), 그리고 지역 주민들과 진정성 있는 대화 및 만족할 만한 지원책을 발굴하는 한편, 청와대와 중앙정부, 정치권과의 긴밀한 소통과 협의를 통해 부산·동부경남 550만 주민을 위한 지리산 식수원댐 건설을 포기하지 말고 지속해서 추진해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수몰 지역 주민들에 대한 철저한 보상과 만족할만한 이주·생계대책, 그리고 과감한 상생기금을 통해 형제애와 공영의 가치로 타협점을 찾는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조언이다.
◆ 생존의 문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심재민 부산시 환경물정책실장은 “안전한 먹는 물 확보는 시민의 생명·건강과 직결된 최우선 과제이자 생존의 문제”라며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다짐했다.
임시방편의 정수 기술이나 단기적 대책에만 기대어 언제 터질지 모를 독성 물과의 전쟁을 이어갈 수는 없다. 수십 년, 수백 년 뒤의 미래를 내다본다면 중앙정부와 부산시, 경남도가 머리를 맞대고 지리산 식수원댐과 같은 항구적 대안을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550만 주민이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를 되찾는 그 날까지 부산시의 총체적인 행정력이 주목 받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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