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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군 가야산에 위치한 해인사 승려들이 장경판전에서 팔만대장경 인경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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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만대장경 간행 1000년의 해를 맞이해 세계문화유산인 대장경의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조명하는 축전이 경남 합천군 가야면 해인사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23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1월6일까지 45일간 열리는 2011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은 ‘살아있는 천년의 지혜를 만나다’는 주제로, 천년을 이어온 대장경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또한 조상들이 대장경을 만들면서 바랐던 국토 수호 및 평화에 대한 의지와 760년간 전승된 보존방법 등의 지혜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대장경의 모든 것을 알려준다
축전의 주 전시관인 대장경천년관에서는 해인사 장경판전에서 이운된 팔만대장경 진본 2판을 이례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대장경 진본 전시와 함께 3D랩핑과 홀로큐브 등 첨단 IT기술을 활용해 대장경이 760년간 원본 그대로 보존된 비밀을 포함한 대장경의 모든 것을 관람객들에게 알려준다.
대장경은 목판인쇄물인데도 76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경판이 썩거나 손상되지 않고 원형 그대로 이어져와 그 보존방법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이 적지 않았다.대장경이 보존된 장경판전. 벽면 아래위와 건물 옆면과 뒷면의 살창 크기가 달라 실내에 들어간 공기가 아래위로 순환하며 돌아나간다. 대장경의 완벽한 보존방법에는 붙박이 살창의 효과가 컸다. 대장경이 보존되고 있는 장경판전의 벽면 아래위와 건물 옆면과 뒷면의 살창 크기를 달리 함으로써 실내에 들어간 공기가 아래위로 순환하며 돌아나가도록 했다. 또한 굵은 각재를 이용한 판가경판 보관대에 경판을 2단씩 세워 공기 유통이 잘 되도록 했다.
5단으로 된 판가 각 단에 배열된 경판과 경판의 틈새가 굴뚝 효과를 냄에 따라 경판 표면의 온·습도 조절이 용이했다.
또한 대장경은 판각에 앞서 좀벌레 침입을 막고 나무가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소금물에 삶기와 그늘말림을 반복했고 표면은 옻칠 처리했다. 뒤틀림이나 쪼개짐을 염려해 경판 옆면의 마구리 설치와 네 모퉁이에 동판을 부착하는 치밀함과 과학성도 발휘했다. 주최 측은 보존방법과 함께 대장경의 제작과정, 제작배경, 예술성 및 과학성 등을 알리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단순한 전시뿐만 아니라 마당놀이를 활용해 대장경 제작과정을 관람객들에게 쉽게 알려준다. 마당놀이 ‘천년의 꿈, 살아있는 지혜를 배우다’는 행사기간 보리수 공연장에서 하루 2회 실시되며 관람객들의 참여와 소통을 이끌어 낸다.
문무백관, 승려에서부터 백성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마음이 돼 대장경을 옮겼던 고려시대 이운행렬을 재현한 퍼레이드는 매주 주말과 공휴일 오후 3시에 열린다. 이 퍼레이드는 홈페이지(www.tripitaka2011.com)를 통해 신청하면 일반인들도 참여가 가능하다.
이밖에도 레크레이션 ‘지혜야 놀자’, 상설공연 ‘경남 문화 페스티발’ 등으로 대장경에 대한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다양한 체험으로 관람객들 시선 붙잡아
천년의 마당 상설행사장을 비롯한 축전 행사장 곳곳에서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돼 관람객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정신문화관 참선 체험실을 방문하면 해인사 스님들의 지도를 받으며 참선 수행 체험을 할 수 있다. 세계시민관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108배 릴레이 기네스 도전이 진행된다.
불교의 대표적 수행 중 하나인 108배 수행은 인간의 108가지 번뇌를 끊겠다는 신념으로 108번의 절로 자신의 마음과 몸을 낮춰 겸손함을 배우고 바다와 같은 넉넉한 마음을 기르는 수행법 중 하나다. 단순한 기네스 도전이 아닌 내 안의 집착과 욕심을 내려놓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관람객들은 전문 강사의 지도 아래 반야심경 등 목판을 서각하고 인쇄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대장경 판각과 안경으로 비움의 의미를 깨닫고 마음의 행간을 새겨볼 수 있다.
장경판전 모형을 조립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관람객들은 대장경천년관에서 알게된 대장경 보존 비법을 직접 모형을 조립해 그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마음의 등불을 밝히는 연등 만들기 체험, 소원을 비는 솟대·장승만들기 체험도 준비돼 있다.
축전 기간 매주 금~일요일에는 사찰음식을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참선의 마당 특별행사장에서는 매주 다른 메뉴의 사찰음식 요리강좌가 열린다.
전통차를 체험할 수 있는 다도의 시간도 마련됐다. 축전기간 매주 월~목요일에 열리는 다도체험 프로그램은 보이차, 국화차, 녹차 등 우리 전통차의 효능에 대한 설명과 함께 다도시연 및 체험으로 구성됐다. 이들 체험프로그램은 무료이며 참가 희망자들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2011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 관람객들이 주행사장과 해인사를 잇는 해인사 소리길을 걸은 후 홍류곡 계곡 풍경을 둘러보고 있다. 천년고찰 해인사에서 펼쳐지는 프로그램 다채
팔만대장경이 보관돼 있는 해인사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특히 24일에는 신라 애장왕 3년(802년) 창건 이후 굳게 문을 걸어 잠궜던 해인사 선원이 1200년만에 일반인들에게 개방됐다. 승려들의 수행공간이자 속세와 가장 먼 거리에 있는 공간인 해인사 선원에 일반인의 참선이 허용된 것이다. 이 선원개방은 해인사가 이번 축전을 위해 마련한 국제 예술제인 해인아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10여개국 출신 34명의 유명 작가들이 전통사찰과 현대미술의 만남을 테마로 해인사와 주변 13개 암자에서 전시가 진행된다. 작가들은 회화, 사진, 조각 등을 통해 현대사회의 화두인 관계와 소통의 문제를 관객들에게 제시한다.
‘해인사 소리길’은 축전 주행사장과 해인사를 잇는 테마길이다.
이 길은 축전을 위해 조성됐으며 홍류동 계곡 등 총 길이 6km에 이른다. 축전 개막 후 관람객들이 몰리며 가야산의 새로운 관광코스를 떠오르고 있다. 해인사 소리길은 축전 기간 중 가야산의 가을 단풍과 홍류동 계곡을 따라 펼쳐지는 절경을 감상하기에 좋은 산책길이다.
명상의 길, 침묵의 길, 맨발로 걷기, 마음 씻기 등 10여개의 체험 코스로 운영되고 있는 해인사 소리길은 체험객들에게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불교에서 소리길은 ‘극락으로 가는 길’을 의미한다. 주최 측은 다음달 3일 이 곳 해인사 소리길에서 한마음 걷기대회를 실시할 예정이다.경남 합천 해인사 공덕탑과 비석거리 위에 위치한 영지 풍경. 영지는 그림자 연못이라는 뜻으로 한때 가야산 정상 칠불봉과 능선이 그대로 비췄다고 한다. 선현의 지혜가 돋보이는 합천 가야산
해인사가 위치해 있는 가야산은 선현의 지혜가 자연 속에 숨 쉬는 곳이다.
가야산에는 해인사를 비롯한 크고 작은 15개의 암자가 들어서 있다. 가야산은 예부터 산이 반이요, 절이 반이라 표현될 만큼 사찰과 암자가 많은 곳이다. 유명한 고승들이 끊임없이 찾아든 산이다. 신라시대 최고의 학자이자 천재로 뽑히는 고운 최치원이 말년을 보낸 곳으로도 유명하다. 해인사를 중심으로 15개의 암자에는 국보 32호 팔만대장경, 국보52호 장경판전, 국보 266호 청량사 삼층석탑 등 국보 3점을 비롯한 다양한 보물과 국가지정 문화재들이 즐비하다.
또한 가야산은 20개 국립공원 중 하나로 영지와 홍류동 계곡 등 절경들이 산 곳곳에 위치해 있어 관람객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해인사 길상탑을 지나면 공덕탑과 비석거리 바로 위에는 영지라는 연못이 있다. 이 연못은 한때 가야산 정상 칠불봉과 상왕봉 능선이 그대로 비춰져 영지라는 이름이 유래됐다.
일설에는 김수로왕에게 시집온 허황후가 가야산 칠불봉으로 출가한 일곱 번째 왕자를 만나고자 했으나 만날 수 없게 되자 왕자가 수행하고 있는 산봉우리 그림자가 비치는 이 연못에서 왕자의 그림자만 보고 그리움을 달랬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해인사 비림은 해인사에 주석했던 역대고승의 비와 탑을 모신 곳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는 법어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성철 큰 스님의 사리탑도 이곳에 있다. 성철 스님외에도 자운 대율사, 혜암 대종사 등의 사리탑과 비 등이 모여 있다.
해인사 서쪽 진입로 계곡에는 수백년 전부터 설치돼 있는 외나무 다리가 있다. 예부터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은 말이나 가마에서 내려 경건하게 예를 갖춘 곳이다.
해인사가 위치한 가야산에는 최치원 선생과 관련된 유적들이 남아있다. 학사대는 최치원 선생이 가야산에 은거한 이후 해인사 경내에 식목한 전나무가 천년을 이어온 자리이다. 전설에는 선생이 짚고 다니던 전나무 지팡이를 거꾸로 심었기 때문에 나뭇가지가 처진다고 전해온다.
농산정은 최치원 선생이 수행하던 정자이다. 이 정자는 ‘세속의 시비소리 막으려 흐르는 물로 산을 감싸네’라는 시구에서 유래했다. 농산정의 건립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1922년 해체해서 원래대로 다시 지은 것을 1936년 보수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해인사 마당에는 네모진 큰 미로 찾기 형상인 해인도가 그려져 있다. 신라 의상대사가 창안한 도안으로 이 해인도를 따라 법성계를 외우며 지나가면 진리를 알게 된다는 속설이 있다.
해인사 인근 암자들도 천년고찰의 일원으로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신라시대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량사는 통일신라 양식으로 보이는 여래좌상과 국보 제266호 삼층석탑, 보물 제253호 석등 등 천년고찰의 향기를 전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용탑선원은 근대 한국불교의 큰 스님이자 독립운동 33인 가운데 한 분인 백용성 스님이 주석한 암자이다. 이곳에는 백용성 스님의 비와 탑, 기도 터가 남아 있다.
사명대사가 만년에 머물다 열반한 홍제암도 유명하다. 이곳은 사명대사가 열반 후 나라에서 ‘홍제존자’라는 시호를 내렸기에 ‘홍제암’이라 지어졌다. 법당이 보물 제1300호, 사명대사 탑비는 보물 1301호로 지정된 만큼 역사적 가치도 뛰어나다. 경내에는 사명대사와 그의 스승인 서산대사의 영정을 모신 표충사가 있다.
길상암에는 스리랑카에서 들여온 부처님 진신사리가 있는 적멸보궁 기도처가 있다. 특히 길상암은 홍류동 제5곡인 낙화암 위에 위치해 있어 그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대율사 일타스님이 주석했던 암자인 지족암은 올라가는 오솔길이 아름답다. 육각정 다실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가야산 일절로 꼽힌다. 희랑대는 고려 태조 왕건의 국사가 된 희랑스님의 수도처로 유명하다. 이곳은 금강산의 보덕불과 비견될 벼랑에 세워진 암자로 독성 나반존자 기도처이다.
뉴스룸 = 라안일 기자 raanil@segye.com
- 기사입력 2011.09.23 (금) 10:31, 최종수정 2011.09.23 (금)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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