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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 기간 동안 매주 토·일요일 비엔날레관 1전시실 앞 광장에서 열리는 주말콘서트에서 공연을 펼칠 ‘달과 함께 걷다’팀이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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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도가도비상도(圖可圖非常圖)’를 주제로 다음달 2일부터 10월23일까지 52일간 비엔날레 전시관과 광주 일원에서 열린다. 이번 비엔날레는 세계적 디자인 도시로써의 기반 구축을 위해 기획된 어반폴리를 비롯해 주제전, 유명전, 무명전, 커뮤니티, 비엔날레 시티 등 6개 주제의 전시회가 열려 전통적인 서양적 디자인 관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아시아적 가치를 표방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44여개국 130여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비엔날레에서 새로운 디자인 패러다임을 탐색하고 디자인 개념이 난무하는 현대사회에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폴리’
올해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특별기획전인 ‘어반폴리’는 세계적 건축가들이 참여해 금남로 공원 사거리 등 10곳에 광주를 상징하는 디자인을 선보여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폴리(Folly)’의 사전적 의미는 기능없이 장식적 역할을 하는 건축물을 의미한다. 하지만 비엔날레에서 정의내리는 폴리는 파빌리온의 공간과 가로 시설물의 공공기능, 그리고 폴리의 장식적 역할을 아우르며 도시재생에 기여할 수 있는 건축물을 의미한다.
이번 어반폴리는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받는 전시회를 뛰어넘어 도시의 살아 숨쉬는 디자인을 만들자는 취지를 담고 있으며 주최측은 앞으로 광주시 일원에 100여 개의 폴리를 조성할 예정이다.
옛 읍성의 북쪽 문이 있었던 터이자 지금은 충장로 파출소가 자리 잡고 있는 곳에 조선시대 양반가 한옥에서 영감을 얻은 폴리가 설치된다.
예일대학교 Charles Gwathmey 교수이며 2005년 베를린 유태인박물관을 건축한 미국인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은 한국 민주화의 상징인 광주 시민들에게 100칸으로 구성된 폴리를 선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아이젠만 교수는 지난해 충장로 일대에 대한 현장조사와 연구를 통해 디자인의 영감을 얻었으며 규칙적인 격자무늬 패턴과 이를 변형한 곡형의 반투명 메쉬 볼륨으로 이뤄진 건축물을 통해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허무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김재규 경찰학원이 위치한 제봉로는 옛 읍성의 서원문 터이자 5.18유적지로서 의미가 있는 구 광주 문화방송(MBC)이 있던 자리다. 독일 건축가 플로리안 베이겔은 이곳에 ‘서원문 제등’이라고 명명된 폴리를 설치했다.
폴리는 한국의 석등과 셰익스피어 극장 스테이지에서 영감을 받은 탑의 형태를 하고 있다. 5.18 유적지로서의 장소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탑의 맨 아래층에 5.18 기념비를 배치했고 현재 5.18 기념비와 읍성터 표지석이 놓여진 32m 가량의 인도는 폴리가 조성돼 ‘memory pavement’ 기억의 거리로 거듭나게 되며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도 이용된다.
국내 유명건축가도 참여한다. 서울올림픽 미술관 및 아시아선수촌을 건축한 조성룡 건축가는 젊은이들의 쇼핑공간으로 이뤄진 황금로에 ‘기억의 현재화’라는 폴리를 조성하고 있다.
작가는 옛 읍성터를 비롯한 황금로의 지워진 역사를 기억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억을 생성하는 폴리를 만들고자 했다.
배형민 수석큐레이터, 승효상 총감독, 안드레스 자크 스튜디오의 다그마 스티오바 씨, 이용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왼쪽부터)가 안드레스 자크 스튜디오 작품 Sweet Home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분야별 거장들 작품 눈길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늘 화제를 몰고 다니는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의 패션 철학이 디자인비엔날레의 작품으로 전시된다. 그는 시대를 앞서가는 아방가르드 패션의 선구자로 ‘모범적으로 정해진 제품디자인의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의 이론이 원형 프레임 구조물에 이미지로 전시돼 기존 개념과 상반된 디자인 접근방법을 제시할 예정이다.
세계적인 스위스 건축 사무소 헤르조크 & 데뮤론은 이색적으로 건축이 아닌 향수 디자인을 전시한다.
아이웨이웨이 감독과 공동 설계한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으로도 잘 알려진 헤르조크 & 데뮤론은 ‘후각에 관한 물건’이라는 타이틀로 직접 디자인한 향수를 관람객이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관람객들은 ‘후각에 관한 물건’을 통해 향수병을 이루는 재료와 형태가 시각과 촉각까지 만족시키는 오감 디자인의 세계를 체험하게 된다.
거장들의 작품전시와 함께 이색경력을 가진 작가들의 전시회도 준비된다. 디자인비엔날레 작가 명단에 영화 ‘괴물’로 유명한 봉준호 감독도 기재돼 있다. 봉 감독은 2006년 개봉해 관객수 1300만명을 동원한 흥행작 ‘괴물’의 제작과정을 담은 스토리 보드와 함께 괴물 제작시 쓰였던 모형을 함께 전시해 영화를 통해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무용가 안은미 씨 역시 비엔날레에 참여한 작가다. 그녀의 퍼포먼스 이미지와 공연 비디오, 무용 의상은 지름 7m에 달하는 원형 공간 안에 전시된다.
안 씨의 작품은 전시의 소주제인 ‘신체’ 파트에 속하며 의류 디자인과 신체, 그리고 공연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관람객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도시개선프로젝트’ 작품을 제작한 세르지오 파하르도씨는 콜롬비아 메데인 시장을 역임한 이색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시장으로 활동할 당시 폭력과 빈곤이 난무한 달동네에 간선도로를 연결하는 메트로 케이블을 비롯한 공공 시설물 등을 설치하고 치안 확보, 교육, 전시, 상수도, 의료 등을 지원, 도시를 개선해 나갔던 과정들을 지도와 이미지들을 활용한 디자인으로 구성해 관람객들에게 선보인다.
디자인은 생활 속 모든 것이라는 표어에 맞춰 음식을 활용한 디자인 프로그램도 준비된다.
음식 커뮤니티(food community)는 미국, 한국, 덴마크, 네덜란드, 영국, 독인, 이탈리아의 12명의 푸드 디자이너의 협업으로 진행된다. 각각 상이한 문화권 출신인 디자이너들은 먹는 행위를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해 음식이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사회문화적 자원임을 주장하며 식문화를 통해 커뮤니티가 탄생하고 진화해가는 모습을 고찰한다.캐나다의 브루스 마우 디자인은 ‘모든 사람들은 이름이 있다는’ 제목의 작업을 통해 관람객들이 생각하는 디자인 의견을 전시관 벽면에 실시간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사진은 브루스 마우 디자인이 제작한 이미지. 디자인과 소통 ‘인터랙티브 디자인’
올해 비엔날레는 어느 때보다 관람객들이 전시에 참여해 작품과 소통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작품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문준용 작가의 ‘마쿠로쿠로스케 테이블’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었던 일본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에 등장하는 먼지괴물 ‘마구로 쿠로스케’와 여자 주인공의 관계를 모티브로 했다. 여자 아이는 새로운 생명체에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호기심으로 인해 곧 그것을 손으로 잡아보려 한다. 먼지괴물들 또한 처음에는 여자 아이에게 두려움을 느껴 달아나지만, 곧 다시 돌아와 결국 친분 관계를 맺게 된다.
작가는 이러한 장면들을 통해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는 방식을 깨닫고 이를 작품으로 재현하고자 했다.
관계가 맺어지는 사교의 공간을 ‘티 테이블’로 설정하고 거기에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했다. 관람객들이 티 테이블과 접촉하면 먼지괴물이 테이블 위로 등장해 관람객들의 움직임을 따라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며 관람객과 교감을 나누게 된다. 작가는 이를 통해 관람객들이 현실과 가상, 물질과 정신,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공존하는 환경을 경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캐나다의 브루스 마우 디자인은 ‘모든 사람들은 이름이 있다’는 제목의 작업을 선보인다. 유명 디자이너들과 시민들은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내고, 모아진 의견들은 스텐실 그래픽과 프로젝터를 이용해 전시관 벽면에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전시장에는 전시를 관람한 관람객들의 디자인에 대한 생각과 의식 변화를 엿볼 수 있는 투표장도 마련돼 관람을 마친 관람객들은 디자인비엔날레전시가 디자인에 관한 것인지, 아닌지를 묻는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투표의 결과는 매일 취합돼 개막부터 폐막까지 52일간의 추이를 그래프로 살펴볼 수 있다.시민참여 프로그램 다양
비엔날레에는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이 마련돼 시민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디자인 아이디어 공모’는 관객들이 전시를 관람하다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제안해보는 프로그램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생활 속의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개막일부터 폐막 1주전까지 매일 진행되며, 비엔날레전시관 외부에 마련된 부스를 통해 관람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여를 원하는 관람객은 현장에 준비된 화구나 본인의 소지품을 이용해 환경과 관련된 디자인 생활용품 등의 아이디어를 간단히 스케치해 제출하면 되고 폐막식 때 일반부, 학생부로 나눠 시상할 예정이다.
‘프리·플리마켓’은 솜씨있는 일반 시민부터 디자이너나 공예가·작가, 전공학과 학생들, 수공예공방·다문화공방에 이르는 41개 팀 142명이 참여해 아트상품 및 리폼상품 등을 비엔날레 관람객에게 판매하는 프로그램이다.
마켓 참가자들은 전시기간 중 매주 일요일 오후, 비엔날레 전시관 외부에 마련된 공간에서 자신들이 직접 만든 소품이나 리폼 제품들을 거래하며 시민들과 소통한다.
이들은 머리카락을 활용한 코사지, 손뜨개질 덧신, 나무 로봇을 비롯해 수제 돌 도장, 패브릭 인형, 헌 옷가지나 천을 이용한 에코백, 헌 옷 리폼, 비즈 액세서리, 한지·염직공예품 등을 판매할 예정이다.
디자인비엔날레를 찾은 관람객들은 독특한 스킨아트와 미용서비스를 체험해 볼 수 있다. 전시 기간 중 매주 토·일요일 오후 호남대학교와 광주여자대학교 전공학생들이 개성 있는 문양이나 일러스트를 피부에 그려보는 헤나아트, 페이스페인팅, 손톱에 칼라와 무늬들을 넣어 장식하는 네일아트 등의 뷰티디자인 서비스를 무료로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비엔날레 기간 동안 매주 토·일요일에는 전문 공연인과 일반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문화현장이 조성된다.
주말콘서트 ‘프린지-프리 플레이’에는 37개팀이 전시관 야외무대에서 전통풍물과 퓨전국악, 재즈를 비롯한 다원예술의 복합적인 실험무대, 포크음악 등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하고 실험적인 공연이 관람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할 것이다.
뉴스룸 = 라안일 기자 raanil@segye.com
- 기사입력 2011.08.29 (월) 09:31, 최종수정 2011.08.29 (월)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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