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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 청운대 공연기획경영학과 교수, 신창열 HS애드 국장, 이각규 한국지역문화이벤트연구소 소장(왼쪽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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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축제’는 지역문화에 바탕을 둔 축제 가운데 세계적 관광상품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축제를 선별해 해당 축제의 고유성을 강화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축제를 말한다.
문화관광축제는 1996년 정부가 축제를 관광상품화하는 정책을 시행한 이래 매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지난해 문화관광축제는 천안함 사태, 이상기후현상 등으로 인해 취소·축소되는 등 산업적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도 전국적인 구제역 여파로 다수의 해돋이 축제가 취소되는 등 새해부터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의 문화관광축제 운영과는 다른 차별화된 관람객 동원책과 프로그램 마련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축제 전문가 3인을 만나 문화관광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어봤다. -
지난해 축제를 결산하면
박정배 : 축제는 이벤트 영역이다. 지난해 악재가 많았지만, 축제를 취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정부가 나서 축제를 무조건 취소했는데, 이제 정부도 역효과가 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본다.
문화관광축제도 많이 열렸지만 전체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아시아송페스티벌, 제천한방바이오엑스포, 춘천월드레저총회, 부산국제영화제 등 수백억원 규모의 축제가 다수 열려 축제의 수준을 한층 높인 한해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축제를 산업으로 인지하는 경향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다. 축제 관련 종사자들도 직업군으로 인정해 안정적으로 축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신창열 : 축제에 위협적인 사건들이 다수 발생했지만 산업적 효과의 반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오히려 지방선거가 있어서 자치단체장들이 주민 화합을 위한 방편으로 지역축제를 활용해 지역민의 관심을 유발시켰다.
또한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유행 등으로 연기됐던 광주세계광엑스포와 울산옹기엑스포 등 규모가 큰 다수의 엑스포가 개최돼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인파가 몰렸다고 판단된다.
이각규 : 축제산업에 있어서 어려운 한해였다. 안성바우덕이 축제의 경우는 폭우 등으로 도중에 막을 내리는 일도 벌어졌다. 축제는 자연환경과 정치 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한계다.
이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목을 끌었던 축제를 꼽는다면 ‘하동야생차문화축제’를 들 수 있다. 관람객 체험을 위한 프로그램이 전년보다 대폭 개선됐을 뿐 아니라 차를 문화요소와 접목해 일본인 등 해외관람객들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축제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숙박면에서도 차 재배농가를 숙소로 제공해 만족도를 높였다. -
축제 장소 선정에 있어서 관람객 접근성과 지역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높은데
신창열 : 사실 장소 선정에는 많은 변수가 있다. 지정학적으로 좋은 인프라나 부지를 쉽게 확보할 수 있다면 수월하게 결정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많은 고민과 비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해당 행사가 끝나고 난 뒤 축제장소에 사업공단 등 다른 시설이 들어서게 되면 지속적인 축제 개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회성 행사로 끝나기가 쉽다.
이각규 : 제천한방바이오엑스포의 경우 시내하고 많이 떨어진 곳에 축제장을 마련해 지역민의 불만이 컸다. 행사장을 방문하기 위해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셔틀버스를 너무 많이 동원해서 택시운행이 안된다”고 푸념하더라. 주민들의 직접적인 소득증대 차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장소선택이라 할 수 있다.
축제장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축제장 관리범위가 넒어져 운영자들이 어려움을 겪겠지만, 지역민들이 골고루 경제적인 혜택을 보고, 관람객들이 축제장에 국한되지 않은 지역여행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다. -
관람객들이 지역에 체류하면서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숙박시설 등을 효과적으로 확보ㆍ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창열 : 지역에서 축제를 개최할 때 가장 큰 숙제 중의 하나가 숙박문제다. 개최시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외부 기온이 춥지 않다면 ‘캠프촌’ 운영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지역문화자원을 활용한 템플 스테이, 민박 등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 하겠다.
이각규 : 지역축제에 초청을 받아 방문하면 일반인들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 많이 부족하다는 점을 항상 절감한다. 축제장에 사람들을 끌어 모으려고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며칠동안 머물면서 지역의 문화를 살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숙박시설 등이 부족하다는 것은 축제 외적 인프라가 약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축제장에 사람을 끌어 모으려면 숙박 등이 받쳐줘야 한다. 그렇다고 숙박업자들이 축제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 정부는 모텔을 양성화 해 축제 숙박시설로 활용한다는 계획이지만 숙박업자들의 협조가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축제와 관광산업을 연계해 국내외 관람객을 축제장으로 모을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보는데
박정배 : 유명한 퍼포먼스인 ‘난타’는 해외에서도 구경하러 오는 사람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관광산업도 되고 여행산업도 된다. 관람객들이 보고, 즐기고,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축제로 볼 수도 있다.
그런면에서 박람회도 축제다. 축제의 범위가 한정돼서는 안된다. 광위적인 범위에서 봐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관광과 축제를 접목시키려는 다양한 노력이 활발히 진행돼야 할 때라고 본다.
축제는 그 나라의 경제적 지표가 되기도 한다. 국내외 관람객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관광업계와 축제업계가 공동의 노력을 해야 한다.
신창열 : 이제는 축제에 지역주민뿐 아니라 국내는 물론 외국인을 끌어들여야만 한다. 해당 지역주민의 자긍심 고취와 문화유산 보존도 중요하지만, 외지인에게 지역문화를 체험하고 참여할 수 있게 한다면 지역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지역 이미지가 강화돼 또 다른 방문객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 축제나 행사 기획 단계부터 외지인을 타깃으로 프로그램 마련, 홍보 등을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각규 : 대다수 관람객은 전시회만 둘러보다 사람들이 많으니까 돌아간다. 이들을 붙잡아둘 수 있는 요인이 부족하다. 대중교통으로 사람들을 끌고 오는 것에는 신경을 많이 썼지만, 그 이후 어렵게 불러 모은 사람들을 붙잡아 두려는 노력이 약하다.
이것을 상쇄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지역의 관광사·여행사를 활용해 투어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은 그런 노력들이 필요한 때다.
축제종사자와 관광종사자간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것도 투어상품에 축제를 포함시키기 어려운 요인 중 하나다.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도 정작 ‘가교’가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러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양쪽이 상생의 길을 모색할 때다. -
예산문제가 제일 크겠지만, 지역축제의 홍보방법이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한정된 예산으로 축제를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은
신창열 : 어느 행사라 할지라도 홍보예산은 항상 부족하다. 따라서 지역주민이 모두 홍보대사가 되어야 한다. 출향인사들도 애향심을 가지고 ‘홍보서포터즈’가 되어야 한다.
축제 예산은 적기 때문에 광고보다는 뉴스릴리즈 형태로 비중을 높이고 축제 내용 중 이슈가 될 만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를 홍보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는 언론보도를 자발적으로 유도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조직 내 홍보 전문가의 부재를 꼽을 수 있는데, 홍보 관련 교육프로그램 참여나 전문가의 지속적인 활용을 고려해야 한다.
올해에는 금산인삼엑스포와 합천대장경문화축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정도의 큰 행사가 계획돼 있다. 대규모 행사는 평년보다 감소했다. 다만 우리나라가 지난해 G20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세계적으로 위상이 올라감에 따라 많은 국제회의나 컨벤션 등은 꾸준히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축제를 차별화된 행사로 만드는데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람객수나 경제적 파급효과 등 축제의 정량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로그램의 질적 측면에 대한 분석과 관람객의 만족도가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이들 요소는 각각의 축제를 차별화된 행사로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최근 대규모 박람회가 주기적인 개최를 계획하고 있다. 박람회 상설화보다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해 지역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문화관광축제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란 의견이 있는데
신창열 : 문화관광체육부는 우수한 문화관광축제를 육성하기 위해 해마다 평가와 함께 해당 축제에 대한 금전적·마케팅 지원을 하고 있다. 문화관광축제와 대규모 박람회의 예산 규모는 매우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국가경제가 성장하고 선진국으로 진입함에 따라 문화예술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는 커지게 된다. 문화관광축제에 대한 지원이 증대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각규 : 박람회보다는 축제에 투입하는 것이 좋다. 박람회는 프로그램이 전시위주로 돼 있어 관람객의 흥미를 유발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것보다는 매년 프로그램의 30% 가량 변화를 주는 축제를 지원해야 한다.
박람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수백억원이 투입된다. 연인에게 매일 꽃만 주면 그 감동도 줄어드는 법이다. 박람회의 상설화는 감동의 상실을 가져올 것이다. 반면 이벤트는 일탈성을 바탕에 둔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적인 박람회보다는 일탈을 주는 문화관광축제다. -
기존 축제가 폐지ㆍ축소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박정배 : 경쟁력이 없는 축제가 자연적으로 없어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 강제성을 띠고 관이 나서 구조조정을 하려면 자치단체장이 결정해야 하는데, 지역민심을 봐서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민끼리만 어울리는 축제가 많은 게 사실이다. 축제 프로그램을 인위적으로 기획해 사람들을 모르려 하니 외지인들이 보기에 식상하기 마련이다. ‘고무신 살 돈 밖에 없는데 구두를 사려고 하는 격’이다. 구두 같은 고무신을 사려다 보니 준비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
신창열 : 우선 기존 축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유사하거나 효과가 별로 없는 축제나 행사에 대해서는 과감히 폐지 또는 합병을 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능하면 많은 수의 축제보다 우수한 축제에 집중해 대외적인 인지도와 참여도를 높이는 방안이 좋다.
또한 지자체의 재정이 지역축제의 존폐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축제가 지속적으로 개최되기 위해서는 매년 해당 비용만 사용해서는 안된다. 별도의 수익사업과 스폰서십 유치 등을 통한 재정 자립기반을 마련하여야만 안정적인 행사를 계속 개최할 수 있다.
이각규 : 몇해 전 행정안전부에서 축제가 너무 많다며 3년여간 통폐합을 한 적이 있다. 인위적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연도태가 자연스럽다.
실제 없어졌던 지역축제가 이름만 바뀌어 이듬해에 다시 개최되는 경우도 많다. 축제를 기획했다가 반응이 없으니까 축제를 없앴다가 축제예산이 그대로 있으니 똑같은 소재로 이름만 바꿔 올리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관람객을 모을 수 있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축제가 펼쳐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축제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관계자들이 지역축제 기획단계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지금보다 더 넓게 만들어져야 한다.
뉴스룸 = 이진욱 기자 jinuk@segye.com
- 기사입력 2011.01.03 (월) 11:13, 최종수정 2011.01.03 (월)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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