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청의 재량적 판단 폭넓게 존중돼야" 판단
오 군수 "그동안 법과 원칙, 청렴결백만으로 살아"
"앞으로도 365일 휴일 없이 군민 행복, 풀뿌리 민주주의 완성 위해 매진하겠다"
대법원에서 ‘무죄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이 나온 뒤인 2020년 12월 14일 오후 5시 30분쯤 부산 기장군청 군수실.
지금 심경이 어떠냐는 질문에 오규석(사진) 군수는 “그동안 너무너무 억울해서 한의사인 저도 못고치는 홧병에 걸렸다~~”라며 차마 말끝을 잇지 못한 채 ‘울컥’하며 잠시 숨을 골랐다.
오 군수는 2018년 1월 8일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의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로 송치된 데 이어, 같은 해 3월 27일 검찰에 의해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재판에 넘겨져 1, 2심에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지난 3년여 역정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듯했다.
오 군수는 “뭐냐 하면”이라고 수차례 반복하더니 “지방자치법에 의해 지방자치단체장이 인사재량권의 법위 안에서 권한을 정당하게 행사했다”며 “(수많은 공격과 모함, 검·경의 과도한 수사를 받은 게 생각나는 듯) 군수직으로 복무한 지난 13년 동안 자나깨나 앉으나서나 오로지 ‘법과 원칙,, ’청렴결백‘ 뿐이었던 제가 이런 일을 당하고 보니 너무나도 억울해 저도 모르게 홧병에 걸리고 말았다”라고 토로했다.
오 군수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죄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7년 12월.
경찰은 오 군수가 2015년 7월 30일 기장군 정기승진 인사 심사 때 특정 공무원(5급, 사무관)을 승진시키기 위해 인사담당에게 늘리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했다.
당초 5급 승진 정원이 16명이어서 승진서열 47위까지가 승진 후보였지만, 승진인원이 17명으로 늘어나면서 서열 49위까지로 후보가 확대됐다.
![]() |
▲기장군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2명 나온 날 오규석 군수와 방역담당 부서 직원들이 이른 아침에 기장군 정관면 모 아파트 단지로 출동, 방역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로컬세계 자료사진 |
경찰은 수사를 통해 오 군수가 지명한 6급 직원이 49위로 승진 후보에 올라 17명의 승진대상에 포함됐고, 승진심사위원원회의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5급으로 승진하는 과정에서 오 군수의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고 보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같은 해 3월 29일 직원남용권리행사방해 등 3개 혐의를 적용, 오 군수와 인사담당 6급 직원 A씨를 불구속기소로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인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오 군수에게 벌금 1000만원, 직원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인 부산지법도 피고인들의 항소를 기각한 뒤 원심과 같은 벌금형을 선고했다.
오 군수와 변호인은 검·경 수사과정에서 “5급 사무관 승진과정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됐고, 승진예정자 인원을 1명 늘린 것은 공로연수가 예정된 사무관 인원을 파악한 뒤 승진시기를 앞당긴 것일 뿐이다. 인사담당자에게 승진대상자 수를 더 늘릴 방법은 없는 지 문의한 사실 밖에는 없다”며 “인사담당 직원이 1명을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들어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했을 뿐이다”라며 한결같이 범행을 부인했다.
대법원 2부(주심재판장 안철상)는 14일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오 군수에 대해 1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항소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파기환송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직권남용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인사심사위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라고 볼 수는 없다”라며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은 내용이 현저히 불리하지 않은 이상 폭넓게 존중되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오 군수는 “대법원에서 사실관계와 법리를 잘 밝혀 주셔서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지난 10여년 동안 해온대로 매일 새벽 5시 10분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 공휴일도 없이 1년 365일 기장군과 군민을 위해,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제의 완성을 위해 심기일전해 17만여 군민의 행복을 위해 더욱 매진하겠다”라고 말했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naver.com
[저작권자ⓒ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