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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병주 씨 거실에서 꽃게와 다과상을 앞에 놓고 기념 사진(왼쪽부터 권상창, 아베 치하루, 이승민 특파원, 전병주, 와다 유키코) |
[로컬세계 = 글·사진 이승민 특파원]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북서쪽으로 2시간쯤 달리면 니카타현을 만나게 된다. 항구도시이자 곡창지대로 알려진 이곳은 국제공항과 항만, 신칸센, 고속도로 등 교통의 요지가 되어 상공업이 발달했다.
서해에는 사도섬과 아와섬이 있고 중앙으로 펼쳐진 평야를 따라 시나노강과 아라강이 흐르고 있어 어업과 농업이 발달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330km에 달하는 긴 해안선을 따라 각종 해산물이 풍부하고 일본의 명품 쌀 ‘고시히카리’ 산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이곳 니카타현 니카타시 주변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한국인이 있어 찾아나섰다.
이곳이 고향인 부인 아베 치하루 씨와 충청도 제천 출신 남편 권상창 씨가 니카타역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인은 타향에서 누군가를 만나면 먼저 고향부터 물어본다. 하지만 타국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거침없이 한국말이 나오고 경상도든 전라도든 그냥 고향사람이 된다.
반가운 인사를 나누자 권 씨는 멀지 않은 곳에 한국인이 살고 있다면서 재촉했다. 권 씨의 자동차는 해안선을 따라 1시간쯤 달려 해안마을 테라도마리에 도착 일본식으로 지어진 집마당에 차를 세웠다. 차문을 열고 내리자마자 낯선 한국인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부인 와다 유키코 씨의 고향집이었다. 부인을 소개하고 난 남편은 경상도 상주 출신 전병주 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한국인은 손님을 만나면 먼저 먹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지방의 명물 꽃게로 잔치를 했다. 일본 부인들 역시 오랜만에 만나 얼마나 반가웠던지 웃어가며 수다를 떨고 있었고 남자 3명은 가까운 온천으로 가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 권상창 씨는 어떻게 일본에 오게 되었는지 ?
종교단체 소개로 일본인과 결혼하여 고향 제천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다. 목수일을 하면서 8년 정도 살다가 농사짓는 처가의 부모님 권유로 일본에 오게 되었다. 이곳에 와서 농사를 일을 한지도 벌써 18년이 되어가고 있다.
- 일본에서 농사짓기가 어떤지 ?
농사는 기계화라서 그리 힘들지는 않지만 일본도 농사를 지어 큰 소득을 올리기는 어렵다. 주농사가 논농사이지만 밭농사로 오이 피망 가지 등 야채를 심어 동네에 있는 슈퍼마켓에 납품을 하고 있다.
- 가장 큰 소득은 어떤 것인가 ?
논농사이다. 이곳의 명품 쌀브랜드인 ‘고시히카리’를 심어 1포 30kg(10만원) 짜리로 년간 약 700포(7천만원) 정도를 생산한다. 하지만 농기계를 사는 등 농비 지출도 만만치가 않다. 가족이 오순도순 소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으로 만족한다.
- 한국 고향으로 돌아가서 살고 싶은 생각은 ?
이곳에서 살다 보니 동네사람들과도 친숙해졌다. 마을 풍습이나 일본에 대해 익숙해져 이제는 여기도 고향 같다. 아이들도 일본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아직은 한국에 가서 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 앞으로 꿈이 있다면 ?
열심히 농사 지어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사랑하는 아내와 성실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위해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어주고 싶다. 특히 장인 장모님께 한국인 사위를 얻은 보람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다.
- 전병주 씨는 어떻게 일본에 오게 되었는지 ?
18년 전 종교단체의 소개로 결혼하여 고향 상주에서 녹즙사업을 하면서 1년 정도 살았다. 녹즙을 만들어 배달을 하면서 회원모집을 해나갔다. 회원이 1700명까지 되어 한동안 잘 되던 사업이었지만 국가적인 불경기를 맞아 하던 사업이 어렵게 되어 부인을 따라서 일본으로 오게 되었다.
- 일본에 와서 무엇을 했나 ?
이곳 처갓집에 보금자리를 정하고 한국에서 배웠던 한국식 안마를 시작했다. 가까운 온천이나 호텔 등에 연락처를 두고 출장 안마를 했다. 그때 마침 한류바람으로 한국인에 대한 인기가 좋았던 시기라서 안마 요청 연락이 많이 왔다.
- 안마 수입은 얼마나 되나 ?
40분 안마를 해주고 6000엔을 받는다. 월 수입이 60만엔(약 540만원)까지 오른 적도 있었지만 그렇게 까지 하려면 체력이 따라줘야 한다. 보통 월 40만엔(360만원) 정도 수입을 생각하고 일을 하면 적당하다.
- 한국인 동포들은 자주 만나는지 ?
이곳에서는 한국인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일본사람들 속에서 살다 보니 한국인이 그리울 때도 있다. 권상창 씨가 가까이에 살지만 서로 간에 바빠 자주 만나지 못한다. 오늘은 한국인 3명이 모여 한국말로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어 즐겁고 행복하다.
- 한국 남자와 일본 여자가 만나서 사는 삶이 무척 궁금하다. 부인에 대해서 한 마디 ?
상냥하고 순진하고 성실하다. 점수를 준다면 100점 이상이다. 지금까지 나 스스로 해왔던 일을 돌아보면 그다지 자랑할 만한 것이 없다. 하지만 좋은 부인을 만난 것은 내 인생 최대의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부인을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남은 여생 최선을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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