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컬세계 = 글·사진 이승민 도쿄특파원] 도쿄의 다마센터역(多摩センター駅)으로 흘러가는 곱다강. 만개한 벚꽃 아래로 곱다강(乞田川)이 유유히 흘러간다. 매년 4월 초가 되면 곱다강 강변에서는 벚꽃 축제가 열린다.
이곳은 고구려 선조들이 모여 고을을 이루어 살던 곳이다. 고구려인들은 강이 하도 고와 곱다강이라 불렀다.

다마시(多摩市)에서는 이 곱다강 강변길을 시민들의 ‘역사와 문화의 산책길’로 지정 하고 있다. 다마시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곳 곱다강 강변에는 벚나무들이 3km나 이어져 봄이면 하얀 꽃물결을 이루는 광경이 가히 환상적이다.
곱다강은 다마강의 지류다. 다마시에서 다마강 일대를 중심으로 신도시를 개발하던 중에 곱다강 부근에서 다양한 유물들이 발견됐다. 특히 5세기 말기부터 6세기 초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고구려의 색채가 강한 유물들은 물론 고구려식 고분도 발견됐다.

이곳 이나리즈카 고분 입구에 쓰인 설명에 의하면 ‘고분의 전장은 38m, 석실 길이 7.7m, 2단 구조의 정교한 기술로 만들어진 횡혈식 석실로 한반도 고구려인의 기술에 의해 축조되었다’고 기록돼 있다.
석실의 밑바닥에는 벵갈라(산화철)라고 불리는 빨간색 가루가 뿌려져 있고 그 위에 엔돌멩이라고 불리는 주먹 정도의 돌이 포석으로서 아로새겨 있다.
이 고분의 축조 시기는 7세기 전반으로 추측되며, 1953년 도쿄도 문화재(사적지)로 지정됐다.

올해는 일본 무용가 오이가와 요코(及川陽子) 씨와 함께 곱다강 벚꽃길을 걸었다. 3km의 벚꽃길을 산책하면서 고구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요코하마의 오이소(大磯)에 있는 고구려 사찰이야기로 시작하여 사이타마현 히다카시(日高市)에 위치한 고구려신사이야기까지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었다.
“고구려이야기를 들으면서 고구려인들이 정착하여 살아온 벚꽃길을 걷는다고 생각하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요. 너무너무 감동입니다. 고구려와 일본역사는 둘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처럼 강물이 곱게 흘러가는 강변에 자리잡고 살아온 고구려인들의 마음도 참으로 고왔을 것 같아요.
그 시절 그렇게 곱다강이라 불렀던 강이름이 지금도 곱다강으로 불려지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저도 이곳으로 이사와서 살고 싶어집니다.”

오이가와(예명 후지마)씨는 한국인보다 한국문화를 더 사랑한다. 한국무용의 매력과 한복이나 한옥이 지닌 선과 색의 미력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한국음식을 즐겨하고 무궁화꽃을 좋아한다. 왜 그렇게 무궁화를 좋아하느냐고 물었더니 한국의 국화이니까 좋아한다며 씽긋 웃음을 짓는다.
법조계에서 일하고 싶어 일본의 명문인 주오대학(中央大学) 법학과를 졸업했지만 우연히 일본무용을 접하면서 일본의 미와 예술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 무용가가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평소 기모노를 즐겨 입는다. 현재 일본문화연구회(和文化研究会) 회장이며, 일본 문화 강연이나 일본무용 공연 활동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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