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 직후 “착공 후 3년에 걸쳐 1000만원씩 분할해서 달라” 은밀히 ‘확약서’ 요구
태양광업체 “마을이장이 수용할 수 없는 위법·부당한 요구 수도 없이 계속해, 3년째 착공 못해 부도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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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군 이원면 G리 마을입구에서 바라본 태양광발전시설 사업지 전경, 빨간 선 내 예정지가 800여m 떨어져 있어 아스라이 보인다. |
충북 옥천군의 한 마을 이장과 주민들이 집단·다중의 위력을 이용해 태양광업체로부터 마을발전기금 3500만원을 요구한 뒤 받아내 물의를 빚고 있다. 태양광업체 측은 “사실상 갈취당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25일 옥천군 이원면 G리(행정명 Y리)와 태양광업체 E사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G리 마을회관에서 마을이장과 청년회장, 주민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태양광 발전사업 관련 주민설명회’ 때 농로문제, 전기문제, 배수로문제 등에 대해 합의한 뒤 마지막으로 주민들이 “최소 3000만원의 마을발전기금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강요했다.
주민 중 일부는 1억원, 5000만원을 내놓으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이장 김모씨와 마을주민들은 농로 파손에 대비한 보수공사비 용도로 5000만원짜리 이행보증증권도 요구했다.
3차 태양광 발전사업의 허가 신청 및 이미 허가를 받아 놓은 1·2차 태양광발전소의 착공이 절실했던 E사의 등기이사인 김모(58·실질대표)씨는 할 수 없이 마을주민들의 요구를 전부 수용키로 한 뒤 ‘주민동의서’를 요구했다.
G리 이장 김씨는 주민설명회 관련 양측 합의사항과 주민동의서가 서면으로 작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설명회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 태양광업체 E사의 실질대표 김씨를 마을 앞에 있는 자신의 포도농장 비닐하우스 내 사무공간으로 불러 “사실상 합의가 된 것이고, 주민동의서도 해주겠으니 마을발전기금 3000만원을 빨리 입금하라”고 독촉해 당일 오후 2시 37분경 자신의 농협계좌로 3000만원을 송금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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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군 이원면 G리 마을입구에서 태양광발전시설 설치 예정지로 들어가는 농로 진입로에 ‘태양광 전기 공사차량 진입금지’ 플래카드가 두 달째 내걸려 있다. 뒷부분 빨간 선 안이 태양광 발전시설 예정지다. |
그러나 이 직후 마을 내 주민 간 대분란이 발생했다.
1차 주민설명회 직후 이달 초에 열린 마을임시회의에서 김 이장과 3년 전에 허가된 1차 태양광발전소 옆에 복숭아밭을 소유한 지주(서울 거주) 간에 대판 말싸움이 벌어졌다.
복숭아밭 지주는 마을회의에서 “마을발전기금 3000만원을 받는 것은 ‘뇌물수수와 같은 위법 행위’다. 돈을 바라고 이러는 게 아니다. 자신의 밭을 태양광업자에게 파는 등 자기 잇속만 챙기고 태양광발전소 주변 직접 피해자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하는 이장은 이조 말기의 이완용과 같은 역적이다”라고 하는 등 ‘옥천군 이장 복무규정’ 상 준공무원 신분인 김 이장의 업무수행 태도에 대해 맹비난하면서 회의가 파행으로 끝났다.
뒤늦게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이장 김씨는 주민동의서 제공을 계속 미루다가 E사 실질대표 김씨에게 “3000만원을 지금 받으면 문제가 생길 것 같다. 돌려줘야겠으니 회사 계좌번호를 알려달라. 주민동의서는 해주겠다”라며
지난 4일부터 7일 사이에 수차례 종용해 계좌번호를 알아낸 뒤 돈을 받은 지 9일 만인 지난 7일 3000만원을 되돌려줬다. 주민동의서는 지금까지 제공하지 않은 상태다.
이장 김씨는 이에 앞서 E사가 마을에서 보이지 않는 마을 앞 야산 너머에 1차 태양광발전소를 허가 받은 3년 전인 2018년에도 마을발전기금 500만원을 요구해 통장으로 송금받았다. 사용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장 김씨는 마을발전기금 3000만원을 돌려준 뒤 지난 7일 오전 E사 실질대표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포도농장 비닐하우스 내 사무공간으로 오도록 했다.
이장 김씨는 이날 오전 11시쯤 비닐하우스에서 E사 김씨에게 “돌려준 발전기금 3000만원은 태양광발전소가 완공될 예정인 오는 11월경부터 2023년까지 3년에 걸쳐 매년 1000만원씩 나눠서 달라”라고 수정 제안한 뒤 ‘마을발전기금(3000만원) 지급 확약서’를 요구했다.
E사가 지난 10일 작성한 마을발전기금 3회 분납 지급 확약서는 25일 현재 전달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복무규정 상 준공무원 신분인 이장이 앞장서서 ‘주민동의서’를 미끼로 태양광업체로부터 거액의 마을발전기금을 받았거나 요구하고, 공사차량 출입을 막겠다고 하였다면 등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한 것으로 ‘강요’ 내지 ‘권리행사방해’, 협박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사 실질대표 김씨는 “태양광발전소는 마을에서 800여m나 떨어진데다 수목과 야산에 가려 마을에서 일부만 까마득하게 보이며 주변 농경지에도 피해를 줄 우려가 없는 데도 이장이 가장 앞장서서 집단의 위력을 이용해 극력 반대하는 바람에 발전사업을 할 수도 없는 절대농지(논)을 비싼값에 강제로 사고, 우수관을 확장하고, 농로 파손 시 보수공사 담보용 이행증권을 발급받고, 발전용 고압선을 다른 동네에서 끝어오는 등 모든 요구조건을 다 들어줬는 데도 지금까지 주민동의서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며 “현행 전기사업법 상 필수 구비요건이 아닌 주민동의서를 허가관청에서 요구하는 바람에 인근 마을의 이장과 주민들이 이를 미끼로 ‘태양광발전 결사 반대’ 등이 적시된 플래카드 6개를 곳곳에 내걸고 위법, 부당한 요구를 3년째 끝없이 하는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회사가 부도 직전이다”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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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마을발전기금 3000만원을 내놓으라고 강요한 주민설명회가 열렸던 옥천군 이원면 G리 마을회관 전경. |
이에 대해 이장 김씨는 “태양광발전소 건설 및 가동으로 인한 농로 파손 문제와 주변 우수관 문제, 전기 문제 등에 구두 합의를 한 뒤 마을발전기금 얘기가 나왔다”며 “처음 500만원을 내겠다고 한 업체 측이 1000만원으로 올렸으나 주민들이 최소 3000만원은 돼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해 그렇게 결정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장 김씨는 이어 “주민설명회 직후 임시회의에서 일부 주민이 돈을 받는 문제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바람에 다시 돌려줬으며, 2018년 1차 태양광발전소 승인 때 받은 마을발전기금 500만원은 마을기금으로 사용했다”며 “태양광발전소 반대 현수막은 동네 젊은 사람들이 건의해서 지난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6개를 내걸었다”라고 해명했다.
옥천=글·사진 전상후 기자 sanghu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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