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주년 광복절을 맞아 이재명 대통령이 내놓은 경축사는 ‘빛’을 핵심 기조로 삼아 과거의 독립 정신과 미래의 평화, 그리고 국민 통합을 동시에 강조했다. “빛을 다시는 빼앗기지 않겠다”는 표현 속에는 독재와 분열의 어두운 시대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대통령은 대북 메시지에서 북한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이나 적대행위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는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를 대화로 복원하고 신뢰를 회복하자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그러나 북한의 무력 도발과 불신이 반복되는 현실에서, 말만으로는 신뢰가 쌓이기 어렵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실천적 접근이 뒤따라야 한다.
대일 메시지 역시 주목할 만하다. 대통령은 일본을 “마당을 함께 쓰는 이웃이자 중요한 경제 동반자”로 규정하고,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지향적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한일관계가 과거사에 갇혀서는 안 되며, 실용외교를 통해 상생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셔틀외교 복원’이 선언에 머물지 않으려면, 일본 역시 역사 문제에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정치권을 향한 대통령의 메시지도 무겁다. 이념과 진영을 앞세운 극단적 정치문화를 끝내고, 양보와 대화에 기초한 연대의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당부는 현 시점에서 절실하다. 광복 80년을 맞아 민주주의가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선열의 희생은 무의미해진다.
‘빛의 혁명’이라는 표현은 국민적 공감과 호소력이 크다. 그러나 빛은 말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치 개혁, 사회적 통합, 남북·한일 관계의 실질적 개선이 뒤따를 때 비로소 빛은 현실이 된다. 광복 80주년의 경축사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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