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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미량 화가가 일전 미술전람회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아래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손 화가 작품은 위의 그림 모자 쓴 아가씨.(사진=이승민 특하원) |
[로컬세계 = 이승민 특파원] 일본에는 미술계의 큰 산맥이라 불리는 일전(日展)이 있다. 120여 년의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최고 최대의 미술 단체다. 도쿄 국립신미술관(4~27)에서 열리고 있는 일전 미술전람회에 한국인 손미량 화가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어 도쿄 시민들의 색다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손미량 화가는 인간의 순수한 내면을 화폭에 풀어내는 휴먼 컨디션(human condition) 작가로 알려져 있다. 2007년 도쿄의 첫 개인전에서부터 2021년 한국의 쉐마미술관 개인전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포인트는 인간 내면에 대한 서정이었다.
손 화가는 슬픔 서러움 아픔까지도 사랑한다. 고독, 사랑, 우울, 애처로움 등 가장 인간스러운 마음의 풍경을 어떻게 화폭에 올려놓을까가 그녀의 작품 창작에 대한 마음 가짐이다.
일전 미술전람회 출품 때문에 도쿄를 찾은 손미량 화가를 도쿄 롯폰기의 국립신미술관에서 만났다. 가을빛으로 물든 도쿄 우에노공원을 산책하면서 미술과 함께 살아온 손 화가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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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빛이 짙어가는 도쿄 우에노공원에서 손미량 화가. |
-자기 소개
1960년 대구 출생, 동아대학교 서양학과를 졸업하던 해 결혼하여 유아생활과 미술학원을 운영하던 중 2002년 남편의 일본 근무로 결혼 15년 만에 도쿄에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7년 귀국,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동아대 서양화과 강사 역임.
개인전 11회, 개인 부스 전 10회, 단체전 100 여회, 화랑미술제, 부산아트쇼, BAMA, 아트 서울 등 국내 전시회와 SOAF, HARBOUR ART FAIR, London affordable, Qingdao art fair, ART EXPO, Art Ga oh sing 등 해외 전시회도 가졌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2회, 목우회 특선 1회, 하쿠지츠상, 아카네 화랑상 , 우메다 화랑상, 하꾸지츠 장려상 등을 수상했고,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동경미야사카갤러리, 중앙갤러리, 몬테크리스트미술관갤러리에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한국인물작가회, 일본 일전, 일본 HAKUZITSU회 등의 회원이며 손미량아뜨리에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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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미량의 첫 입선작 '새벽빛' 앞에서.(사진 손미량 화가 제공) |
-일본에서의 작품 활동을 소개한다면 ?
일본 미술계의 사실주의 거장인 나카야마 타다히코 선생의 인정을 받으면서 2006년 하쿠지츠카이(白日会) 공모전에 '새벽빛'이란 정물을 그려 첫 입선했다. 이어 사실주의 미술 단체인 일전(日展)에 차례로 입선. 미술계에 등단했다.
신인에게 주는 최고상인 하쿠지츠상(白日賞)에 이어 우메다화랑상(梅田画廊賞), 아까네화랑상(茜画廊賞) 등 영예로운 작가상을 수상했고, 2007년 귀국하던 해에는 도쿄에서 첫 개인전을 했다.
작년에는 일전으로부터 카이유(会友) 추대를 받았다. ‘아시타노 하쿠지츠카이’ 라는 젊은층으로 이뤄진 선발전에 2007년부터 13년까지 선발되어 긴자 마츠야 백화점갤러리에 출품하여 판매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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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작가들과 함께. 가운데 손미량 화가.(사진 손미량 화가 제공) |
-낯선 타국에서 어떻게 작품 활동을 시작했나 ?
우선 언어부터 익혀야 했기에 짐보초에 있는 YMCA 유학원에서 1년 과정으로 일본어 공부를 했다. 새로운 문화 속에서 그림 교류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일본어 1급을 취득했다. 그림 발표를 어떻게 하는지, 미술단체도 화랑도 알지 못해 답답하던 중 우연히 그림 애호가인 일본 할머니 사토우 씨를 만나게 되었다.
사토우 씨의 도움으로 일전에 출품을 하게 되었는데, 첫 출품작은 사토우 씨를 모델로 100호 크기의 작품이다. 전철로 2시간이나 걸리는 우리 집까지 주 2회 이상 와주셔서 2달 만에 완성했다. ‘오후 3시’라는 삶을 시간에 빗댄 인간에 대한 작품이었다. 일본의 유명 작가 마쓰다 죠토쿠 선생의 문화센터 미술교실에도 다녔다. 어렵게 얻어낸 자신만의 시간이기에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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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토우 씨와 함께.(사진 손미량 화가 제공) |
-일본 미술 단체와는 계속 교류를 하고 있나 ?
2007년 한국으로 귀국한 후 2010년, 송파미협에서 주최하는 한중일 교류전에 내가 아는 일본 작가 10명을 초대했고, 2013년에는 하쿠지츠 회원인 키하라 카츠토시 선생의 추천으로 도쿄 긴자에 있는 미야사카갤러리에서 초대전을 했다.
2013년까지 일전(日展)과 하쿠지츠카이(白日会)에 출품해왔지만 어려운 여건을 거쳐야 하는 외국 출품이라 중간에 멈추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은 화가로서의 꿈을 이루게 해 준 곳이고 내가 첫 개인전을 열었던 곳이다.
또한 일본에서 가장 큰 미술 단체인 일전에서 9번 연속 입선했고 하쿠지츠카이로부터 많은 상도 받아 화가로 등단한 곳이기도 하다. 고마운 인연을 다시 이어가고 싶은 마음에 올해 다시 일전에 출품하여 10번째 입선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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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미량아뜨리에에서 회원들과 함께.(사진 손미량 화가 제공) |
-한국에 돌아와서는 어떻게 활동했나 ?
2007년 귀국하던 해에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 입학했고 2009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졸업 청구전으로 1000호 개인전을 했다. 얼굴 표정 시리즈 100호 10점을 내고 작품에 관한 논문을 썼는데 좋은 평가를 받아 모교인 동아대학교에서 서양화과 강사를 하게 됐다.
그 후 마니프 구상대전에 10년 가까이 앨범 속 아이들을 발표해 왔고 ‘자매’라는 작품은 양평구립미술관에서 기획한 가족특별전에 초대되기도 했다. 2019년엔 가족이란 주제로 인사아트센터 4층 부산갤러리에서 초대개인전 ‘추억의 앨범’을 열었고, 2021년엔 쉐마미술관에서 인간을 주제로 초대개인전(REVERSE-마음을 움직이는 순간)을 했다.
11번의 개인전과 10번의 개인부스전, 단체전 100여 회, 수많은 국내 전시회와 해외아트페어(화랑미술제, 부산아트쇼, BAMA, 아트 서울, SOAF, 등과 HARBOUR ART FAIR(Marco polo Hong Kong Hotel), London affordable, Qingdao art fair, ART EXPO, Art Ga oh sing등)에 참여했다.
2007년 첫 개인전을 한 이후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2회, 목우회 특선 1회의 경력을 쌓고 한국전력아트센타갤러리 공모에서 부상과 더불어 초대개인전을 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에 공모를 통해 소장이 이뤄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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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미량 작 가족 사진. 손바닥 만한 크기의 가족 사진을 100호 크기로 그렸다. 가운데 아버지 뒤에 손미량.(사진 손미량 화가 제공) |
-오늘의 작가로 만들어준 추진력이 있었다면 ?
결혼하여 15년간 미술학원 운영과 육아 생활에 자신의 작품에 집중할 여유가 없었다. 첫 아이를 낳은 지 두 달 될 때 친정 집 근처에서 화실 딸린 집을 얻어 미술지도를 하며 살았는데 수업을 할 때면 아이를 친정 엄마께 맡겼었다. 어느 날 친정집에 들렀다가 거실의 손님들을 보고 나도 모르게 숨고 말았다. 아이를 업은 초라한 내 모습이 부모님께 누가 될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날 불러 세워 ‘나의 둘째 딸 화가 손미량이라며 자랑하셨다. 그렇게 늘 딸을 자랑하시던 아버지는 나의 첫 개인전을 못 보시고 돌아가셨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아버지께서 나를 자랑스러워해주시던 그 사랑과 믿음이 오늘까지 나를 화가로 이끌어준 추진력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어떤 분이셨나?
사업가셨던 아버지를 나는 무척 존경했다. 아버지께서 서라벌 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출신 시인이셨다는 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중학교 때부터 아버지의 딸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싶어 국어과목 점수에 유난히 집착을 했고 신문의 신춘문예는 빼놓지 않고 읽었다. 어린 시절 나는 할 말이 있어도 선뜻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부끄럼 많은 아이였다. 그런 타고난 성격과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기표현에 관한 선택이 자연스럽게 그림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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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한 달간 열리는 손미량 아뜨리에 회원전 표지.(사진 손미량 화가 제공) |
-자신의 갤러리 ‘손미량아뜨리에’를 소개한다면
손미량아트리에는 서울 송파구에 있는 아담한 나의 작업실이자 미술학원이다. 자택에서 걸어 5분 거리에 있다. 내가 대학원을 졸업하던 2009년부터 ‘왕초보에서 프로까지’의 로고를 걸고 화가를 꿈꾸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시작한 주 1일 유화 교실이다. 주 1일 강의 외에는 이곳에서 6일간 작품 창작에 집중하고 있다.
손미량아뜨리에는 해마다 제자들과 함께 회원전을 개최한다. 올해로 12번째의 회원전 ‘THE NEIGHBOR전’을 11월 한 달간 송파갤러리 까페크링에서 개최하고 있다. 지금까지 7명의 한국미술협회 회원을 배출했고 8명의 회원이 1번 이상의 개인전을 하는 등 작가를 배출하는 산실이 되고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
예술의 전당을 비롯한 코엑스나 아트 페어 등 각종 작가 단체전과 공모전에 출품을 했고 상도 많이 받았다. 1년에 한 번은 회원 전원이 참가하는 회원전을 개최하고 있다.
기초 유화 과정인 목탄 데생과 그리자이유, 그레이징, 스컴블링, 스푸마토 같은 전통적 타블로기법을 학습시킨 결과 회원들은 명암의 원리를 체득하여 깊이 있는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내가 쉽지 않은 화가 생활을 해왔기에 회원들에게는 애정을 다해 쉽게 가르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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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에 출품한 손미량의 하쿠니치 수상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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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미량 작. 메모리스 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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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일전 출품 손미량 작. '전차를 기다리는 여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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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미량 작. 소녀와 아이스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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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미령 작 '동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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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미량 작. '전시장에 온 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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