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재일효정한국부인회 회원들이 코스모스꽃밭에서 가을 소풍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이승민 도쿄특파원) |
[로컬세계 이승민(李勝敏) 특파원]지난 28일, 도쿄지역에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이 쇼와기념공원으로 가을 소풍을 갔다. 그동안 ‘코로나 19’로 인해 움추렸던 생활을 벗어나 코스모스가 만발한 꽃밭에서 한껏 가을을 즐겼다.
재일효정한국부인회가 주최한 이날 가을 소풍은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많이 참석은 못했지만 평화통일연합 김원식 사무총장과 박성용 국장이 초대되어 자리를 함께했다.
여가옥 회장은 "활짝 웃는 얼굴과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갑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재앙 속에서도 우리 회원들은 모두 건강하다는 소식에 더욱 기쁘고 감사하다.
일본 땅에서 한국의 얼과 문화를 전하고 가르치는 일을 소명으로 알고 살아온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리면서 다음 2가지를 꼭 부탁하고 싶다.
첫째는 우리들이 하나가 되어 단합된 강한 모습과 서로 화합하는 아름다움을 일본인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둘째는 우리들의 등에는 한국인이라고 써있다. 한국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실수를 절대로 해서는 안되겠다. 스스로가 모범적인 삶을 살아서 일본인들을 감동시키는 생활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인사말을 통해 강조했다.
![]() |
▲ 도쿄 쇼와공원 잔디밭에서 달리기 놀이를 하고 활짝 웃으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김원식 총장은 인사말에서 “재일효정한국부인회 회원들의 업적은 놀라울 정도로 크다. 일본 방방곡곡에서 3000여명의 회원들이 한국어교실, 한국문화교실, 한국요리교실, 한국어 안내 통역 번역 등 각자의 생활 현장 속에서 조국 대한민국의 문화전도사가 되어 헌신적이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에 감동했다. 일본땅에 이처럼 3000명의 유관순이 있어 든든하다”고 말했다.
공원 중앙에는 푸르른 잔디밭이 지평선처럼 펼쳐져 있었고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잔디밭은 더욱 푸르고 싱그러웠다. 각자 정성스럽게 준비해 온 음식을 돚자리 위에 펼쳐 놓고 둘러 앉았다.
배추김치 파김치 갓김치 오이김치 깍두기는 기본이고, 오곡밥 김밥은 한국인 소풍길에 당연한 메뉴다. 푸짐하게 정이 담긴 한국음식을 서로 나누면서 오순도순 맛나게 음미했다.
![]() |
▲ 소풍길에서 가장 즐거운 점심시간. |
공원으로 마늘냄새 생강냄새가 풍겼고 도토리묵은 고향의 어머니 손길을 생각나게 했다.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 제주도 이야기까지 정답고 수다스러운 점심식사는 소풍길에서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일본사람들은 이 맛을 모를 거야”라고 하면서 푸른 고추를 쌈장에 찍어 먹기도 했고, 깻잎에 불고기와 마늘을 싸서 고추장에 찍어 먹기도 하며 웃었다. 예쁘게 만들어 온 소떡 꿀떡은 후식으로 먹었다.
점심을 먹고 있는 잔디밭 곁에는 이름 모를 이국의 꽃들이 활짝 피어 참으로 아름다웠다. 가을을 상징하는 꽃은 역시 코스모스였다. 코스모스꽃을 보기 위해 20분쯤 공원길을 걸었다. 꽃밭에 도착하자 모두가 하나처럼 탄성을 질렀다. 드넓은 언덕이 온통 코스모스 꽃동산이었다. 삼삼오오 사진을 찍으며 아름다운 꽃길을 걸었다.
![]() |
▲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노래를 부르며 흥겨운 놀이를 하고 있다. |
한국사람들은 타고난 천성인지 놀러가면 감상만 하고 끝나지 않는다. 꽃향기 풍겨나는 잔디 위에 자리를 잡고, 철없는 소녀들처럼 둘러 앉아 어린시절 즐겨놀던 놀이를 했다. 노래에 박자를 맞춰 손수건을 전달하다가 노래가 멈추면 수건을 든 사람이 일어나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 멀리 멀리 퍼져라
건너 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여주어라
드넓은 쇼와기념공원 잔디밭으로 한국 동요가 퍼져나갔다. 수많은 일본인들이 한국인들의 동요놀이를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를 안고 한국인들의 노는 모습을 지켜보던 마노 유리코(39) 씨는 “한국인들은 흥의 문화가 몸에 베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한국인들의 노는 모습을 보고만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덩달아 즐겁고 재밌어요. 늘 즐겁게 사니까 마음씨도 착한 민족 같아요”라고 말했다.
![]() |
▲ 쇼와기념공원 정문에서 가을 소풍 기념사진(앞줄 왼쪽 두번째 김원식 총장, 뒷줄 오른쪽 두번째 여가옥 회장) |
한편 재일효정한국부인회는 통일교에서 축복결혼을 받아 일본으로 건너와 살고 있는 한국인 1세 여성들의 모임이다. 일본 전국에 3000명 이상의 회원을 가진 굴지의 한국인 여성단체로써 사물놀이팀과 합창단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공연하는 등 실질적인 민간외교의 주역을 담당하고 있다. 30대에서 60대까지로 구성된 이 모임의 중심은 50대이다. 사회적으로 활동력이 있는 50세 전후가 가장 많아 그 수가 20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일본 각지역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한국문화대사로 임명을 받아 공식적이거나 사적으로 한국의 문화를 홍보하고 있고, 때로는 한국문화강사로 초청을 받아 활동하고 있다. 이들 강사들에 의해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인 수가 1만명을 넘는다. 또한 자녀들 중에는 연예계 정치계 학계 스포츠계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재능가들도 많다. 특히 소프트뱅크의 프로 야구선수나 미스코리아 등 일본 언론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자녀들도 있다.
![]() |
▲ 가을 쇼와기념공원 호수. |
[저작권자ⓒ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