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소송 4건 중 3건 ‘부정당업자 제재’…최종 패소 78건 중 61건은 1심부터 패소
대부분 ‘처분사유 부존재·재량권 일탈·남용’…박수영 의원 “조사·제재 과정 전반 점검해야”
[로컬세계 = 맹화찬 기자] 조달청이 기업에 내린 입찰참가자격 제한과 거래정지 등 각종 행정처분이 법원에서 잇따라 뒤집히면서 올해 행정소송 패소율이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재정경제기획위원회, 부산 남구)이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조달청 행정소송 패소율은 26.8%로 2020년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조달청을 상대로 제기되는 행정소송은 기업의 공공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부정당업자 제재’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부터 올해 8월까지 조달청을 상대로 제기된 행정소송 426건 가운데 부정당업자 제재 관련 소송은 317건으로 전체의 74.4%를 차지했다.
올해 역시 전체 52건 가운데 40건, 76.9%가 부정당업자 제재 관련 소송이었다.
기간을 2020년까지 넓혀 보면 올해 8월까지 제기된 행정소송 866건 중 594건이 입찰참가자격 제한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이었다.
나머지는 거래정지, 판매중지, 우수제품 지정 취소 등과 관련된 소송이었다.
더 큰 문제는 법원이 단순한 절차상 하자가 아니라 조달청의 처분 근거 자체가 부족하거나 재량권을 과도하게 행사했다고 판단한 사례가 상당수라는 점이다.
2020년 이후 접수된 사건 가운데 최종심에서 조달청이 패소한 사건은 모두 78건이었다.
이 가운데 ‘처분사유 부존재’가 패소 사유에 포함된 사건은 37건, ‘재량권 일탈·남용’이 인정된 사건은 38건이었다.
실제로 조달청은 한 업체가 계약 규격과 다른 제품을 납품했다는 이유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했지만, 법원은 해당 업체가 체결한 여러 계약 가운데 일부 계약에서만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 등을 들어 조달청의 처분에 제동을 건 사례도 있었다.
입찰참가자격 제한이나 거래정지는 기업의 공공조달시장 참여 자체를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제재다. 특히 공공조달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에는 매출과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달청이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공공조달 규모는 238조5천억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8.9%에 달했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약 63%에 이른다.
조달청 스스로 공공조달을 “민생경제의 핵심 안전판이자 마중물”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거나 재량권을 벗어난 처분으로 기업의 입찰을 막았다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박수영 의원은 “입찰참가자격 제한이나 거래정지 같은 조달청의 처분은 한 번 내려지면 기업의 영업과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강력한 제재”라며 “특히 공공조달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에는 사실상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의원은 “법원에서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이유로 행정처분이 반복해서 뒤집히고 있고, 올해 패소율마저 2020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며 “기업을 제재하는 데 앞서 사실관계와 법적 근거, 제재 수위가 적정한지 조달청의 조사·처분 과정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맹화찬 기자 a59620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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