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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의 K-Stage O!에서 20주기 이수현 추모행사를 하고 있다.(사진= 이승민 특파원) |
[로컬세계 이승민(李勝敏) 특파원]지난 26일, 일본 유학 중 일본인을 구하려다 희생된 의인 이수현(1974∼2001) 씨를 추모하는 20주기 행사가 도쿄 신주쿠에서 열렸다.
이수현(李秀賢 당시 26세) 씨는 2001년 1월 26일 도쿄 신주쿠(新宿)에 있는 JR신오쿠보(新大久保)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열차에 치여 숨졌다. 20년 전 사고 현장인 JR신오쿠보역에서 헌화한 뒤 오쿠보에 위치한 'K-Stage O!'에서 추모행사를 가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참석 인원을 최소화한 가운데 신주쿠한국상인연합회(회장 김규환)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 김용길 주일 한국대사관 정무공사, 여건이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단장, 가토리 요시노리 LSH아시아장학회 회장, 이토 세츠코 신오쿠보 상점가 진흥협회 이사장 등 한일 관계자 5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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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신오쿠보역 현지에서 고 이수현 씨 추모객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화를 보냈고, 지난 22일 부임해 자가 격리 중인 강창일 일본 주재 한국대사는 영상메시지를 통해 추도사를 했다.
강 대사는 추도사를 통해 "나보다 이웃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불꽃처럼 산화한 고인에 진심으로 애도를 표하고 가족분들에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고인의 희생은 한일 우호 협력 관계에 대한 울림이 됐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로 한일 간 가교가 된 고인의 삶을 기억하며 기리고 있다. 고인이 보여주신 희생정신과 인류애 앞에 한국과 일본의 국경은 없었다"며 "한국과 일본은 오랜 세월 함께해 온 가장 가까운 이웃국가다. 현재의 갈등을 극복하여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협력하면서 공생공영의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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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친 신윤찬 씨가 영상으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
매년 도쿄 현지 추도식에 참석했던 고인의 모친 신윤찬(72) 씨도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참석하지 못하고 영상 메시지로 대신했다.
신윤찬 씨는 영상을 통해 “아들을 잃은지 벌써 20년이 되었다. 그동안 변함없이 따뜻한 사랑을 베풀어 주신 여러분들 덕분에 슬픔을 넘어 설 수 있었다. 장학회라는 아름다운 모임을 통해 훌륭하신 여러분들과 만나면서 희망과 용기를 얻었고 일본을 더 알게 되었다. 아들 수현이와 함께 꿈을 이어갈 수 있는 일들을 할 수 있게 됨을 기쁘게 생각한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꽃이 피는 봄이 오듯이 머지 않아 한일간에 평화로운 날이 오겠지요”라며 "국경을 넘은 큰 인간애를 실현하고자 했던 아들 수현이의 꿈을 이어가는 일에 앞으로도 여러분의 큰 응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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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인숙(Iris Park) 씨가 추모식에 참석해 헌화를 하고 있다. (스튜어디스 출신인 박인숙 씨는 당시 이수현 씨가 희생된지 14일 후인 2001년 2월 9일, 타고 가던 전철 내에서 혼수상태가 되어 죽어가던 일본인을 인공호흡으로 살려냈다) |
박인숙 씨는 “고 이수현 씨의 목숨을 초월한 인간애 정신은 한일 양국 국민을 크게 감동시켰다. 고인의 못다한 뜻이 꼭 이루어질 수 있도록 양국의 국민들이 함께 노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 이수현 추모 20주년을 맞아 주일한국대사관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큐멘터리 영화 가케하시(かけはし)를 상영한다. 이 영화는 당시 한일간에 사랑과 우정을 이어주는 가교(架橋)를 꿈 꾸던 이수현 씨의 숭고한 마음을 담은 영화다. 이달 27일부터 유튜브를 통해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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