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나고 흐르고 사라진다…기술이 만든 새로운 자연"

지차수 기자

chasoo9@naver.com | 2026-09-01 13:30:14

파라다이스시티, A.A.무라카미 한국 첫 개인전 《New Nature》 개최

■ 자연의 생성·소멸 구현…신작 '머드 페인팅: 천 겹의 위장 시리즈' 최초 공개
■ A.A.무라카미 뉴욕 MoMA·파리 퐁피두 영구 소장된 세계적 아티스트 듀오
■ 파라다이스 4년째 대형 기획전 진행…국내외 미술계 잇는 아트경영 확대

[로컬세계 = 지차수 기자] 기술로 자연을 다시 설계한 A.A.무라카미의 세계가 한국에서 처음 펼쳐진다. 비눗방울과 안개, 조개껍질까지 익숙한 자연의 요소들이 기술과 만나 전에 없던 장면으로 다시 태어난다.

▲ 파라다이스시티 아트스페이스에 전시된 ‘비욘드 더 호라이즌’

파라다이스시티는 1일 아트스페이스에서 A.A.무라카미의 《New Nature》를 개막한다고 밝혔다. 2027년 2월 1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자연 이후의 자연(Nature after Nature)’을 주제로 기술을 통해 자연의 생성과 변화, 소멸을 새롭게 구현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A.A.무라카미는 일본 출신 아즈사 무라카미와 영국 출신 알렉산더 그로브스로 구성된 아티스트 듀오다. 두 작가는 비눗방울과 안개처럼 형태가 고정되지 않고 사라지는 물질에 첨단 기술을 결합하는 작업을 ‘에페머럴 테크(Ephemeral Tech)’라 명명하고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이는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자연 현상을 실제 공간에 만들어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측 불가능한 변화까지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예술 방식이다. 이들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 파리 퐁피두센터, 홍콩 M+ 등 세계 유수 미술관에 영구 소장돼 있다. 파라다이스시티 아트스페이스는 국내외 현대미술 작가들의 다양한 기획전을 선보이며 파라다이스의 ‘아트테인먼트’ 철학을 구현해 온 전시 공간이다.

▲ 파라다이스시티 아트스페이스에 전시된 ‘뉴 스프링’.

◇ 에페머럴 테크로 만나는 찰나의 자연

먼저 아트스페이스 1층에서 A.A.무라카미의 작업세계를 대표하는 두 작품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뉴 스프링(New Spring)〉은 높이 6.4m의 나무 형상 구조물로, 24개 가지 끝에서 비눗방울이 꽃처럼 피어나 떨어진 뒤 이내 사라진다. 관람객은 눈앞에서 끊임없이 태어나고 소멸하는 비눗방울을 바라보며 다시 반복되지 않는 자연의 한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안개구름과 빛을 통해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비욘드 더 호라이즌(Beyond the Horizon)〉도 함께 전시돼 있다. 기계 장치가 동일한 움직임을 되풀이하더라도 안개와 공기의 흐름에 따라 구름의 모양과 빛의 모습이 매번 달라져 예측할 수 없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관람객들은 작품 앞에 서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하는 빛과 안개 속에서 공간 전체를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 파라다이스시티 아트스페이스에 전시된 ‘머드 페인팅: 천 겹의 위장 시리즈’.

◇ 세계 최초 공개되는 ‘머드 페인팅: 천 겹의 위장 시리즈’

2층에서는 이번 전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신작 〈머드 페인팅: 천 겹의 위장 시리즈(Mud Paintings From ‘A Thousand Layers of Stomach’ Series)〉도 만날 수 있다. 작품의 출발점은 두 작가가 도쿄에서 된장국을 먹다 발견한 바지락의 조개껍질이었다. 서로 다른 정교한 무늬에 주목한 작가들은 조개껍질이 성장하며 패턴을 형성하는 원리를 생물학적 알고리즘으로 해석하고 이를 컴퓨터 코드로 변환했다.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자율형 머드 페인팅 머신은 코드를 토대로 화폭 위를 움직이며 패턴을 한 겹씩 쌓아 올린다. 조개가 오랜 시간에 걸쳐 껍질을 성장시키는 자연의 방식을 기계의 움직임으로 옮겨 화폭 위에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순간적인 자연 현상에서 출발한 A.A.무라카미의 작업 세계가 물성을 지닌 새로운 형태로 확장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신작이다.

◇ 글로벌 잇는 파라다이스 예술경영

파라다이스는 전시 개막에 앞서 8월 31일에 작가 초청 프로그램과 ‘파라다이스 아트나이트(Paradise Art Night·PAN)’도 개최했다. 프리즈 서울을 위해 한국을 찾은 해외 컬렉터와 미술계 관계자들이 참여해 국내외 미술계가 교류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파라다이스는 ‘아트테인먼트(Art+Entertainment)’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문화예술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특히 세계 미술계의 이목이 서울에 집중되는 프리즈 서울 시즌에 맞춰 2023년 뱅크시·키스 해링, 2024년 조쉬 스펄링, 2025년 조엘 메슬러에 이어 올해 A.A.무라카미까지 4년 연속 대형 기획전을 개최하며 국내외 미술계를 연결하는 문화예술 교류의 장을 넓혀가고 있다. 

파라다이스시티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기술 그 자체보다 기술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고 사라지는 자연의 순간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앞으로도 파라다이스만의 예술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국내외 관람객들이 세계적인 현대미술을 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 A.A.무라카미(A.A.Murakami) A.A.Murakami 2026. Photograpy By Homin Jang. Image courtesy of Paradise City. 사진=파라다이스 제공

지차수 기자 chasoo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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