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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가 그림을 그리던 운림산방 뜰 앞의 운림지 호수에 소치가 심은 배롱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사진=한상길 기자) |
[로컬세계 한상길 기자]운림산방(雲林山房)은 전라남도 진도군 의신면 사천리 첨찰산 남쪽자락에 자리한 명승 제80호로 지정된 곳으로 운림각(雲林閣)이라고도 불린다. 조선 후기 남화의 대가인 소치 허련(許鍊, 1808~1893)의 고향으로 그림을 그리던 곳이다.
소치 허련은 진도 태생으로 이웃 땅인 해남 녹우당의 화첩을 보며 그림을 익혔다. 대둔사에 머물던 초의선사의 소개로 서울로 올라가 김정희에게 그림을 배우게 되면서 그만의 화풍을 만들어간다. 1856년 스승인 추사 김정희가 타계하자 고향으로 돌아와 이곳에서 작품 활동을 펼치며 한국 남화의 맥을 형성한다.
이후 그의 후손들이 이곳에서 나고 자라며 남화의 맥을 잇는데, 전세계 어디에서도 흔치 않다. 2대-미산(米山) 허영(許濚), 3대-남농(南農) 허건(許楗)과 임인(林人) 허림(許林) 형제, 4대-임전(林田) 허문(許文), 현재는 5대의 남농의 손자 허준(許埈) 등이 현재 활동 중에 있다.
일가직계(一家直系) 5대의 화맥이 이곳에서 200여 년 동안 이어지는 기록은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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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기념관 내부에 있는 운림산방 화맥도. |
19세기에는 추사 김정희와 그 주변 인물들에 의해 본격적인 남종화의 세계가 전개되면서 남화의 맥을 잇게 된다. 김정희는 허련과 그의 그림을 매우 사랑해서 ‘소치’라는 호를 지어주며 “압록강 동쪽에 소치를 따를 사람이 없다”, “소치 그림이 내 것보다 낫다”는 찬사를 했을 만큼 그는 빼어난 실력은 당시의 화단을 풍미했다.
남화 또는 남종화(南宗畵)란 중국 명대의 막시룡(莫是龍), 동기창(董其昌) 등이 제창한 ‘남북종론’에서 화가의 계통이자 화풍을 구분한 것인데, 여기서 나온 북종화에 대립되는 개념의 산수화 양식을 말한다.
남북이종론(南北二宗論) 자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으나, 간추려 말하면 남종화란 화풍은, 전문 화원들이 그리던 외형묘사를 위주로 한 사실적 영향을 지향하는 북종화와는 대비되는 그림으로, 수묵을 가지고 담대하면서도 자유로운 형식으로 선비의 마음을 담아 그리는 산수화를 말한다. 여기에 덧붙이면 대개 남종화는 산수화를 의미하고 문인화는 산수화 외에 사군자, 화조화 등 좀 더 넓은 범위를 가리킨다.
운림산방은 한때 후손들이 진도를 떠나면서 오랫동안 원형을 잃고 방치되어 있다가 이후 허형의 아들 허윤대가 운림산방을 다시 사들였고 1982년에 손자 허건에 의해 복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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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기념관의 외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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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기념관의 내부에는 허씨 집안의 복제화 그림이 걸려있다. |
경사지의 맨 위쪽에는 허련의 화상을 모신 운림사(雲林祠)가, 그 앞으로는 소치가 기거하던 전통가옥이 있다. 이 살림집 앞에는 소치가 그림을 그리던 운림산방(1978년에 재건)이 있고, 그 앞으로 약 30㎡ 크기의 연못이 있으며 중앙에는 원형의 작은 섬이 있다. 운림산방의 옆으로는 거리를 두고 소치기념관이 자리하여 허씨 집안 3대의 그림의 복제화와 수석, 단지, 그릇 등 허련의 소장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산방의 입구에서 경내의 우측 한편으로 진도역사관(내부에 금봉미술관 소재)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이 지역의 역사유물을 영구 보존하고 후세들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내부에는 삼별초실, 유배문화실, 기획전시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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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역사관의 모습. |
남도전통미술관은 운림산방 입구에서 왼편 경내 지하에 자리하며 진도군 예술인들의 삶과 문화, 예술을 담아내며 진도 전통문화 예술성을 개발, 전승, 연구, 교육하는 공간이다. 지하에는 백포전시실, 상설전시실을 갖추고 있고 지상 1층에는 남도예술은행에서 상설 그림판매장으로 운영 중에 있다.
현재 남도전통미술관은 진도역사관의 금봉미술관과 함께 오는 10월 31까지 열리는 ‘2018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의 전시관으로 운영되고 있어 수묵작품을 감상하려는 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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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전통미술관의 모습. |
운림산방의 뒤쪽으로는 첨찰산 줄기가 말굽처럼 둘러쳐있고 쌍계사와는 바로 이웃한다. 첨찰산은 진도군에서 가장 높은 산지를 이루고 있어 진도의 진산이라고 불릴 정도다.
산 주위에 수많은 봉우리가 어우러진 깊은 산골에 아침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숲을 이룬 모습을 보고 운림산방이란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그런 첨찰산이 오늘도 자연의 산수화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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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찰산 자락에서 바라본 다도해와 산자락의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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