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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트화가 나츠키 케이(夏樹圭) 씨가 전시회장 자신의 작품 앞에서.(사진 이승민 도쿄특파원) |
[로컬세계 = 이승민 특파원] 지난 4월 5일부터 오는 10일까지 6일간 도쿄도 스기나미구 고엔지(高円寺)의 아트 갤러리 핀치(アートギャラリーピンチ)에서 나츠키 케이(夏樹圭) 화가의 커트화(切り絵) 신작품 12점을 비롯하여 24점이 전시되고 있다.
커트화가 나츠키 씨는 일본 전통적인 의상을 입고서 민속적이거나 풍습적인 것, 꽃들을 주로 창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태왕사신기’, ‘장구를 치는 여인’ ‘한복 입은 아가씨’ 등 한일우정의 작품에도 관심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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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키 케이 작, 전시회의 주제 작품 '금조옥토'(하얀 종이를 잘라 붙여 공작을 만든 작품). |
이번 개인전의 주제는 금조옥토(金烏玉兎)다. 금조(金烏)는 태양(太陽), 옥토(玉兎)는 달(月)을 상징했고 작가는 이것을 세월로 의미했다. 나츠키 케이는 “이번 전시회는 데뷔에서 지금까지의 세월을 작품 속에 담아 표현했다”고 말했다.
나츠키 씨는 현재 파킨슨병 환자이다. 건강한 사람도 하기 어려운 커트 예술을 환자의 몸으로 창작하여 전시했다. 커트화는 우리에게 매우 생소하다. 커트화법으로 작품을 창작하기에는 정교한 손재주와 정숙성이 필요하다. 종이나 천 위에 미리 그려놓은 정교한 선을 따라 예리한 칼로 잘라 내어 입체적으로 붙여서 작품을 만든다. 붓으로 그리는 그림보다 많은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전시장을 찾아가 나츠키 케이 작가를 만나보았다.
“파킨슨병이라는 병이 발병하고 계속 오른손과 오른발이 떨렸습니다. 하지만 작품을 위해 커터나이프를 들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떨림이 딱 멈추게 됩니다. 떨리지 않으면 몸이 매우 편해집니다. 작품을 만들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저도 너무 신기합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올해로 6년째가 됩니다.”
평범한 주부로써 아들과 딸을 키우며 행복하게 살아가던 나츠키에게 갑자기 슬픈 날이 찾아왔다. 소파에 앉아 있는데 오른발이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이상하여 신경이 쓰였다. 스스로 움직이겠다는 생각이 아닌데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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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키 케이 작 (夏樹圭 作 장구를 치는 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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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츠키 케이 작, 태왕사신(夏樹圭 作 大王四神). |
그렇게 몇 달이 지났다. 그 사이에 오른손도 움직이고 있었다. 오른손과 오른발이 제멋대로 동시에 움직였고 병원으로부터 파킨슨병이라는 판명을 받았다. 하지만 믿어지지 않았다.
‘파킨슨병, 그럴 리 없어. 파킨슨병은 난치병이야.
아직 50대인데 왜 내가 이런 병에 걸려. 나는 파킨슨병이 아니야.’
하지만 믿기 싫어도 믿어야만 하는 현실이었다. 너무 우울하여 병원에 가는 것도 스트레스가 되었다. 갈수록 체력도 떨어지고 근육도 없어지고 걷기조차 힘들어 지팡이를 사용하게 되었다.
아, 병상 생활이 시작되나. 어찌 나에게 이런 병이 찾아왔단 말인가.
우울증마저 깊어갔고 점점 마음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무엇을 봐도 즐겁지 않았고 무엇을 먹어도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고, 마음속에 긍정적인 기분은 사라졌다. 몸은 살아 있어도 마음은 죽은 상태였다. 죽고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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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키 케이 작, 오이랑(夏樹圭 作, 花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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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키 케이 작, 오이랑의 행진(夏樹圭 作, 花魁道中) |
병원을 다니던 중 문득 서점에 들렀다. 거기서 1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잘라서 만드는 그림(切り絵)이라는 책이었다. 책을 펼쳐보았다.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던 내가 책장을 넘겨보면서 예쁘다는 감정을 느꼈고 문득 이런 것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 속에서 뭔가가 깨어나는 감각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관심을 동시에 느꼈다. 책을 사서 들고 시장에 들러 커터나이프와 고무판을 사다가 커터화에 도전해 보았다.
순간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오른손이 떨리고 있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커터나이프를 오른손에 잡고 종이를 자르려 하자 순간 지금까지 떨고 있던 손이 멈췄다. 건강한 사람처럼 종이를 자르고 있었다. 매우 신기한 감각이었다.
웃음이 찾아왔고 노래도 찾아왔다. 잘라내는 것이 즐겁고 흥미로워 이것저것 열심히 만들어보았다. 그림이 서툴기에 다양한 그림책을 사다가 마음에 드는 그림을 잘라내어 작품을 만들어 보았다. 나의 작품을 본 사람들은 모두가 아름답다고 말해주었다. 그럴수록 큰 힘이 되었고 희망이 되었다.
‘나도 화가가 되어보자.
스스로 그림을 그리고, 그린 그림을 잘라 오리지널 나의 작품을 만들어 보자’
그렇게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창작을 하면서 그림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좋은 그림은 흉내를 내어 그려보고 그것을 잘라 작품으로 만들어 보았다. 역시 스스로 그린 그림을 자른다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었다. 여행 갔을 때 찍어 온 사진을 보면서도 그림을 그려 보았다. 그림 공부를 하면서 마음이 부풀었다. 하루하루가 즐거웠고 어느샌가 우울증은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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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을 찾아온 나츠키 케이 팬들과 함께 기념 사진. |
그렇게 날마다 열심히 작품을 만들었고 작품을 본 사람들은 이것과 같은 것, 저것과 같은 것, 저마다 만들어달라고 주문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액자값만 받고 선물로 주었다. 재활이라고 생각하면서 재료비만 받았다. 그렇게 점점 취미의 영역에서 프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작품의 수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작품 활동에 집중하던 중에 여러 곳에서 개인전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의가 들어왔다. 매우 기뻤다. 이번 개인전(個展)에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개최할 수 있게 됨을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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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키 케이 작, 연정 (夏樹圭 作, 蓮精).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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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키 게이 작, (夏樹圭 作, 初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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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키 케이 작, 해바라기 (夏樹圭 作 ひまわり)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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