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중국 고율관세 60%부과 땐 한국 역성장”분석
무리한 요구에 대비한 적절한 대비책 마련해 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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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영 칼럼니스트 |
1주일 연속 하락하던 주식시장은 지난 15일 코스피 지수 2416. 86, 코스닥은 685. 42로 마감했다. 1년 만의 최저수준이다. 국내 증시가 5일 연속 맥없이 무너진 것은 외국인들의 집중 투매에다 개미투자자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환율변동으로 인해 원화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내세운 무역 보호주의, 고관세, 감세, 이민정책 등의 공약이 본격화되면 원화 가치 하락 폭이 1430원 대까지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 우리 경제성장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과거 달러당 원화값이 1400원대로 밀려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 통화 긴축기 등 세 차례뿐이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연구원은 “수출 중심국인 우리나라는 트럼프 행정부가 10%의 관세만 매겨도 한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은 10% 떨어진다”며 “다른 나라보다 수출 기업 비중이 큰 한국 증시가 이 같은 무역 보호주의가 현실화 되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라고 설명했다.
따러서 KDI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또다시 낮췄다. 지난 8월 2.6%에서 지난 12일에는 2.2%로 0.4%포인트를 낮췄다.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 역시 0.1%포인트 낮춘 2.0%로 예상했다. 한국 경제의 앞길이 녹록지 않다는 얘기다.
수출도 큰 걱정이다. KDI는 수출 증가율이 올해 7%에서 내년에는 2.1%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마저도 낙관적인 전망이라는 점이다. KDI는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시차를 두고 관세를 인상한 경험을 토대로 2기 행정부에서도 그럴 것으로 가정했다. 그래서 내년에는 관세 인상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관세 인상을 '미국 우선주의'의 핵심 정책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관세를 올린 학습 효과를 바탕으로 더 신속하게 관세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의 내년도 수출 증가율과 경제 성장률은 모두 1%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스피 지수가 5일 연속 추락한 것도 이 같은 부정적 전망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재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초강경파 경제 관료와 참모진이 속속 내정되면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를 외치고 있다.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비 중국, 유럽, 멕시코 등 글로벌 주요 국가는 대응책에 분주하다. 본격 관세 보복 전쟁이 예고 된 것이다. 관세 폭탄을 공약으로 내걸고 대선에 임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무역전쟁은 이미 예고 된 것이다.
관세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 세계 무역 위축으로 한국은 최악에 60조원대에 달하는 수출이 감소하는 직접적 경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기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무엇을 요구할 것이며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한국의 대미 무역 수지 흑자를 빌미 삼아 한국을 특정해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압력을 비롯해 미군 철수 등 방위비 인상을 무리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시나리오에 맞춘 대응책 마련에 고민해야 한다.
트럼프는 대선 공약에서 중국산 수출품목에 대해 60%에 달하는 고율관세를 과세하는 한편 나머지 국가 수입 상품에도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EU·캐나다·한국 등 핵심 동맹에까지 보편 관세를 매겨 자국 산업과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무차별 ‘관세 난타전’ 양상이 벌어지고 세계적으로 자국 우선주의 통상 정책이 강화되면 수출 위주의 한국 경제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방국에 대한 보편 관세를 매겨도 추가 경제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는 국책연구가 나와 관심을 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미국 대선: 트럼프 관세정책의 배경과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트럼프 관세정책은 ▲전 수입품에 대한 10%의 보편적 기본관세 ▲ 60% 대중국 관세 ▲ 상호주의 관세 부과 등이다.
상호주의 관세는 미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의 수입품에 대해 같은 비율로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KIEF 연구진은 ▲ 미국이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 10%포인트(p)의 관세를 추가 부과 ▲ 중국에 대해 관세 25%p 추가 부과 ▲ 중국에 대한 관세를 60%로 상향 ▲ 보편 관세를 FTA 체결국까지 확대 적용 등 시나리오별로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이 FTA 미체결국에 10%p의 보편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고 중국에는 25%p를 추가로 부과할 때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07% 성장하며, 중국에 60%의 관세를 매길 때는 실질 GDP가 0.12% 추가로 성장한다고 전망했다. 특히 보고서는 한국을 포함한 FTA 체결국에도 10%p의 보편 관세를 추가로 부과해도 한국은 0.03%~0.05% 각각 성장한다고 내다봤다.
미국이 보편적 관세 10%를 부과하면 한국의 대미 수출액뿐만 아니라 제3국의 한국 중간재 수입도 감소하면서 한국의 총수출액이 단기적으로는 연간 53억∼241억달러 감소하지만, 상대국 물품 대비 가격이 더 낮아지는 경우 중장기적으로 한국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해 상대국이 보복 관세를 하는 경우에도 우리나라의 실질 GDP는 추가로 0.03∼0.13% 성장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추정했다. 반면 한국산에 대한 대체수요 발생이 제한적이고 제3국으로의 수출 전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실질 GDP는 최대 0.27%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진은 "미국의 관세 조치가 폭넓게 적용되는 경우에도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되나, 사전적으로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고 기회요인을 발굴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 미국 정부의 관세수입 확대로 인한 수요 증가 ▲ 제3국으로의 수출 전환 ▲ 내수로의 판매 촉진 방안 등을 선제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인 한국의 피해 전망도 나왔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미국이 양자 FTA가 있는 한국을 포함해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국이 맞대응하는 최악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세 전쟁’으로 인한 무역 위축 외에도 미-중 정면충돌 우려가 커진다는 점도 한국 경제에는 또 하나의 불안 요인이다
우리 정부의 선제적 대응책은 있나.
트럼프 진영은 공급망 전반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디커플링(decoupling) 전략을 더욱 노골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한국은 반도체, 이차전지 등 경제 안보에 직결되는 첨단 전략 산업에 초점을 맞춰 중국을 배제하되 일반 경제 부문에서는 상호 이익이 되는 중국과의 협력 틀을 유지하는 이른바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차원의 정교한 접근법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정부는 그간 여러 공개·비공개 채널로 국내 국제·통상 전문가,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통상 대응 전략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대미 접촉(아웃리치)을 확대해 미국 조야와 네트워크 확대를 도모해왔다. 한 통상 당국 관계자는 "민감성 탓에 외부 공개할 수 없지만 트럼프 후보 당선을 포함한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정부 차원의 대응책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어쨌거나 미국인은 트럼프를 선택했고 관세 무역전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트럼프의 대외 정책은 미국의 안보 지원에 대해 돈을 내라는 것이 핵심이다. 그가 동맹국을 바라보는 기준은 가치가 아니라 돈이다. 그런데 내라는 돈의 규모가 너무 일방적이다. 우리가 만족스러운 답을 내놓지 않으면 미군 감축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트럼프 2기 시대의 경제·안보 정책 전반을 면밀히 파악하고 사안마다 대책을 미리 세워야 한다. 그래야만 트럼프 재집권으로 인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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