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816조 제3호에서 정한 ‘사기로 인한 혼인’이란 혼인의 당사자 또는 제3자가 상대방 또는 양 당사자에게 자신의 학력, 연령, 가족 사항, 집안 내력, 경제력 등 수입(재산상태), 직업, 전혼관계(초혼인지의 여부), 전과관계, 임신사실(임신을 하지 아니하였음에도 마치 임신한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혼인한 경우), 질병사실(치유불가능한 알콜중독증, 조현병 등) 등의 사실을 기망하고 그 기망에 따라 착오에 빠진 상대방 또는 양 당사자가 혼인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성립하는 하자있는 혼인을 의미한다.
즉, 상대방의 기망행위에 의해 착오에 빠지지 아니하였더라면 혼인에 이르지 아니하였을 경우 예외적으로 혼인의 취소가 허용되는 것이다. 이렇듯 사기로 인해 혼인을 취소하기 위해서는 그 혼인이 기망에 따른 혼인임을 전제한다.
이때 사기는 혼인의 당사자 일방 또는 제3자가 적극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고지한 경우뿐만 아니라 소극적으로 고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침묵한 경우도 포함된다. 그러나 불고지 또는 침묵의 경우에는 법령, 계약, 관습 또는 조리상 사전에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인정되어야 위법한 기망행위로 볼 수 있는데, 관습 또는 조리상 고지의무가 인정되는지는 당사자들의 연령, 초혼인지 여부, 혼인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때까지 형성된 생활관계의 내용, 당해 사항이 혼인의 의사결정에 미친 영향의 정도, 이에 대한 당사자 또는 제3자의 인식 여부, 당해 사항이 부부가 애정과 신뢰를 형성하는 데 불가결한 것인지, 또는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영역에 해당하는지, 상대방이 당해 사항에 관련된 질문을 한 적이 있는지, 상대방이 당사자 또는 제3자에게서 고지받았거나 알고 있었던 사정의 내용 및 당해 사항과의 관계 등의 구체적·개별적 사정과 더불어 혼인에 대한 사회일반의 인식과 가치관, 혼인의 풍속과 관습, 사회의 도덕관·윤리관 및 전통문화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혼인취소는 혼인무효 사유와도 전혀 다르고 효과도 전혀 다른 개념이다. 혼인무효사유는 혼인취소와는 달리 혼인의사의 합치가 없었는데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이며, 양자 모두 혼인사실을 혼인관계증명서에서 삭제하여 그 기록을 남기지 않을 것을 목적으로 하는 소송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혼인무효와 달리 혼인취소는 소급효가 없기 때문에 그런 효과가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즉, 혼인취소가 되더라도 혼인신고를 했다는 사실자체는 여전히 혼인관계증명서의 기록이 남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혼인취소의 경우 여전히 혼인신고를 했다는 사실체가 혼인관계증명서에 남게 된다는 점에서 그 효과가 보통의 이혼소송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일반 이혼과는 달리 상대방의 기망이 부부간의 신뢰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시켰는지 여부가 핵심이기 때문에 혼인생활에서의 잘잘못이나 경위 등을 따질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혼인취소송의 경우 취소사유가 명백한 경우에는 상대방의 혼인 중 유책사유 유무와 무관하게 혼인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상대방의 기망행위로 인하여 혼인이 취소될 경우 피해자는 상당한 정도의 정신적 피해를 받았음이 경험측상 명백함으로 가해자는 이를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는데, 이때 위자료의 액수는 양 당사자의 나이와 혼인기간, 상대방의 기망행위의 정도 및 태양, 혼인에 이르게 된 경우, 혼인 이후의 사정, 양 당사자의 경제력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원이 직권으로 산정하게 된다.
한편, 기망 즉 사기로 인한 혼인취소청구권은 제척기간이 3개월로 아주 짧다(같은 혼인취소 사유인 악질 중대한 사유는 6개월 임). 따라서 사기로 인한 혼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빠른 시일 내에 혼인취소 소송의 진행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만일 안날로부터 3개월의 기간이 도과될 경우 혼인취소소송은 불가하며 결국 이혼소송을 통해 다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로컬세계 / 김동근 기자 adibe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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