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이 올라가고 수출이 호조를 보인다는 소식이 잇따른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전망도 한층 밝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숫자만 놓고 보면 반가운 소식이다. 오랫동안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던 만큼 성장률 회복은 분명 우리 경제에 필요한 변화다.
그런데 이상하다. 경제가 좋아진다는 뉴스가 쏟아지는데도 시장과 골목의 표정은 여전히 밝지만은 않다.
자영업자는 매출을 걱정하고, 직장인은 월급날이 지나면 다시 카드값과 대출이자를 계산한다. 장바구니를 채우는 데 드는 비용은 여전히 부담스럽고, 지역의 작은 상점들은 예전만큼 사람을 기다리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국가경제의 성적표와 국민의 체감경기 사이에 적지 않은 거리가 생긴 것이다.
물론 경제성장률이 높아진다고 해서 모든 국민의 소득이 동시에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등 수출 중심 산업이 호황을 누린다고 해서 그 효과가 곧바로 동네 식당이나 전통시장, 소규모 사업장까지 전달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이다.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데 국민이 그 성장을 체감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성장의 ‘크기’만큼이나 성장의 ‘경로’를 살펴봐야 한다.
대기업의 실적이 좋아지고 수출액이 늘어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 성과가 국내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고, 다시 지역경제와 가계소득으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특히 지역경제를 보면 이러한 문제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수도권과 일부 산업도시는 기업 투자와 일자리 증가의 효과를 비교적 빠르게 체감할 수 있지만, 산업 기반이 약한 지방에서는 국가 전체의 성장률이 높아져도 지역경제가 함께 살아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지방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기업 유치 실적이나 대규모 투자협약 숫자를 늘어놓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 일자리가 얼마나 만들어졌는지, 지역 업체와 소상공인에게 어떤 기회가 돌아갔는지, 청년들이 지역에 남을 이유가 생겼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경제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지원금 몇 만 원, 일회성 소비쿠폰 하나가 당장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는 있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 안정적인 소득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정책 효과는 오래가기 어렵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경제성장이라는 숫자 자체가 아니다.
내일의 일자리가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 열심히 일하면 생활이 조금씩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 장사를 계속해도 괜찮겠다는 안정감이 필요하다.
성장은 필요하다. 하지만 누구를 위한 성장인지, 성장의 열매가 어디로 흘러가는지에 대한 질문도 함께 던져야 한다.
3%대 성장률이라는 숫자가 경제의 회복을 보여주는 좋은 신호라면, 이제 그 숫자가 국민의 일상에서도 확인돼야 한다.
경제가 좋아졌다는 말을 뉴스에서만 듣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골목에서, 월급명세서에서, 그리고 각 가정의 식탁에서 느낄 수 있어야 진정한 회복이라고 할 수 있다.
성장의 목표는 숫자를 높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신재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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