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장 거액 횡령의혹, 검찰 수사착수
전상후 기자
sanghu60@naver.com | 2020-11-28 23:47:27
진정인 "재직 7년 동안 10여억원 횡령" 주장
새 집행부 "올해초 인수인계 받은 돈 고작 17만원"
협회장 홍씨 "며칠 전 운영위 때 근거자료 다 보여줬다" 주장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한해협)를 이끌고 있는 홍모 협회장이 경남지부장 재직 시절 10억원대의 공금을 횡령했다는 진정서가 접수돼 창원지검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남 진주시에 있는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 경남지부 전경. 한해협 경남지부 제공 |
28일 한해협 경남지부 등에 따르면 경남지부 소속 일부 회원은 홍 협회장이 2013년 1월 1일부터 2019년 12월 31일까지 7년 동안 경남지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공금 10여억원을 횡령했다는 요지의 진정서를 작성, 지난달 창원지검에 제출했다.
진정서와 이기철(63)씨 등 진정인·참고인들의 검찰 진술조서를 보면 “홍 협회장은 경남지부를 운영하면서 회계담당 사무국장과 공모해 7년 동안 52개의 회원사들이 납부한 폐차증명서 발급비 등 총 18억여원을 횡령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라고 적시돼 있다.
진정인 이씨는 '진정 이유'에 대해 “경남도에서 폐차장업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한해협 경남지부에 가입해야 국토부의 전산망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협회 가입이 필수”라며 “가입 때 업체당 입회비 200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라고 적었다.
이씨는 이어 “한해협 경남지부는 폐차증명서를 발급하면서 장당 4000원의 수수료를 받아 1300원은 본회에 납부하고, 2700원은 경남지부 수입으로 잡는다. 따라서 경남지부에서 연간 발급하는 폐차 증명서가 약 10만장 정도 되기 때문에 발급수수료 수입이 연간 2억7000만원 정도 되고, 피진정인 홍씨가 재직한 7년 동안 18억9000만원 정도의 폐차증명서 수입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또 “서울 구로구에 본부를 두고 있는 현 한해협 협회장 홍씨는 지난해 연말 한해협 경남지부장을 퇴임한 직후 올해초 신임 경남지부장이 취임했으면 당연히 경남지부의 운영 및 회계·사무자료 일체를 인계하고, 회원사들로부터 받은 입회비와 폐차증명서 발급 수입금 중 필요경비로 지출하고 남은 공금을 모두 인계하여야 함에도 자료 및 잔여 공금을 인계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특히 “신임 경남지부장과 감사 등 새 집행부 임원들이 자료 및 공금을 인계하라고 수차례에 걸쳐 독촉하자, 홍 협회장은 ‘업무자료는 대부분 폐기해 없다’라고 밝히며 잔여 공금은 단돈 17만원만 인계했다”며 “폐차증명서 발급수수료만 18억여원의 수입금을 거두고도 그에 대한 집행내역이 적시된 자료 대부분을 모두 폐기하고, 사용처를 밝히지 않는 것은 물론 감사도 거부하고 있으므로 부득이 진정을 하게 됐으니 철저히 수사해 처벌해달라”라고 적시했다.
신임 지부장 김모 씨와 감사 김모 씨도 창원지검에서 참고인 진술을 통해 “홍 전 경남지부장의 지시를 받은 한모(2020년 5월 퇴사) 사무국장이 컴퓨터를 포맷해 모든 자료를 삭제했으며, 감사에 응하지 않았다”며 “홍씨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피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자료를 다 없애버렸다’라는 말로 얼버무리고 있다”고 진술했다.
▲서울 구로구에 본부를 두고 있는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 간판. 한해협 경남지부 제공 |
이에 대해 한해협 협회장 홍씨는 "진정인 이씨는 경남지부에 가입한 지 얼마되지 않은 사람이며, 우리 단체(한해협 경남지부)는 3년이 지나면 모든 자료를 다 삭제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며 ”며칠 전에 열린 경남지부 운영위원회에 내가 참석했는데 그 때 근거자료를 다 보여줬다“라고 해명했다.
홍 협회장은 또 ”내가 근무하던 시절 1년에 한 번씩 결산을 해 감사의 승인을 받았고, 모두 총회에 보고했던 사안들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진정인 이씨는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이씨는 ”홍 협회장의 말은 전부 거짓말이며, 영구보관해야 할 회계장부를 3년이 경과하면 다 삭제하는 그런 정관이 어디 있느냐. 있다면 그것 자체가 위법한 것“이라며 ”내가 한해협 경남지부에 가입한 것은 10년 정도 됐으며, 그동안 홍 협회장이 경남지부를 운영하는 모든 상황을 다 지켜봤다. 홍 협회장 재직 시절 총회를 하긴 했지만 모두 홍 협회장과 친한 사람들로 구성된 감사(2명)의 감사를 받았고, 형식적으로 열린 운영위원회(위원 15명)에서 허위결산 결과를 다 통과시킨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이어 ”새 집행부가 출범한 지 10개월째인 지난 10월 현재 7000여만원(정기적금+사무국장 퇴직금 1400만원 포함) 정도의 통장 잔액이 남아 있는 경남지부 회계장부가 이런 사실을 뒷받침해준다“며 ”경남지부에는 폐차증명서 발급 수수료만 연간 2억7000만원 정도의 수입금이 들어오는데, 현 경남지부장의 말을 들어보니 연간 1억 2000만원 정도면 인건비, 운영비, 판공비 등을 충당하기에 충분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다면 매년 1억 5000만원 정도가 이익금으로 남아야 한다“라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씨는 또 “새 경남지부장 말에 의하면 지난달 말 결산을 했는데 매월 정기예금과 퇴직금 지급분을 포함할 경우 7000만원 이상 남았고, 연말에 결산하면 1억원을 넘을 것 같다는 말을 한다”며 “그렇다면 홍 전 지부장이 7년 동안 살림을 살았으면 임기 마지막인 지난해말 기준 최소한 7억원에서 최대 10억 5000만원 정도의 잔액이 통장 남아있어야 하는데 후임 지부장에게 인계한 자금은 고작 17만원에 불과하다“라고 강조했다.
김모 신임 감사도 홍 협회장의 발언에 대해 반박했다.
김 감사는 “올해 7~8월에 5차례 감사를 하면서 홍 협회장에게 모든 회계장부와 사무결산 서류를 달라고 다섯 번이나 요구했지만 내놓지 않았다”며 “컴퓨터를 포맷해버려 속에 아무것도 없었으며, 과거에 감사를 했다고 하지만 관계 서류가 하나도 없는데 뭘 믿으라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진정인과 한해협 경남지부 관계자들은 수사에 나선 검찰이 홍 협회장이 근무한 지난 7년 동안의 경남지부 통장과 홍 협회장 개인통장에 대한 계좌추적을 비롯해 법인카드 사용내역 확인 등을 통해 횡령금액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창원=전상후 기자 sanghu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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