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정 칼럼] 찰나의 자연을 포착하여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이태술 기자

sunrise1212@hanmail.net | 2026-09-01 16:13:19

이훈정 서양화가

풍경은 대기 속에서 빛과 시간의 번짐과 소멸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로 인해 풍경은 결코 고정된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끊임없는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거친다. 나의 작업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시간의 순환과 윤회의 섭리를 고요히 응시하는 자연을 관찰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찰나의 자연을 영원한 순간으로 화면에 붙잡아 둔다. 나는 자연이 가장 서정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을 포착하여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나의 그림은 특정한 자연 대상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감싸는 대기감과 시간, 빛, 공기의 무게와 같은 보이지 않는 요소들을 담아낸다. 이러한 요소들에 의해 자연은 새롭게 변형되고, 다시 형성된 실루엣으로 나타난다. 공간은 결코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수 많은 성분들로 가득 차 있다. 공기와 바람, 안개와 습기, 빛과 기온은 산과 물, 나무와 풀을 감싸고 덮으며 때로는 그 존재를 지우기도 하고, 또 다른 영적인 형상으로 치환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보이지 않는 공기를 나의 주관적 관념에 따른 색면 대비를 통해 표현한다. 이것이 바로 내가 말하는 공기원근법이다. 예술은 보이지 않는 것에 존재를 부여하고,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이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공기원근법에서 중요한 것은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느끼느냐에 있다. 나는 전통적인 회화 원리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회화적인 화면 구성과 섬세한 표현을 통해 동양적인 감수성을 전달하고자 한다. 이는 자연이 선사하는 미적 경험을 화면에 구현하는 작업이다.

이훈정作_고리봉의 숲속_53.0x45.5cm_oil on canvas_2026

동양인의 자연관과 심미관이 나의 경험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을 때, 나는 나의 주관적이고 철학적인 시선으로 자연을 바라보며 산과 나무, 숲을 고요하게 화면 위에 배치한다. 색면 대비에서 비롯되는 채도의 변화는 화면 안에 여러 겹의 공간을 형성하고, 하늘과 산 능선이 서로 스며들며 만들어내는 모호한 경계는 공기의 확산과 흐름을 느끼게 한다. 그 위로 번지는 붉은 서광은 종교적이고 영적인 세계를 암시하며, 대상의 형태보다 그 의미를 더욱 깊이 열어 보인다. 그 결과 관람자는 자신의 감수성과 상상력을 자유롭게 확장하게 된다.

이처럼 나의 화면 구성은 구도적 질서가 시적 감수성을 위해 존재한다. 화면 안쪽으로 갈수록 희미해지며 사라지는 산의 능선, 구름으로 비워진 중심 공간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산세, 그리고 서로 호응하며 공존하는 산과 노송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어 하나의 풍경 안에서 함께 살아간다.

나의 풍경은 고요함과 잔잔함, 안개와 구름이 만들어내는 여백을 통해 동양 산수화의 정취를 전달한다. 나는 눈으로 볼 수 없는 형상과 보이지 않는 색을 포착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 결과 드러나는 실루엣과 색채는 망막이 인식한 풍경이 아니라, 나의 마음과 시선이 바라본 '마음의 색'이다.

나에게 공기원근법은 사물의 분명하지 않은 본질과 보이지 않는 존재를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새롭게 재해석하고 표현하는 역동적인 회화 언어이며, 자연의 본질과 인간의 내면이 만나는 또 하나의 풍경이다.

∎ 이훈정 프로필
- 전북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전공 졸업
-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심리학 수료
- 개인전 43회 개최(세종문화예술회관, 롯데갤러리, 문화일보갤러리 등)
-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작가 및 &찾아가는 미술관& 전국순회전 참여(2001~2007)
- CTS 신앙·예술 다큐멘터리 및 &길(WAY)& 시리즈 방영(2004)
- 세종문화회관 한국미술전, World Korea 지상초대전, 조선일보미술관 초대전, 가고시마 문화교류전 등 참여
- 해외전 33회, 국내 전시 1,300여 회 출품
- 대한민국미술대전, 신미술대전, 세계평화미술대전, 호남미술대전 심사위원 및 초대작가(1996~2005)
- 예원예술대학교 회화과 객원교수 및 겸임교수(2003~2010)
- 국제미술레전드대상 초대전 최우수상 수상((사)한국언론사협회, 2026.3.19)
- 현재 활발한 작품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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