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쫀쿠’ 다음은 ‘사쫀에’?…콜롬비아에 뜬 코이카 ‘사차인치 쫀득 에너지바’
지차수 기자
chasoo9@naver.com | 2026-03-05 14:43:25
코카 재배 의존 농가 700가구 소득 140% 증가
콜롬비아 넘어 유럽 시장까지 판로 확대 추진
콜롬비아에서 불법 코카 재배에 의존하던 농가들이 한국의 개발협력 사업을 통해 합법 작물 ‘사차인치’로 전환하고, 이를 활용한 고영양 에너지바까지 출시하며 지역 경제의 새로운 대안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콜롬비아에서 코카잎을 재배하며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던 산드라 로레나 에레라 씨는 수확이 빠르고 수익이 나는 작물이었지만 불법 작물이라는 부담에서 늘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대체 작물인 ‘사차인치’를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그의 가정은 안정과 자부심을 되찾았다.
이처럼 코카 재배에 의존하던 콜롬비아 농가들이 합법 경제로 전환하는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는 세계 최대 코카인 생산지 가운데 하나인 콜롬비아에서 아마존 원산 견과류 ‘사차인치’를 마약 대체 작물로 상업화하며 지역 경제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의 ‘2025년 세계 마약 보고서’에 따르면 콜롬비아는 주요 코카인 생산국 가운데 약 67% 이상의 재배 면적을 차지한다.
사차인치는 고대 잉카 제국 시절부터 원주민들이 먹어온 별 모양 견과류로 ‘잉카 너트’, ‘스타 시드’로도 불린다. 오메가3·6·9 지방산과 항산화 성분, 비타민 A·E가 풍부해 건강식품으로 주목받으며 오일과 분말, 가공식품 등 다양한 상품화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코이카는 2020년부터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와 함께 콜롬비아 푸투마요주에서 마약 대체 작물 상업화를 통한 농가 경제 강화 사업을 추진해왔다. 코카 재배 의존도가 높은 이 지역에서 사차인치 재배를 확대하고 생산·가공·유통을 연결하는 가치사슬 구축에 집중했다.
그 결과 푸투마요주 7개 시군 700개 농가가 총 1천26헥타르 규모의 대체 작물 재배 기반을 마련했고, 농가 월평균 소득도 약 50만 페소에서 120만 페소로 약 140% 증가했다.
이 같은 성과를 기반으로 코이카와 현지 주민들은 최근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의 공감상점에서 사차인치를 활용한 시리얼바 ‘사차 에너지(Sacha Energy)’ 출시 행사를 열었다. 이번 제품은 기존 시리얼바를 개선해 영양과 맛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번 에너지바 출시는 코이카와 UNODC가 지원해 구축한 ‘생산-가공-유통’ 통합 가치사슬을 기반으로 한 실질적 상업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협동조합 설립과 브랜드 등록, 상업 계약 체결 등 지역사회 자립 기반도 함께 마련됐다.
‘사차 에너지’는 콜롬비아 대형 마트인 카룰라와 줌보 입점을 추진하는 한편 벨기에, 오스트리아, 독일 등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협상도 진행 중이다.
사업에 참여한 농민 산드라 로레나 에레라 씨는 “코카잎을 재배할 때는 불법 작물이라 언제 빼앗길지 모른다는 걱정 속에 살았지만 합법 작물을 재배하면서 안정감을 느끼고 지역사회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충건 주콜롬비아 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은 “이번 사업은 농가 소득 증가뿐 아니라 국민 건강 증진과 평화 정착에도 기여하는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정욱 코이카 콜롬비아 사무소장은 “사차 에너지 시리얼바가 콜롬비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사랑받는 대표적인 대체 개발 상품이 되길 바란다”며 “지역사회 주도의 합법 작물 전환 모델이 콜롬비아 전역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코이카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콜롬비아 내 마약 대체 작물 협력을 확대하고, 페루와 에콰도르 등 인접 국가와의 삼각 협력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로컬세계 / 지차수 기자 chasoo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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