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쿄서 조선독립운동을 연극에 담았다

이승민 대기자

happydoors1@gmail.com | 2023-09-04 12:03:56

▲ '현해탄'에 출연한 배우들이 연극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현해탄 상영회 제공)

[로컬세계 = 이승민 특파원]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3일까지 5일간 조후시 센가와극장(調布市 せんがわ劇場)에서 연극 ‘현해탄’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조선독립운동을 그린 '현해탄'은 배우들이 한복을 입고 독립만세를 부르고 아리랑과 뱃노래를 불러 당시 조선인들의 독립의 열정과 민족적인 고민을 현장감 있게 보여주었다.

이날 연극은 센가와극장 무대에 네 개의 장이 설치되어 장면 전환을 쉽게 했다. 중앙에 경성신문사의 편집실. 오른쪽 안쪽에 백성오의 방. 왼쪽에 선술집 '박 씨의 가게'. 오른쪽 앞은 일본 고등경찰서 사무실로 꾸며졌다.

연극은 경찰서 서장과 형사 이승원의 대화로 시작된다. 어딘가의 장소에 배우가 나타나면, 불빛이 따라가듯 옮겨 비춰 무대에 현장감을 강조했다. 또 장면이 끝나기 전에 다음 장면의 배우가 등장하는 연출 방법이 특이했지만 긴장감을 더해주면서도 자연스러웠다.

‘현해탄’은 재일교포 문학가 김달수 씨가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쓴 소설이다. 이 소설을 재일교포 오문자(呉文子) 씨가 연극으로 재구성하여 기획 제작, 이날 무대에서 선을 보여 도쿄시민들의 깊은 관심을 모았다.


▲ 연극 현해탄 안내장 앞면.

연극 현해탄은 1943년의 서울(京城)을 배경으로 나라를 빼앗긴 조선 민족의 고통, 독립에 대한 열정과 저항 현장을 잘 묘사하여 관객들과 만나게 했다.

일본 식민지 지배하의 조선의 젊은이들은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운동을 펼친다. 하지만 일본 경찰에 붙잡혀 투옥되거나 징병이 되어 중국 아시아 등의 전쟁터로 끌려가고 관객들은 일제시대 속으로 푹 빠져들어간다.

이때 일본 지방신문 기자였던 조선인 서경태는 수십만 부를 발행하는 경성신문사(京城新聞社)의 기자를 꿈꾸며 일본에서 조선으로 건너온다. 서울에서 신세를 지게 된 곳은 오래전 도쿄 이케부쿠로의 선술집(池袋の居酒屋)에서 만난 백성오였다.

백성오는 일본 유학 시절에 학생 운동으로 체포된 적이 있었지만 조선의 지배층이었던 아버지 덕분에 석방됐다. 친구들에게 배신자로 보였고, 혼자 외롭게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조선어로 말을 걸어준 서경태와 의기투합해 친구가 된 사이였다.

형사 이승원은 서장으로부터 조선독립동맹의 경성조직을 일망타진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요주의 인물로 감시를 받고 있던 백성오 집을 정기적으로 찾는다. 이승원은 백성오를 찾아가 “나는 조선독립동맹의 지지자”라고 말하면서 마음을 열게 하여 덫을 놓는다.


'박 씨의 가게'라는 이자카야는 여주인 박정출과 마담 연숙을 등장시켜 연극을 흥미진진하게 해준다. 연숙은 백성오의 연인이 되고 아리랑과 뱃노래를 부른다. 조광서를 비롯한 조선인 단골손님들이 찾아오는데 사실은 모두 조선독립동맹의 비밀 단원들이다.

독립에 희망이 보이지 않던 암흑기에 조선의 지식인들은 독립을 포기하고 전향할 것인가 아니면 목숨을 걸고 독립의 그날까지 투쟁할 것인가를 놓고 깊은 고민을 하면서 조선 민요를 부른다.  

▲ 연극 현해탄 안내장 뒷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부딪치는 파도 소리 잠을 깨우니/ 들려오는 노 소리 처량도 하구나/ 어기야 디어차 어허야 디야 어기여차 뱃놀이 가잔다

결국 모두 독립을 위해 비밀활동을 하다 붙잡혀 투옥이 되고 연숙이 먼저 노래를 부르자 등장인물들이 하나씩 무대에 올라 아리랑과 뱃노래를 부른다. 전원이 조선민요를 합창하면서 막이 내려진다.

한편, 재일교포 오문자(呉文子) 씨는 2년 전부터 김달수 원작 소설 ‘현해탄’을 연극으로 만들어 도쿄 공연을 계획 추진했고 각본에는 아리요시(有吉朝子), 연출에는 시가(志賀澤子) 씨가 각각 맡았다.

연극 현해탄(玄海灘)을 제작한 오문자 씨는 현재 ‘이문화를 즐기는 모임’(異文化を愉しむ会) 대표이며, 조후의 역사 모임 ‘시란’(芝蘭)과 '조후다큐멘터리 영화클럽'(調布ドキュメンタリー映画クラブ)의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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