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⑧] 평양의 심장에서 외친 문선명과 문재인의 역사적 연설

이승민 대기자

happydoors1@gmail.com | 2026-01-19 10:59:43

문선명 "공산주의로는 안 된다" 목숨을 건 직설
문선명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주체사상으로는 통일 안 된다" 포효
문재인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한다" 
문선명 총재 주석궁에서 회담 기념 사진. 왼쪽부터 문선명 총재 김일성 주석 한학자 총재.

[로컬세계 = 이승민 대기자] 평양은 우리 민족에게 단순한 북측의 수도 이상의 상징성을 지닌다. 분단 이후 남측 인사가 평양의 중심에서 북측 주민과 지도부를 향해 직접 메시지를 던진 순간은 극히 드물었다. 그중에서도 1991년 문선명 통일교 총재와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은 각각 종교적 신념과 국가 수반의 의지를 담아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1년 문선명: "공산주의로는 안 된다" 목숨을 건 직설

6.25 전쟁 당시 흥남감옥에서 2년 10개월간 사선을 넘나들었던 문 총재에게 이번 방북은 목숨을 건 '사생결단'의 여정이었다. 1991년 11월 30일, 전 세계의 이목은 평양 순안공항에 쏠렸다. '승공(勝共) 운동'의 기수이자 평생을 반공에 바쳐온 문선명 총재가 김일성 주석의 초청으로 북한 땅을 밟았기 때문이다.

■ 만수대의사당의 일성: "주체사상으로는 통일 안 된다"

방북 6일째인 12월 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공식 환영 만찬이 열렸다. 당시 북측에서는 윤기복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북측본부 의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문 총재는 준비된 원고를 제쳐두고 테이블을 내리치며 북한의 핵심 가치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등 역사에 남을 파격적인 연설을 단행했다.

▶ 주체사상 비판: 문 총재는 "나를 죽이려 했던 곳에 왔다"는 파격적인 서두와 함께, "주체사상을 가지고는 남북을 통일할 수 없다. 하나님을 중심한 '참사랑'과 '두익(頭翼) 사상'만이 민족이 살길"이라며 북한 체제의 근간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사죄 요구: 문 총재는 이념보다 앞서는 것이 '민족의 혈연'임을 역설하며, 6.25 남침에 대해 전 세계에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등 북측 지도부가 듣기에 극히 도발적이고 직선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 비하인드 스토리: 당시 윤기복 의장이 "이곳이 어디라고 그런 말을 하느냐"며 격분하자, 문 총재는 "나는 김 주석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 말을 하러 왔다. 내 목을 치려면 치라"며 배짱으로 맞섰다. 이 보고를 받은 김일성 주석은 오히려 "이렇게 배짱 있는 분은 난생처음 봤다"며 감탄했고, 이튿날 독대에서 "형님"이라 부르는 친근함 속에 금강산 개발과 평화자동차 사업 등 역사적인 경협 합의가 이뤄졌다.

2018년 문재인: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한다" 

문선명 총재의 연설이 지도부를 향한 '담판'이었다면,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은 북측 대중을 향한 '감동의 소통'이었다.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에 모인 15만 명의 평양 시민 앞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직접 마이크를 잡은 것은 헌정 사상 최초였다.

▶ 민족의 동질성 강조: 문 대통령은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며,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반복해 전달했다. 이는 '민족 자결의 원칙'을 북측 주민들의 가슴에 직접 새긴 순간이었다.

▶ 핵 없는 한반도 선언: 15만 관중 앞에서 문 대통령은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주자"고 확약했다. 북측 주민들 앞에서 '비핵화'를 직접 언급한 파격적인 행보였다.

▶ 결과: 연설 도중 평양 시민들은 수차례 기립 박수를 보냈으며, 이는 남북 관계가 적대적 대결을 넘어 평화 공존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전 세계에 타전되었다.

평양 연설이 남긴 유산

1991년 정주에서 시작된 평화의 울림과 만수대의사당에서 토해낸 역설은 오늘날 한반도가 다시금 되새겨야 할 가장 소중한 역사적 자산이다. 문선명 총재가 남긴 평양 방문의 유산은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 관계를 풀 수 있는 핵심적인 열쇠가 되고 있다.

당시 문선명 총재의 연설은 냉전의 끝자락에서 얼어붙은 남북 관계의 빙판을 깨뜨린 과감한 ‘파쇄기’였다. 그가 남북 사이의 물길을 먼저 틔웠기에, 27년 뒤 문재인 대통령이 그 물길을 따라 평화의 배가 다닐 수 있도록 ‘항로’를 설계하는 제도적 진전이 가능했다. 

기자 수첩

문선명 총재의 평양 연설은 '할 말은 하는' 진정성이 오히려 상대의 존중을 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겉치레뿐인 외교적인 술어 대신, 자신의 신념을 당당히 밝히고 상대를 형제로 끌어안은 그의 행보는 훗날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의 능라도 연설로 이어지는 남북 화해의 길이 되었다.

평양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진 두 인물의 연설은 남북 관계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사적 사료가 될 것이다. 

로컬세계 / 이승민 대기자 happydoor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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