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사람이 없다”…울산, 조선소의 빈자리를 ‘AI 인재’로 채운다
박종순 기자
papa5959@naver.com | 2026-04-14 11:00:19
설계부터 생산까지 바뀐 조선업…‘기술 이해하는 인력’ 수요 급증
교육이 곧 경쟁력 될까…산업 전환의 성패, 인재에 달렸다
[로컬세계 = 박종순 기자]“사람이 없다.” 조선소 현장에서 반복되는 말이다. 일할 인력은 줄고, 기술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처럼 인력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이 변화의 한가운데서 울산시가 방향을 잡았다. 단순한 인력 보충이 아니라, 아예 ‘다른 종류의 사람’을 키우겠다는 선택이다.
울산시는 최근 정부 공모 사업에 선정되며 조선산업 인재 양성 체계를 새로 짜고 있다. 5년간 300억원을 투입해 2000명 규모의 디지털 융합 인재를 길러낸다는 계획이다. 숫자만 보면 교육 사업이지만, 들여다보면 산업 대응 전략에 가깝다.
조선업은 이미 변하고 있다. 설계 단계에서는 데이터 기반 시뮬레이션이 자리 잡았고, 생산 현장에는 자동화 장비와 협동 로봇이 투입되고 있다. 과거의 숙련 노동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문제는 속도다. 기술은 빠르게 도입되는데, 이를 다룰 수 있는 인력이 따라가지 못한다. 결국 현장에서는 외국인 노동력 의존이 커지고, 기술 축적은 더디게 진행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울산의 해법은 ‘교육 방식 전환’이다. 이론 중심에서 벗어나 실제 장비를 활용하는 실습형 교육으로 방향을 틀었다. 가상 환경에서 선박을 설계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공정을 개선하는 훈련이 중심이 된다. 배우는 동시에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수준을 목표로 한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공용 실험 공간’이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협력업체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고가 장비를 개별 기업이 갖추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한 방식이다. 기술 격차를 줄이겠다는 의도도 담겼다.
이 시도는 단순히 인재를 키우는 문제를 넘어선다. 조선업이 앞으로 어떤 구조로 재편될지를 가늠하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기술 중심 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역할을 어떻게 다시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다만 변수는 남아 있다. 교육을 받은 인력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활용될 수 있을지, 기업 수요와 얼마나 맞아떨어질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교육과 채용이 분리될 경우 또 다른 미스매치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 사업의 성패는 단순하다. 숫자가 아니라 현장에서 결정된다. 2천 명의 인재가 실제 조선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이 실험은 의미를 갖게 된다.
조선업은 늘 사람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이제는 기술을 이해하는 사람이 산업을 움직이는 시대다. 울산의 선택은 그 전환점에 서 있다. 인재를 키우는 일은 오래 걸리지만, 방향을 잘못 잡으면 더 오래 돌아가야 한다. 이번 시도가 ‘인력난 해소’에 그칠지, ‘산업 재편의 출발점’이 될지는 아직 열려 있다.
로컬세계 / 박종순 기자 papa59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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